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에 해당되는 글 7건

무기력과 편의성 :: 2017/01/11 00:01

스케일링도 하고 치아 점검도 할 겸해서 몇 년 만에 치과에 갔다.

치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나로선
의사가 하는 얘기에 대해서 토를 달 수가 없었고
그냥 의사의 얘기대로 나의 치아를 맡길 수 밖에 없았다.

완벽한 무기력함인 동시에
더할 나위 없는 전문화의 향연이며 거기서 우러나오는 편안함

무기력하다는 것은 편하다는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편리함이 있다는 얘기다.

사람은 편리함에 끌리게 되어 있다.
편리하면 편리한 쪽으로 기울게 되어 있고
그렇게 기울어진 필드 속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계속 기울기가 유도하는 낮은, 편안한 지점으로 이동하게 된다.

특히 전문화에서 비롯된 무기력함은
권위에 대한 존중, 아니 복종에 근거하고 있는지라
더욱 더 편의성과 맞물리면서 위력을 더하게 된다.

위력적인 무기력함의 세계

그렇게 치아 점검, 관리, 치료의 시간은 흘러갔고
나는 거기서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날 하루 중에서 가장 무기력한 시간을 치과에서 보냈다.
그 기간 동안에 철저히 무기력한 신체가 되어 멍한 상태로 입을 벌리고 시간을 흘려 보냈다.

그렇게 흘러가는 무기력의 시간.
내가 의도한 무기력이 아니라 나에게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무기력
내가 의도한 무기력은 나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력함이겠으나
나에게 주입되는 무기력은 내 외부의 강력함과 비견되는 나의 왜소함을 극명히 드러내는 시공간.

그런데..
치과에서만 무기력이 주입되는 건 아닐 듯 하다.

결국 포트폴리오의 문제다.
나에게 주입되는 무기력의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으니
나는 어떻게든 내가 의도하는 무기력의 시간을 늘려갈 수 밖에 없다.
누가 누구의 무기력을 주도하는 가??   ㅋㅋ



PS. 관련 포스트
힘있는 무기력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2094
NAME PASSWORD HOMEPAGE

오해와 재밍 :: 2014/02/05 00:05

오해(誤解):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앎. 또는 그런 해석이나 이해.



우리는 오해 속을 살아간다. 자신 만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정확히 사실을 직시하기가 힘든 것이고 모든 사람이 렌즈의 굴절 현상으로 인해 사물을, 사람을, 관계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자신 만의 묘한 결로 해석을 하게 되는데 그 해석이 실재와 괴리가 제법 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시로 오해하고 수시로 오해 받는다. 오해는 인간의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삶의 양식 그 자체이다.

그런데..
'오해'를 '오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해란 단어에서 부정적인 기운을 걷어낸다면 오해는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오해가 없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단조로울까? 무엇이든지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그것에 대한 한 치의 착각도 허용되지 않는 명징함이 공기를 가득 메우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오히려 오해가 있기 때문에 삶의 색깔이 다채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오해를 의도된 행위라고 본다면, 오해는 재밍과 접목될 수 있겠다. 재밍은 즉흥적인 변주 행위를 의미하는데 가끔 재즈를 듣다 보면 재밍의 진수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고 그런 기운을 내가 하는 행위에 연결시키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오해'란 단어를 새롭게 조명해 본다면 어떨까. 오해를 인지 체계의 오류로 인한 에러로 간주하지 말고 오해를 매우 적극적인 재밍 행위로 규정한다면?

오해는 '인지적 재밍'이다. 오해는 사물이란 악보를 보면서 악보 그대로 사물을 이해하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재밍(오해)하는 것이다. 오해는 사람이란 악보를 보면서 악보에서 규정하는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고 그것의 외연에 존재하는 악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행위이다. 오해는 관계란 악보를 보면서 악보의 권위에 내재한 암묵적 강압을 살짝 비웃어주면서 악보 속에 숨어 있는 신선한 일탈의 기회를 적극 발굴하는 행위이다. 오해가 갖고 있는 긍정적 DNA를 증폭시키면서 오해를 즐길 수 있다면 오해는 재즈 뮤지션들의 멋진 재밍보다 더 깊이 있는 혁신적 연주로 이어질 것이다.  

