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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한 뇌 :: 2010/11/01 00:01

질량을 부피로 나눈 값이 밀도이다. 분자로 빽빽한 고체는 밀도가 높고 액체,기체로 갈수록 밀도가 낮아진다. 밀도는 분자 관점의 개념이다. 만약 분자가 노이즈이고 빈 공간이 주인공이라면. 밀도는 오염도를 의미하게 된다. 빈 공간(?)은 분자 바깥을 ambient하게 채우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분자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의 내부도 대부분 빈 공간이다. 원자를 구성하는 소립자도 마찬가지다. 빈 공간에 대해 가져왔던 우리의 무의식적 관점에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빈 공간은 결코 비어 있지 않다. empty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적극적인 스탠스일 가능성이 높다고나 할까.

인간은 빈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빈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자신이 빈 공간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을 실체라 생각하기에 자신 주위의 빈 공간을 허전하다 생각하고 계속 그 공간을 뭔가로 메워 나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인간 자체가 빈 공간이기 때문에 자신 주위의 빈 공간을 채워보았자 결국 빈 공간이다. 그리고 자신 주위의 빈 공간도 자신 내부의 빈 공간 못지 않은 거대한 empty 밀도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그걸 채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간 내부와 인간 외부는 empty 상태에 놓여 있다. 아니 인간 내부와 외부의 구분은 그닥 의미가 없다. 그걸 인식하지 못하면 평생을 채움을 향한 레밍적 몸짓으로 일관하게 된다.


인간의 뇌는 허기져 있어서 항상 뭔가를 채우고 싶어한다. 아마 그런 뇌의 본능이 웹 서핑을 거대한 놀이로 발전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웹서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무의미한 클릭질을 중단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그건, 인간의 뇌가 그저 뭔가 정보를 채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정보의 유용성 보다는 정보가 채워지는 포만감에 훨씬 더 본능적으로 민감하다. 그래서 정보가 가득한 웹은 시간을 먹는 기계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항상 정보에 허기진 뇌와 정보가 충만한 웹의 환상적 궁합을 직시한다면, 웹을 대할 때 일정한 규칙을 설정하는 것이 필수임을 인지하게 된다. 안 그러면 뇌는 허겁지겁 닥치는 대로 조각 정보를 집어삼키려 할 것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 스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이 스토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빈 공간을 채우고 싶어하는 본능과 연관이 깊다. 인간은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빈 공간을 채우고 싶어하는 뇌의 본능에 맹목적으로 반응할 필요는 없다. 채우고 싶은 본능을 잠시 멈추고 비어 있는 공간 자체를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다소 육성할 필요가 있다.  비어 있는 건 결코 결핍이 아니다. 그 자체로 충만한 표현할 수 없는 존재감이 분명 빈 공간 안엔 있다. 빈 공간을 억지로 채우면 허전함은 더욱 깊어진다. 허전한 뇌가 결핍의 충만감에 익숙해져 갈 때 인간은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단순 기계의 지위에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비어 있는 것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다. ^^



PS. 관련 포스트
속뇌, 알고리즘
인과,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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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gar408 | 2010/11/13 23: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런글이 저한테 필요 헀던거 같아요
    왠지모르게 내가 비워있는게 비워있는게 아닌데
    억지로 채울려니까 오히려 역효과가 났던것같네요 ^^

    • BlogIcon buckshot | 2010/11/14 08:58 | PERMALINK | EDIT/DEL

      허전하지 않은데 허전하게 느끼는 것. 그걸 간파하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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