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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다 :: 2019/09/02 00:02

내게 있어
소설을 읽는다는 건
마음에 공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에 스토리를 머금을 수 있는 스페이스가 마련될 때 소설을 읽게 되는 것 같다.

마음에 공간이 생겨날 때
마음에 공간을 준비할 때
마음에 공간을 디자인할 때

소설을 읽는다는 건
마음 속에 집을 한 채 짓는 일과도 같은 것 같다.

공간 디자이너의 마인드가 충만해질 때
어김 없이 내 눈은 소설 속 문장들을 향하고 있다.

건축자재들이 끊임 없이 마음 속 공간으로 입수되고
그것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건축물로 형상화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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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게 만드는 힘 :: 2018/12/07 00:07

읽는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행위다.

그래서 나로 하여금 읽게 만드는 것에 나는 경의를 표한다.

내가 읽기라는 중요한 행위를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건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고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요즘 나로 하여금 읽게 만드는 것들을
나열하면서
그것들이 나를 견인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독자로 만드는 힘
나를 독자로 살아가게 만드는 동력
나로 하여금 계속 독자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들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은근한 파워
그 강력함에 나는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걸 읽게 만들었는지.

왜 난 그걸 읽는 것인가?

왜 읽는가?

읽는다는 건 어떤 행위인가?

나는 어제 무엇을 읽었고
오늘 무엇을 읽고 있으며
내일 무엇을 읽을 것인가?

그것들은 서로 어떤 관계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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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감(感) :: 2017/11/22 00:02

퍼블리는 유료 컨텐츠 서비스인데 살짝 톤앤매너가 독특하다.

각각의 컨텐츠에 시간 표기가 되어 있다.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인데..
그걸 보노라면 기분이 묘해진다.

텍트스 위주의 컨텐츠에 시간이 매겨져 있다니.
웹 컨텐츠이다 보니 '총 **페이지'리고 표기하기도 좀 뭐하겠으나
그렇다고 시간을 표기하다니.. 헐..

그런데
첨엔 이상했는데
보면 볼수록 느낌이 괜찮다.  ㅋㅋ

마치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같다고나 할까.
텍스트를 읽는 게 아니라 상영되는 텍스트 영상을 본다는 느낌?

정적인 텍스트 정보를 소비하면서
동적인 영상 정보를 소비한다는 느낌을 갖는다는 건 컨텐츠 소비에 있어선 새로운 지점 형성이니까.

텍스트를 읽으면서
영상 플로우를 본다는 느낌을 받게 되니까
정보 소비에 있어서 퍼블리가 왠지 멋져 보이는 컨텐츠 소비처로 인식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경험 속에서 텍스트와 영상에 대한 기존의 생각에도 크랙이 가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텍스트가 스트리밍될 때
정적인 텍스트는 일종의 상영감을 제공하게 되고
컨텐츠 소비자는 그런 스트리밍감(感) 속에서 컨텐츠를 새롭게 감지하고 그 지점에서 이전 방식으론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영감도 받게 되는 것 같다.

넷플릭스와 퍼블리
내겐 그리 다르지 않은 서비스이다.
컨텐츠 필터링 체계를 잘 통과한 웰메이드 컨텐츠들이 아카이빙된 매력적인 곳
컨텐츠의 포맷은 다르지만 큰 틀에 있어선 결국 둘 다 SVOD

읽기과 영상 보기 간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좋다.
읽기가 스트리밍이라면, 나는 스트리밍 기계가 되는 것이고
스트리밍이 읽기라면 나는 흘러가는 영상 속에서 텍스트를 추출하는 텍스트 익스트랙터...

넷플릭스와 퍼블리는 둘 다 내게 있어선 중요한 정보 출처
나를 더 좋은 입처로 만들어주는 고마운 출처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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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 :: 2017/05/26 00:06

숨어 있는 뉘앙스를 읽어낼 때
뉘앙스를 읽기 전과 후가 달라진다
뉘앙스가 공기의 결을 바꾼다

그리고
내가 입력하는 뉘앙스가 새로운 인풋이 될 때
더욱 흥미를 느낀다

내가 읽어낸 뉘앙스
내가 투입하는 뉘앙스

뉘앙스와 뉘앙스가 만나서 어우러내는 혼합물

딸기 바나나 쥬스의 맛을 좋아한다는 건
딸기의 뉘앙스와 바나나의 뉘앙스가 혼합되어 새로운 뉘앙스가 생성되었을 떄인데

뉘앙스 놀이가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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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와 계절 :: 2017/05/17 00:07

문학동네 2016년 여름호를 읽는다.

문학동네 2017년 봄호로 이미 종료된 장편소설을
다시 읽는다.
문학동네 2016년 여름호에서 시작된 그 장편소설

장편소설이
계간지가
그리고 내가
계절을 품는다.