세상은 오해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그건 재밍의 기운이다. 멍청하고 둔해서 오해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깨어있고 명민하니까 오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오해를 혁신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 오해의 재밍을 연주하면서 세상을 자신 만의 선율로 수놓을 수 있는 자.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의 오해를 계속 축적하고 그렇게 쌓인 오해들이 나만의 재밍 연주 리스트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을 행복감 가득한 미소로 바라봐줄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재밍, 알고리즘
나는 뮤지션이다.
Jam Reading
복사기 vs. 재즈뮤지션
시선과 거리
생각의 파동, 언어의 파동
이름 함정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557
NAME PASSWORD HOMEPAGE

믿음과 바보 :: 2013/05/17 00:07

10년 전이다..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갔다. 비빔밥을 시켰다. 비빔밥이 나왔다. 앞에 고추장인가 싶은 게 있어서 그걸로 비볐다. 그런데 이상하게 잘 비벼지지 않았다. 넘 뻑뻑했다. 그래도 열심히 비볐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비볐다. 그래서 한 그릇을 뚝딱 다 먹었다. 다 먹고 나서야 알았다. 그게 고추장이 아니라 설렁탕에 넣는 다대기였다는 것을..

최근이다.. (3월2일 토요일 저녁)
집사람이 냉장고에 포도주가 있다고 했다. 딸내미에게 포도주를 갖고 오라고 했다. 딸내미가 포도주를 갖고 왔다. 큰 통을 열었더니 포도주가 떡이 져 있어서 그걸 스푼으로 억지로 퍼내서 컵에 담은 다음, 그것에 물을 퍼서 휘저었는데 잘 휘저어지지가 않았다. 억지로 휘저어서 벌컥벌컥 넘겨 마셨다. 마시고 난 후에야 알았다. 그게 포도주가 아니라 딸기잼이었다는 것을..

10년 전과 최근 사이에도 이런 일화들은 무수히 많다. 쩝..

뭔가를 굳건히 믿고 (다대기를 고추장이라, 딸기잼을 포도주라)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의식을 수행하는 머저리 같은 나의 모습에서 나는 믿음의 힘을 느낀다. 뭔가를 강하게 믿을 때 뭔가로부터 파생되는 또 다른 뭔가에 대한 감각체계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감각체계의 전복을 통해서 나의 인지와 경험은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일상 생활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면 곤란하겠지만 사유의 세계에선 이런 일을 얼마든지 겪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A를 A로만 여기고 생각을 하다 보니 생각의 홈이 특정 경로로만 너무 깊게 파여서 자칫 단조로운 사유 패턴에서 한 치의 일탈을 즐기는 것도 그리 쉽지 않으니 말이다. 가끔은, A를 완전히 다른 B로 믿고 B에 대한 생각의 결을 펼쳐나갈 수 있는 바보 머저리가 되고 싶다. ^^


PS.
사실, 3월2일 토요일 저녁의 해프닝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3월1일에 무심코 딸내미(10살)가 피아노학원에 가서 피아노 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근데 딸내미가 치는 피아노 솜씨가 의외로 괜찮았다. 별 기대 없이 갔다가 살짝 놀라버렸다. 아니 제법 많이 놀랐던 것 같다. 딸내미는 내일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는데 집에서 연습하면 시끄럽다고 항의가 들어오니 학원에서 파이널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3월2일 토요일, 딸내미는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하러 갔고 나는 "설마 상이야 받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집에서 TV나 보고 빈둥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몇 시간 후에 딸내미한테서 전화가 왔다. 3학년 부문 대상을 받았다는 거다. 전체 참가인원이 거의 100명이었다고 한다. 완전 깜놀이었다. 갑자기 딸내미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고 대견스러움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부랴부랴 밖으로 나가서 딸내미에게 맛있는 저녁을 사주었고 급기야 스마트폰까지 사주게 된다. ㅠ.ㅠ  그리고 집에 와서 멍하니 널브러져 있다가 딸내미한테 포도주를 가져오라고 했고 딸내미는 포도주를 가져왔고 난 그것이 당연히 포도주라고 믿고 열심히 먹게 되었던 것이다. 그 날 저녁엔 딸내미가 무슨 말을 해도 난 다 믿었을 것 같다. 3월2일은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확실하게 학습을 했던 날이다. ^^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526
  • toms sale

    Tracked from toms sale | 2013/06/13 10:48 | DEL

    I constantly spent my half an hour to read this website articles Read & Lead - 믿음과 바보 all the time along with a cup of coffee.

