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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와 객체 :: 2013/08/23 00:03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책 제목이 살짝 재미 있어서 포스팅을 해본다.

책 제목은 헤겔의 정신현상학에 나오는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연상케 한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다분히 전복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인이 노예를 지배하고 노예는 주인에게 예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상호 인정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노예가 주인에게 의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인도 노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노예가 존재하므로 주인이 존재하는 것이고, 주인이 존재하므로 노예가 존재하는 것에서 주인과 노예는 서로를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는 관계적 의존성이 성립된다.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리더는 팔로워에게 지시하고 팔로워는 리더의 지시를 수행하는 관계는 일견 상하관계로 인식될 수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리더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팔로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팔로워가 없는 리더는 존재할 수 없는 상황에선, 리더는 필연적으로 팔로워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리더'라는 존재가 온통 그 존재의 의미를 팔로워에게 저당 잡히고 있다면 과연 리더가 팔로워의 상위 레벨에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리더가 팔로워의 하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상호 의존적 관계에선 상과 하의 구분이 매우 공허하다. 설사 상하 관계가 설정되었다고 해도 그 관계는 다분히 전복적 함의를 띨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상은 언제든 하가 될 수 있고 하는 언제든 상으로 군림할 수 있는 공생 관계에 불과한 것이다. 상호 의존의 프레임 속에 들어가는 순간 상과 하는 언제든 전복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아니 전복이란 표현보다는 한데 엉켜서 끊임없이 굴러가면서 변화무쌍한 양태의 관계로 역동하는 뫼비우스의 띠 정도로 이해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상호전복적 관계에선, 상대방을 또 하나의 나로 인식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주인은 노예를 나의 주인이자 또 다른 나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 리더는 팔로워를 나의 리더이자 또 다른 나로 대접해야 한다. 나는 고양이를 나의 주인이자 또 다른 나로 간주해야 하는 것이고.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전복의 묘를 잘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투영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주체와 객체가 구분되기 힘든 표리의 관계임이 명징해 진다.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노는 것이고 고양이 또한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이다.
모름지기 관계란 그런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인간의 확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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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보고 :: 2013/07/31 00:01

일이 되게 하는 것과 보고를 잘 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일이 되게 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보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보고 스킬만 늘어나고 보고 받는 자를 현혹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보고는 강해지고 일은 약해지고. 악순환이다. ^^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보이는 것만 챙기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을 일단 챙겨야 눈에 보이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눈에 보이는 것을 우선 챙기게 된다. 하지만, 밑단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문제가 생겨도 그건 챙기나 안 챙기나 눈에 띄게 나쁜 일이 당장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일단 안 챙기게 된다. 거기서 일과 보고 간의 균열이 발생하게 되고, 일과 보고 간의 갭은 점점 커져만 간다.

보고는 말로 때울 수 있는 영역이 넓은 반면, 일이 되게 하는 것은 말로 때울 수 있는 영역이 매우 좁다. 그래서 보고 잘하는 것이 일이 되게 하는 것보다 쉽다. 그렇게 쉬운 것에 집중하다 보면 어려운 것을 해내는 스킬은 점점 약해지게 된다. 또한, 일이 잘 안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보고를 잘해서 말로 때우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그것 자체에서 허황된 희열을 느끼게 되면서 그런 짜릿함(?)에 속아 넘어가는 재미에 맛을 들이게 되면 보고와 일 간의 괴리는 더욱 깊어만 가게 된다.

그건 일종의 함정이다.

진정한 승부처는 일이 돌아가는 현장인데, 일과 이원화된 트랙으로 얼마든지 빠질 수 있는 보고의 구라에 승부를 걸고 거기서 winner가 되는 성과(?)를 도출하게 되면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늪 속 생활에 젖어 들게 된다.

보고는 일의 반영이어야 한다.

보고가 일을 부풀리고, 보고가 일을 은폐하고, 보고가 일을 지나치게 앞서가고, 보고가 일을 모호하게 만들고,.. 보고가 일을 서포트하는 게 아니라 보고가 일을 유린할 때 보고는 일로부터 멀어진 채 자신 만의 길을 가게 된다. 그리고 점점 무리한 자체 증폭 효과를 통해 일로 랜딩하기에는 너무나 먼 안드로메다로 떠나 버린다. 그건 보고가 아니라 사기다.

가장 좋은 보고는 일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사골곰탕 같은 모습이다. 좋은 리더는 사골곰탕스러운 보고와 겉만 화려한 껍데기 보고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기스러운 보고가 발을 붙이지 못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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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몬드 | 2013/07/31 09: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공감합니다. 미래의 보고는 현재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묘사해서 보고에 필요한 정보만 간추려내는 기술이 사용되지 않을까요? ^^

    • BlogIcon buckshot | 2013/07/31 09:27 | PERMALINK | EDIT/DEL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조직 혈관 내 콜레스테롤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수 있으려면 몸에 좋은 것을 가려 먹을 줄 아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 초하수 | 2013/07/31 13: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랫사람들이 보고의 형식이나 절차에 신경쓰지 않고 좀 더 일에 집중하고
    사기스러운 보고로 먹고 살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고받는 사람이 일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알고
    깊은 통찰과 고민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리더들은 부하들이 텍스트 세 줄로 요약 보고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겠죠.

    • BlogIcon buckshot | 2013/08/01 09:19 | PERMALINK | EDIT/DEL

      예,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일'이 되게 하는 쪽으로 조직을 가이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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