하나의 소설에서 계절의 향기가 피어오르고
하나의 계간지가 머금고 있는 계절 속에서
계절을 만끽하러 들어간 장편소설 다시 읽기의 시간은 계절 그 자체가 된다.

계간지엔 계절이 담겨 있다.
앞당겨진 계절이 담겨 있다.
그리고 뒤로 기약을 남기는 계절도 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 계절을 방문한다.
2016년 여름을 다시 방문하면서
나는 장편소설 연재를 독자 입장에서 전개한다.

내가 쓰는 장편소설이다.
내가 읽으면서 다시 써내려가는 장편소설이다.

내 마음 속에 필사를 하면서
내 마음 속에서 변주를 하면서
나는 지금 계절을 읽어내고 있다.
그리고 계절은 나를 읽어내고 있다.

계절과 내가 서로를 읽으면서
2016년 여름은 그렇게 더욱 깊어만 간다.
그 계절은 지나가지 않았다.
아직도 내 안에서 살아있고
앞으로도 나는 계속 그 계절을 소환할 것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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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 미리보기 :: 2017/05/10 00:00

도서 사이트에 가서 신간 e북을 훑어본다.
e북 미리보기 기능을 이용해서 초반 수십페이지를 둘러보는 경험이 좀 이채롭다.
예전엔 책 소개 내용을 읽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 책 내부까지 둘러볼 수 있게 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
이젠 서점에 가지 않아도 책 내용을 어느정도 미리 읽어보는 경험이 가능해졌다는 건데.
나름 인상적이고
제법 충격적이다.

이게 가능하다면
이제 스토리리딩 관점에선 천국의 문이 열린 게 아닌가 싶기도. ㅋㅋ

그리고
내친 김에
미리보기 기능이 좀더 진화했으면 싶기도 하다.
책 내용을 전부 볼 수 있게는 해주되 일정시간이 지나면 내용을 볼 수 없게 해주는 등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훑어보는 것에 준하는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면
e북 경험은 더욱 다채로운 전기를 맞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점점 오프라인 서점 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온라인으로 채워주는 식으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오프라인 서점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도서몰의 이북 미리보기 기능..
정말 대단한 경험이다.
진짜 온라인 서점이 탄생했다. 
특히 소설의 경우, 책을 사지 않아도 소설의 첫 문장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놀랍다. 이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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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생각 흐름 :: 2017/04/17 00:07

소설을 읽으면
단지 소설 속 이야기를 읽고 느끼는데 그치지 않고
소설과 관련 없는 생각의 흐름도 소설 읽기의 영향권 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소설을 읽는다는 건
내 안에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흐름이 생겨나는 것이다.
스토리라인 상의 플로우가 그것인데..

소설 속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그것이 내 안에서 어떤 생각 흐름의 소재로 작동하는 느낌이다.
소설 속 개연성이 만들어내는 궤적이 무의식적으로 내 안으로 파고 들어오는..

결국 난 본능적으로 소설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 자체도 좋지만
소설을 읽음으로 인해 내 안에 형성되는 생각 흐름들.. 
핍진성의 힘..
그게 좋아서 소설을 읽고 있다. 나는 지금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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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찜 :: 2017/03/31 00:01

온라인 사이트에서 특정 책에 대한 정보를 훑어보고
그 책이 맘에 들면 책을 구입하진 않고 일단 찜을 하고 본다.
바로 구매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충동구매 비중이 높을 거라서
한 타임 자제하는 과정을 갖는 것인데..

그렇게 하다 보니
찜 리스트에 쌓여가는 책들이 제법 많아졌고
그렇게 늘어난 찜 리스트를 둘러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쇼핑하는
구매하는
쾌감도
나름 있지만

쇼핑하려고 했던 것을 참는
구매하려고 했던 것을 보류하는
쾌감도
만만치가 않은 듯 하다.

참는다는 것
자제한다는 것
보류한다는 것
나의 뇌와의 텐션 게임에서 한 발 앞서는 듯한 느낌
뇌를 너무 잘해주려고만 하지 말고
뇌를 살짝 놀려먹는 재미에도 소소한 맛이 있다.

오늘도 난
책 찜 리스트에 저장된 책 제목을 보면서
책 제목을 클릭하면서
어쩌다 보니 본의 아니게 구성된
나만의 온라인 서점 속 책 향기를 느낀다.

그리고
오늘도 난 새로운 책을 나의 찜 리스트에 추가한다.
어쩌면 책을 구매해서 읽는 것보다
책을 찜해서 상상하는 게 더 유력한 독서 행위일 지도 모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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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과 남아있는 것 :: 2016/12/16 00:06

소설을 읽는다.
소설을 읽어나가면
읽은 분량과 읽지 않은 분량 간의 경계선이 계속 이동하게 된다.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
그 둘 간의 경계

그 경계선에서 두 영역 간의 관계가 발생한다.