  • toms shoes

    Tracked from toms shoes | 2013/06/13 10:49 | DEL

    I know this web page gives quality depending articles or reviews %title% and additional material, is there any other web page which gives these stuff in quality?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3/05/17 00: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헐... 메시지엔 공감하더라도 사례가 좀 심한 거 아닌가요? ㅋㅋㅋ 사물은 오감으로 느껴지니 저런 일이 아무한테나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형태가 없는 개념의 경우에는 진짜 집단적으로 바보가 되는 일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바보됨을 즐기고 천착해서 새로운 세계를 열든지, 나름의 분별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든지 본인 선택이겠죠. ^ ^

    • BlogIcon buckshot | 2013/05/17 15:15 | PERMALINK | EDIT/DEL

      예.. 아무리봐도 사례가 좀 심해요.. 너무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함 적어보았어요. 새로운 세계의 열림과 분별력의 견지는 백지 한 장의 차이인 것 같아요. 참 재미가 있어요. ^^

NAME PASSWORD HOMEPAGE

가상현실 :: 2012/05/23 00:03

우리가 현실이라 믿고 살아가는 세상은
실은 가상현실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지극히 제한적 기능을 갖고 있는 감각/사고기관에 투영된 정보들을
버그투성이 프로세싱을 통해 억지해석 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엉터리 상을 현실이라 믿고 살아가는 거대한 기만. ^^




PS. 관련 포스트
가상, 알고리즘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364
  • BlogIcon Playing | 2012/05/25 10:4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아 너무 동감되는 글이네욤! '영원'이란 시간적인 개념도 인간이 만들어낸 쉽게 무너지는 관념같구요~

    아무튼 그래도 좋은 면도 있으니 모든 걸 순리대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살면 좋겠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2/05/26 19:57 | PERMALINK | EDIT/DEL

      허상을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될 것 같습니다. ^^

NAME PASSWORD HOMEPAGE

측정과 착각 :: 2011/03/14 00:04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란 말을

'측정하면 관리할 수 있다'란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측정하면 관리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측정'엔 무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



PS. 관련 포스트
측정, 알고리즘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175
NAME PASSWORD HOMEPAGE

플랫폼은 의사결정을 한다. :: 2010/10/15 00:05

G마켓에서 청바지를 검색해서 상위에 노출된 청바지 중 몇 개를 골라서 상품상세 페이지에 나와 있는 상품정보와 구매자들의 상품평을 읽어 보고 구입했다. 여기서 구매결정자는 구매자일까? 아니면 수많은 상품이 인기도에 의해 정렬되고 구매평이 쌓이고 있는 G마켓 플랫폼일까?

인간은 '의사결정의 착각' 속을 살아가는 경우가 꽤 많다. 자신이 의사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자신이 처한 맥락/프레임이 사실상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고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 portion은 냉정히 판단할 때 극히 적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인간은 상황을 통제하고 결정하고 있다는 착각을 할 뿐, 실질적인 통제/결정의 범위는 매우 왜소할 수 있다.

플랫폼은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은 없고 단지 판을 깔아 놓고 거기에 수많은 관계자들을 참여시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은 분명 판 깔기 역할에만 머물고 있진 있다. 플랫폼은 사실상 자신만의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갖고 있고 그것을 플랫폼 참여자에게 은근 학습시키고 있는 것이다. G마켓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자는 자신이 구매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만 그 기저엔 자신의 의사결정을 온통 진두지휘하는 G마켓 알고리즘이 깔려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메뉴를 선택하는 것,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메뉴를 선택하는 것. 소비자는 스타벅스와 맥도널드가 정교하게 세팅한 의사결정 프레임 위에서 단지 마이너한 구매결정을 할 뿐이다. 실질적인 구매 관련 의사결정은 스타벅스와 맥도널드가 이미 메이저하게 내려놓은 판일 뿐인 것이다. ^^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소비자의 정보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진다 하더라도, 상품 자체의 진정성에만 몰입하기는 그리 쉽진 않을 것 같다. 소비자들은 마케터들과의 두뇌 싸움에서 밀릴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인간 뇌의 일부는 도마뱀과 같이 원초적/저차원적(?^^) 메커니즘 하에 작동하고 있고, 인간의 구매결정 프로세스는 그닥 합리적이지 못한 약점을 많이 드러내기 마련이다. 마케팅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플랫폼이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에서 구매자가 자신이 구매결정을 주도한다고 생각하는 한 말이다. ^^

