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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와 연결 :: 2011/04/27 00:07

책을 저자가 쓴 문장 그대로 읽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음식물을 통째로 집어삼키면 소화가 잘 될리가 없듯이, 책도 저자의 문장을 그대로 삼키면 머리 속에 쓰레기만 쌓인다. 저자의 생각을 철저히 분해해야 한다.

책을 읽다가 인상 깊은 문장을 만나면, 거기에 나만의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게 안된다면 그 문장은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장에 불과할 뿐이다. 마치 음식물을 씹지도 않고 마구 삼키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나 할까.

저자의 글 속에 나만의 부가가치를 더한다는 것은, 저자의 글을 나만의 맥락에 맞게 완전 해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건 책의 내용을 원자 단위로 완전 분해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읽는다는 건 글의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구조를 쌓아 올린다는 것이다. 결국 글을 읽는다는 건 글을 쓰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행위인 것이다.

남의 생각을, 남의 글을 분해해서 자기만의 맥락으로 재구축한다는 것. 자신만의 프레임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타인의 생각과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자신만의 프레임이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는가의 문제이다.

생각하는 능력은 타인의 맥락을 일방적으로 주입받는가, 누구의 생각도 자신만의 맥락에 녹여 넣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세상은 맥락의 피드 플랫폼이다. 우린 피드를 일방적으로 주입받는 자가 되기 쉬운 시대를 살고 있다.

언제부턴가, 세상 전체가 책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세상 전체가 날아 다니는 피드로 가득 찬 공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을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은 연결점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해와 연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분해가 연결이요, 연결이 분해이다.

새로운 연결을 염두에 둔 분해, 새로운 분해를 염두에 둔 연결.
생각의 진화는 연결과 분해의 영원한 도행지이성의 뫼비우스 띠를 그려가는 것이다.


PS. 관련 포스트
[장자] 소통의 철학 (망각+연결=소통 → 도행지이성)

道行之而成(도행지이성), 길은 걸어가면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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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Playing | 2011/05/25 11: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많은 걸 느끼게 되네욤! 삶을 달리 말하면 '소통'이겠고, 이 소통이 여러가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거 같아요...
    왜곡될 때도 있고, 너무 앞서나가거나 희미해질 때도 있는 것처럼, 자신과 타인의 생각들을 비교해서 고민해보는 기회가 될 꺼 같아요

    그런데 어렸을때도 그렇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누가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그걸 자신에게 맞추어서 이해하는 것과 타인의 생각이 무엇인지 타인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이해하는 건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거 같아요... 분명 두 가지 조금 다른 생각이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구 달라가는 걸 느낍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1/05/25 19:38 | PERMALINK | EDIT/DEL

      반응하는 본능. 참 좋기도 하고 참 불편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반응의 내공을 계속 길러가야 할 것 같아요~ ^^

  • BlogIcon 서연아빠 | 2012/05/04 09:3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남의 생각을, 남의 글을 분해해서 자기만의 맥락으로 재구축한다는 것. 자신만의 프레임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타인의 생각과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자신만의 프레임이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는가의 문제이다."
    무술수련의 단계에는 1)기초체력 단련 2) 형 완성 3) 형 극복 이라는 단계가 있다고 하더군요.
    저에게는 아직 남의 생각을 나만의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이 없어, '기초 체력단련'의 과정으로 독서, 그리고 buckshot님 같은 선경험자들의 글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저도 2단계 '형 완성'의 단계를 마주할 수 있겠죠?. 그 제서야 진정으로 나만의 맥락을 구축하여 남의 생각과 글을 나의 생각과 글로 승화 시킬 수 있겠군요.
    그런 모든 과정이 끝나면 진정한 고수의 모습으로 형을 타파하고 어떤 특정 프레임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사유가 이루어 지는 단계가 되겠네요. 그때 비로소 요즘 얘기되는 '통섭'의 내공을 가지게 되는걸까요?
    칙센트 미하이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통합성이 내게는 머나먼 길이네요.
    그래도 길은 걸어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믿음이 저에게는 희망입니다.
    오늘도 좋은 글 읽고 많은걸 배워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5/05 21:05 | PERMALINK | EDIT/DEL

      서연아빠님 말씀처럼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 자체가 구도의 길이고 배움의 장인 것 같아요.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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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속에 녹아 들어간 용어 :: 2010/12/15 00:05

5~6년 전에 처음 RSS feed란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수많은 블로그 포스트들을 한 곳에서 모아서 볼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이었다. 하지만 검색/메타블로그 등을 통해 만나게 되는 수많은 블로그 포스트들을 읽다가 맘에 드는 글이 많이 있는 블로그를 RSS 구독하는 흐름은 나름 생뚱맞고 번거롭다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요즘.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한창 인기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모두 Feed란 개념이 서비스 자체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트위터의 follow, 페이스북의 친구신청은 서비스의 핵심 action이고 이 액션을 통해 follow하거나 친구 맺은 사람의 글을 내 공간에서 feed 받아서 볼 수 있게 된다.  분명 feed란 기능을 허구한날 사용하면서도 feed란 단어/개념에 대해 그닥 인식하지 않게 된다는. ^^

어려운 용어는 그 자체가 일종의 장벽이다. 그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의미를 서비스 사용 흐름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은 나름의 수고와 에너지를 요구한다. 