내가 읽은 내용과
내가 읽지 않은 내용이
서로 대화를 한다.

내가 설치한 무대 위에서
두 주인공이 대화를 나누는 구도

그건 내가 연출한 연극 무대

그저 소설을 읽어나가면 되는
독특한 연극 연출의 상황

두 주인공은 경계선 상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자신들을 인지하고 규정하게 된다.

그런 흐름을 무의식적으로 느끼면서
나는 계속 소설읽기를 진척시킨다.

소설 읽기가 중단되면
경계선은 이동을 멈춘다.

하지만 이동이 중단되었다고 해서
대화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대화는 계속 진행된다.

어디서 경계선이 형성된다고 해도 (첫문장이든, 첫장이든, 중간이든, 마지막장이든, 마지막 문장이든(
경계선은 곧 대화다.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경계선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보게 된다.

그건 소설에 적혀있는 태생적 스토리와는 다른 또 하나의 세계이다.

그 세계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서인지
나는 오늘도 계속 경계선을 이동시키거나,
중단된 경계선 위에 물끄러미 시선을 고정시킨 채 내가 읽은 영역과 남아 있는 영역 간의 대화를 경청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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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이야기 :: 2016/12/12 00:02

소설을 읽는다는 건 잔여 분량을 지워나가는 것이다.

첫 문장을 읽을 때
첫 장을 넘길 때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될 때
이야기의 흐름이 최고조에 이를 때
마지막 장을 앞두고 있을 때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

소설을 읽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잔여분량은 재구성된다.

내가 소설 속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내가 읽지 않은, 남아 있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재편되고 새롭게 직조된다.

소설을 읽는다는 건 이야기 구조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작가에 의해 씌어진 것이지만
소설이 독자들의 손에 넘겨지는 순간
그 이야기는 각각의 독자들에 의해 그들만의 흐름으로 구성되고 진행된다.

남아있는 이야기.
남아있다는 그 자체가 매력적이다.

내가 읽는 소설들은
작가가 짜놓은 생성 틀 속에서 모두 각자의 태생적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고
내가 독자로서 수놓는 읽기 틀 속에서 잔여 이야기가 계속 동적으로 생성된다.

내가 의식적으로 주의를 투입해서 읽어낸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이 공존할 때
나의 관심을 충분히 받은 내용도, 내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내용은 모두 각각의 이야기로 생성되고 흘러간다.

다 읽은 소설과 다 읽지 않은 소설. 첫 문장만 읽고 중단한 소설.  마지막 문장만 읽고 더 읽지 않은 소설.
그렇게 소설과 내가 상호작용한 방식 자체가 이야기인 것이고 내가 개입해서 내 의식 속에 명징하게 들어온 내용과 내 의식 주변을 맴돌거나 아예 의식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한 내용들은 모두 나의 개입 양상에 의해 짜여진 새로운 스토리이다.

남아있는 이야기..
그건 내가 소설을 대하는, 읽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재탄생될 수 있는 것이기에
소설을 읽는다는 건 참 매력적인 경험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확인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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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껴 읽기 :: 2016/10/07 00:07

단편소설을 즐겨 읽는다.

단편소설을 읽는 건 즐거운데
새로운 단편소설로 진입하는 시점에선 항상 힘겨움을 느낀다.

이미 전에 읽은 단편소설의 여운이 남아 있다 보니
뉴 스토리로 진입할 때는 항상 까다로운 기대치를 갖게 되어서 말이다.

기대치가 높다 보니 10편의 단편소설을 잡게 되면 끝까지 다 읽게 되는 경우가 30%도 안된다.

대개는 첫 페이지에서 멈춤을 결정하게 된다.
첫 페이지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지 못하면 앞으로 나갈 동력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첫 페이지를 넘긴 단편소설에는 왠지 모를 애착을 느끼게 되고
그런 애착이 소설 읽기의 진척률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 재미있는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난 새로운 소설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소설을 중도에 멈춰야 끝까지 읽고 싶은 소설을 만나게 될까?

이런 불안감이 있다 보니
재미있는 단편소설을 빨리 읽으면 안된다는 강박도 생겨난다.

지금도 재미있는 소설 하나를 잡고 있는데
총 40페이지로 구성된 소설을 1주일 넘게 잡고 있다.
하루에 2~3페이지만 읽는 것이다. 야금야금.