앞으로는 소비할 때, 한 번 상황 판단을 해보면 재미 있을 것 같다. 과연 누가 구매결정을 하는 것인지. 후결 알고리즘이라고나 할까? (누가/who 결정하는가?) ^^



PS. 관련 포스트
결정, 알고리즘
뉴로마케팅과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 구뇌를 자극하는 사기 마케팅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082
  • BlogIcon New Ager | 2010/10/17 00: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용남군이라고 합니다.
    전부터 몇 번 접속해서 이모저모 글을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블로그의 포스에 압도됩니다!
    이 밤에 알고리즘에 관해 뜻깊은 생각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0/10/17 10:41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누추한 곳에 방문해 주시니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부족한 글에 용기를 주시니 힘이 나네요. 즐거운 주말 시간 되십시오. ^^

  • BlogIcon 고구마77 | 2010/11/16 16: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buckshot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건강하시죠? ^~^

    글을 읽어보니 얼마전에 DBR에 내려던 칼럼이랑 맥이 흡사한거 같네요.
    bucksho님 글보다는 관점은 좀더 미시적이긴 합니다.
    시간되실때 읽어보실만 할거 같아 링크겁니다.

    http://blog.naver.com/pupilpil/120115738200

    • BlogIcon buckshot | 2010/11/17 23:44 | PERMALINK | EDIT/DEL

      부족한 포스트에 귀한 포스트를 트랙백 걸어 주시니 부끄러운 마음과 감사의 마음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찬찬히 읽어 보면서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구매의사결정 프로세스는 분명 변혁의 길목에 진입한 느낌입니다.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NAME PASSWORD HOMEPAGE

숫자, 알고리즘 :: 2008/12/29 00:09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발표한 2008년 10대 히트상품 리스트를 보니 1위가 촉각형 휴대폰(햅틱 등)이다.  손끝으로 느끼면서 조작하는 신감각 휴대폰이라는 설명과 함께..

촉각..

촉각이란 단어를 보니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에 나오는 한 구절이 연상된다.


촉각의 확장과 측정..

측정하면 측정당하고 지배하면 지배당한다. (2008년 5월 16일자 포스트)

뭔가를 측정한다는 것은 단지 뭔가가 갖고 있는 정보를 단편적으로 읽어내는 것에 불과한 것인데, 측정을 계속 하다 보면 측정 자체에 몰입하게 되고 측정을 통해 뭔가에 대해 온전히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착각은 촉각의 확장인 숫자가 나름의 독자적 생명력을 획득했다는 것이고 숫자가 생명력을 갖고 계속 '자가증식'하면서 다른 감각의 균형 있는 성장/발전을 저해해 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감각이 넘 발달하면 다른 감각은 진보가 더딜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 시각이 지나치게 발달하면 청각,후각,촉각,미각은 상대적인 열세를 보이기 마련..

숫자에 밝다는 것은 좋을 수 있는 것이다.  숫자에 밝으면 숫자 간의 관계(Ratio, 비율)에도 밝을 수 밖에 없고, 덩달아 Rational(합리적)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일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숫자에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숫자의 독자적 생명력에 함몰될 우려가 농후하다. 숫자 자체의 미학에 빠져서 숫자의 우아함만을 지향하게 되면, 숫자의 미로 속에 빠져 정확한 현실 직시를 하기 어렵게 될 수 있고 숫자에 집중한 나머지 숫자의 지배를 받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살아가면서 내가 몰입하고 내가 중요시 하는 숫자에 대해선 가끔씩은 점검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각자만의 중요한 숫자(Key Metrics)를 갖기 마련이다. 그리고 거기에 얽매이고 지배를 받기 십상이다. 내가 중요시 하는 숫자, 나를 지배하는 숫자가 뭔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지배관계에 넘 함몰되지 않도록 나 자신을 컨트롤할 필요가 있다.  