새로운 개념의 용어를 서비스를 통해 전달하려면 용어를 논리적인 프레임으로 건조하게 설명해선 안 된다.  서비스 사용자가 이렇다 할 뇌 에너지 소모 없이 쉽고 체감적으로 용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서비스 플로우를 설계해야 한다. 

캐스트 vs. 트위터 (2010.7.7)

블로그에서 시작된 컨텐츠 '구독'이란 개념이 네이버의 캐스트 시리즈에서 대중적 지지를 받는가 싶었으나 결국 블로그의 RSS 구독 대비 규모에서 그닥 차이가 나지 않는 마이너 feature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트위터의 등장은 매우 인상적이다.  물론 트위터의 follow는 블로그/캐스트의 구독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를 풍기긴 한다. 하지만, 트위터 follow의 의도 중에 정보 구독은 분명 한 축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트위터의 트래픽 성장세는 매우 눈부시다. 6월에 월간 방문자수 500만을 돌파했고, 가입회원 규모도 이제 100만을 바라보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이렇다 할 마케팅이 없고 티스토리와 같이 포털 검색을 통한 유입 트래픽도 없이 이 정도의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트위터의 follow는 블로그/캐스트의 구독보다 월등히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블로그/캐스트의 컨텐츠는 포털/메타블로그 등을 통해 충분히 접근 가능한  반면, 트위터는 포털 검색을 통해 트위터가 제공하는 가치를 충분히 경험하기 어렵다. 트위터는 모름지기 트위터에 회원가입하고 트위터에 로그인해서 다양한 트위터 유저들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follow하면서 경험해야 제 맛인 것이다. 포털이 제공할 수 없는 것이 트위터 안에 있다는 것. 트위터의 방문자수가 포털의 도움 없이도 가파른 성장을 지속할 것이고, 트위터의 follow 규모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블로그/캐스트가 못 이룬 '구독 대중화 시대의 꿈'을 트위터가 대신 이뤄줄 것 같다.


전쟁의 고수는 적을 바위 삼아 물처럼 바위 위를 유유히 흘러가면서 전쟁의 맥락 속에 녹아 들어가 적과 하나가 되어 적을 흡수/분쇄하는 자이다.  생명의 고수는 생존/번식을 위한 환경을 선정하고 그 환경 위를 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면서 환경과 하나가 되어 환경을 흡수하고 환경에 흡수되면서 환경과 하나가 되는 자이다. 고수는 맥락을 읽고 맥락을 리드하며 맥락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자이다.   새로운 개념/용어는 서비스 맥락 속에 녹아 들어가 서비스와 하나가 되어 사용자를 당길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 경험 속에 들어간 용어. RSS/Feed란 용어는 이제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 사용자의 일상 속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



PS. 관련 포스트
고수, 알고리즘
캐스트 vs. 트위터
용어,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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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란 이름의 블랙박스 :: 2010/11/22 00:02

페이스북은 모든 서비스 경험이 철저히 사용자의 로그인 기반으로 작동한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이렇게 불친절한 서비스도 없다. 일단 가입부터 하고 보라는 건데. 쩝. 첨에 아래 화면 보았을 땐 나름 황당/불쾌하기도 했었다. ^^



서비스가 이렇다 보니, 페이스북의 모든 컨텐츠는 철저히 로그인/개인화 기반으로 작동하게 된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로그인을 해야만 자신 만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볼 수 있고, 친구들의 포스트를 보면서 반응할 수 있다. 친구들에게만 글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아서 페이스북에 로그인해도 친구가 아닌 사람의 글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페이스북에 쌓이는 소셜 네트웍 정보는 외부 검색 엔진 입장에선 결코 접근할 수 없는 거대한 블랙박스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관심과 시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자, 타 사업자들의 엿보기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견고한 블랙박스이다.

비즈니스/서비스의 기반 자체가 폐쇄적 맥락에 근거하고 있다 보니, 웹검색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 처절한 폐쇄성을 자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닥 폐쇄성이 눈에 띠지 않는다. 그냥 폐쇄성 자체가 당연스럽게 여겨지는 맥락의 힘.

세상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플랫폼인 페이스북.
아무리 개방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해도 페이스북은 내가 보기엔 극강의 폐쇄 플랫폼이다.
비즈니스/서비스 DNA가 폐쇄 그 자체이기 때문에. ^^



PS. 관련 포스트
개방,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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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까칠맨 | 2010/11/22 00: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공감합니다. 마이스페이스 역시 폐쇄적이었다고 보는데...
    페이스북만이 성공한 핵심 차별 포이니트는 뭐였을까요?
    오픈이라고 다 좋은 것도 폐쇄라고 다 나쁜 것도 아닌가 봅니다. ^^

  • 단순맨 | 2011/05/31 09: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복잡하게 생각할거 읍다는.. 폐쇄적인게 가장 저렴하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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