감각의 확장은 결국 감각의 마비로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




PS.
숫자가 촉각의 확장이라면..  감각기관에 접수되는 다양한 정보를 장악/포섭하려는 감정적 욕구에 의해 숫자가 탄생하고 논리/합리/이성이 창발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논리적/합리적/이성적 사고 프레임의 기저엔 대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감정적 동기가 자리잡고 있을 수 있다. 측정/지배하고자 하는 욕구는 반작용에 의해 측정/지배당하는 역전 현상을 낳게 되는 것이고..  로지컬 프레임에 기반한 감정적 지배 욕구가 역 지배를 낳게 되는 현상.. 감각-감정 알고리즘에 의해 원격 조정되는 어설피 이성적인 인간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즉, 이성 알고리즘은 감각-감정 알고리즘의 하위 알고리즘인지도. ^^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769
  • 느끼는 뇌

    Tracked from Inuit Blogged | 2009/01/03 00:58 | DEL

    저명한 인간 생태학자인 Eibl-Eibesfeldt는 말했습니다. 아마도 인간은, 포식자들에 대한 기본적 공포에 더해서 지적인 능력에 기초한 실존적 공포까지 지닌, 가장 공포에 찬 피조물이다. Joseph LeDo..

  • BlogIcon 파아랑 | 2008/12/29 01: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감각의 확장은 마비로 이어지지만, 다시 더 큰 감각을 향한 욕구와 다시 마비...이런 순환이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안녕하세요~^ㅁ^요즘에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연말연시 잘 보내세요~

    ps. 를 보니,, 감정적 지배욕구가 인간의 기본 욕망인 성(性)으로 잘 나타나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07년 부천영화제에서 무대인사를 했던 히로키 류이치 감독이 저런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자신은 지배의 욕망과 지배당하고 싶은 욕망을 연달아, 또는 함께 느낀다구요...(그는 이를, sm과 연관시켜서 말하긴 했지만요..)^^:;

    • BlogIcon buckshot | 2008/12/29 07:57 | PERMALINK | EDIT/DEL

      파아랑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감각의 확장이 마비로, 마비가 또 다른 확장으로... 감각기관은 분명 계속 욕구를 향해 운동을 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말연시 되십시오~ ^^

  • BlogIcon | 2008/12/29 08: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불현듯, 벅샷님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1인 ^- ^
    햅틱폰은 사람들이 좋아해서 잘 팔린 것인지, 삼성에서 마케팅해서 잘팔린건지
    헷갈립니다.
    요즘은 고객 욕구보다 기업의 제품 개발이 더 빨라진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
    고객이 미처 자신의 욕구를 깨닫기도 전에, 새로움의 욕구를 강요당한다는 기분을...;;
    완전 소비의 경제학...;

    • BlogIcon buckshot | 2008/12/29 20:16 | PERMALINK | EDIT/DEL

      전 40을 코앞에 둔 탈모 회사원입니다~ ^^

      햅틱폰..
      솔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고객의 잠재된 욕구를 읽어내는 소비자 마케팅,
      트렌드를 만들고 그 트렌드에 탑승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만들어 내는 소비자 마케팅..

      마케팅과 소비자 간의 긴장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흥미진진하게 지속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 2008/12/29 20:34 | PERMALINK | EDIT/DEL

      하지만 저처럼 완전 후기적응자..혹은 끝내 수용하지 않는 고객 집단들에게는 힘든 세상입니다. ㅠ_ ㅠ
      전 예전 처럼 실용적이고 오래쓰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처럼 트랜드가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것은 좋지않아요..ㅠㅠ 자원낭비 차원에서도...

      그리고 요즘 핸드폰들 품질이 굉장히 뛰어나 보이지만 내구성은 엄청나게 떨어집니다. 디자인과 기능에 치중하다 보니까 오래가면 갈 수록 금방 고장난답니다. 물론 초기 1~2년은 엄청 튼튼하죠 ^^;
      이게 기업들이 트렌드가 1~2년안에 바꾸니까 내구도를 일부러 낮춘것인지, 그냥 우연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계속 돈쓰게 만드는 요즘 흐름이 싫어요 ㅠㅠ

    • BlogIcon buckshot | 2008/12/29 22:12 | PERMALINK | EDIT/DEL

      저도 IT 후기적응자 집단에 속하고 있습니다. ^^

      지금 쓰고 있는 핸드폰은 구입한지 2년 6개월이 지났는데 거의 너덜너덜한 상태입니다. 사실 그 핸드폰도 그 전에 3년간 쓰던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산 것이구요. 통화가 안되는 그 순간까지 지금 사용중인 핸드폰을 계속 쓰게 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재밍 | 2008/12/29 14: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무언가 능력이든, 경험이든 팽창시키고 축적하려는 노력이 과도하면 그 자체에 사로잡혀버리는 중독과 집착의 폐단이 나타나는 것도 같습니다.
    돈으로 대표할 수 있는 숫자에 대한 부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어떻게 보면 블로그도... ^^

    • BlogIcon buckshot | 2008/12/29 20:17 | PERMALINK | EDIT/DEL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과도하면 결국 지배당하는 것 같습니다. 균형감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블로그도 넘 과도하게 하지 않으려고 나름 룰을 세워서 하고 있구염~ ^^

  • BlogIcon 토댁 | 2008/12/29 20: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 40을 코앞에 둔 탈모 회사원입니다.....에서
    급 쓰러진 토댁임당. 히히히..
    읽었던 포스드 내용이 확~ 뇌리에서 사라져 버리공...ㅎㅎ

    40이 코 앞이시면 저랑 비슷하게 가시구요,
    탈모라시면 내남자랑 동급이시구여..
    앗, 회사원,,,이 대목에서는 다르구먼요.
    토댁인 ceo....ㅋㅋㅋ..

    전 아직 나이의 숫자엔 장악도 포섭도되지 않을듯..해요~~~
    낭랑18세로 삽니다..

    좋은 날 되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8/12/29 22:14 | PERMALINK | EDIT/DEL

      사실 이젠 탈모란 말도 과분합니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전 40을 코앞에 둔 대머리 회사원입니당~

      사흘 지나면 40인데..
      앞으로 평생 40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놀이와 같은 공부, 공부와 같은 놀이를 평생 지속하며 살아가고 싶네염~ ^^

    • | 2008/12/30 07:49 | PERMALINK | EDIT/DEL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12/30 08:43 | PERMALINK | EDIT/DEL

      예, 맞습니다.
      하핫, 정말 반갑네영~ ^^

  • BlogIcon 덱스터 | 2008/12/30 01: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ㅎㅎ

    캘빈경이 숫자로 표현하지 못하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숫자로 세는 방법이 틀렸으면 이미 거기서부터 틀어진거죠 ^^;;;

    • BlogIcon buckshot | 2008/12/30 07:03 | PERMALINK | EDIT/DEL

      숫자로 표현하지 못하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 숫자로 표현하지 못하면 제대로 아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 불안하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평가할 수 없다.
      →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평가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찜찜하다.

      요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당~ ^^

  • BlogIcon 해피아름드리 | 2008/12/30 21: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40~!!!
    불혹??? 부록..이라고 하더라구요^^
    올해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니더라구요 ㅎㅎ...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 6시그마 같네요 ㅋ~
    새해엔 하시는 모든일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새해복 마아니~~ 받으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8/12/30 22:08 | PERMALINK | EDIT/DEL

      예, 저도 흥겨운 맘으로 40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
      솔직히 전 심한 노안(늙어보이는얼굴)이어서 시간이 훌쩍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내심 있는 편이거든요~

      즐거운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 BlogIcon inuit | 2009/01/03 00: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성, 알고리듬' 포스트가 기대되는군요. ^^

    • BlogIcon buckshot | 2009/01/03 07:17 | PERMALINK | EDIT/DEL

      그냥 inuit님의 금번 포스트를 정독하는 것으로 갈음할까 생각 중입니다. ^^

  • BlogIcon 구월산 | 2009/04/21 08: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 글을 다시 보니 정말 좋은 글입니다. 저는 제가 쓴 과거 글을 보면 괜히 쑥쓰럽고 모지란 느낌을 많이 받는데 이글은 다시 보니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드니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4/21 09:16 | PERMALINK | EDIT/DEL

      최동석 경영연구소에서 너무 공감하는 글에 깊은 인상을 받은 나머지 조악한 옛날 포스트를 트랙백 걸었는데 아마 그것을 보신 것 같네요. ^^

      다시 보아도 역시 조악합니다.
      구월산님 글이야말로 예전 글을 지금 보아도 배움이 새롭게 생겨나는 글입니다. 전 아직 더 배워야 합니다..

NAME PASSWORD HOMEPAGE
< PREV #1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