이렇게 해야 이 소설의 재미를 하루라도 더 향유할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나로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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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 :: 2016/06/29 00:09

문학 계간지에 실린 단편소설에 관심을 두고 읽기 시작하다가 왠지 결이 맞지 않는 듯 해서 중단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후,
그 단편소설을 쓴 작가가 자신이 쓴 단편소설들을 묶어서 소설집을 낸다.

소설집의 목차를 훑어보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소설은 예전에 읽기 시작했다가 초반에 중단했던 바로 그 소설.

이미 그 소설은 내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소설집을 주문한다.

소설집이 도착했다.

소설집에 실려 있는 바로 그 소설에 주목한다.
내가 읽지 않기로 결정했던 그 소설.

그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

계간지에 실려 있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예사롭지 않은 결.

소설 읽기의 진척이 예전보다 수월하다.

예전보다 잘 읽힌다.

이유는
계간지에 실렸던 그 소설과
지금 소설집에 실려 있는 이 소설이
다른 소설이기 때문이다.

해당 소설이 실려 있는 맥락이 달라졌고
소설을 읽는 나 자신이 그 사이에 변화했다.

같은 소설도 시공인(시간,공간,인간)을 달리해서 다시 접근하면

다른 소설이 된다. :)

같은 책은 다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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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 대화 :: 2016/04/29 00:09

카페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들리지 않는 대화 속에서 읽혀지는 뭔가가 있다.

대화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사람 간 대화의 모습만이 유일한 단서가 될 뿐
나머지는 모두 내가 채워야 하는 여백 많은 캔버스인 것이다.

모든 정황이 포착될 수 있다면 그걸 묘사하면 된다.
묘사의 깊이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제한된 상황만이 나에게 재료로 주어진다면
나는 밑바닥부터 플롯을 짜야 하고 캐릭터를 내 의도대로 정의해야 하는 소설가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는
그 어떤 대화도 소설의 한 장면이 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결정적인 scene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긴장감을 견지한 채,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를 관찰한다.

명품을 자꾸 쳐다봐야 명품에 대한 감각과 취향이 생성되듯이
대화를 자꾸 쳐다보면 대화에 대한 감각과 취향이 만들어진다.

대화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대화를 보면 대화가 읽혀진다.
들렸다면 읽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묘사를 위한 정보만 많아졌을 듯.

하지만 대화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감각기관이 본격 작동하게 된다.
대화를 그저 보게 되는 것이고, 보다 보면 대화를 읽게 될 수 밖에 없다.

대화를 읽는다는 건
대화를 작성하는 것이다.
읽기와 쓰기는 표면적으로만 다르게 보일 뿐
본질적으로 유사한 결을 띠고 있는 행위다.

대화를 읽는다.
대화가 더욱 들리지 않는다.
그 속에서 시각과 독각은 더욱 첨예해진다.
캐릭터는 스스로 살아움직이는, 대화를 둘러 싼 공기가 자연스럽게 플롯이 되는..

대화가 들리지 않을 때
나의 소박한 창작은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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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신간 :: 2016/03/21 00:01

출판사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해당 출판사의 신간 목록이 보인다.

신간 목록을 훑어 보고
신간 몇 개를 클릭해서 내용을 살펴 보면

보인다.
출판사가 생각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앞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어질 것 같은지

출판사의 생각을 엿보는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생각도 같이 엿보게 된다.

난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떤 얘길 해보고 싶은지

그리고.
나와 출판사는 지금 이 순간 왜 만났는지
어떤 지점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곳에서 생각이 갈라지는지
생각의 만남과 갈라섬을 통해서 나와 출판사는 어떻게 공진화를 해나가는지.

이런 것들이
생각의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출판사 사이트는 더욱 내 마음 속에서 풍성한 어떤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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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기 위해 읽기 :: 2016/02/10 00:00

책을 많이 구입하다 보면
많은 책을 읽지 않고 방치하게 된다.

좋은 책을 읽기 위해
맘에 맞는 책을 골라내기 위해
많은 책을 버리게 되는 것인가.

과연, 선별을 위해 배제하는 흐름이기만 한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책을 버리는 과정, 책을 읽지 않기로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도
난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어떤 책을 구입하고 그 책이 집으로 배송되어 온 후,
난 그 책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읽을 것인가, 읽지 않을 것인가.
읽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난 이미 맘 속으로 그 책의 내용을 내 맘대로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책을 쓰고 있으니 그 책을 읽을 이유가 없는 것이겠지.

결국 읽을 만한 책을 골라내는 과정 자체가 치열한 독서의 과정이고
정작 골라낸 책을 읽는 과정은 독서 흐름의 후반부, 마무리 단계에 불과하다는 걸..

결국 책을 읽는 과정 중에서 버리기라는 단계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수많은 책들을 버리는 과정 속에서 내가 은연 중에 쓰고 있는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은
저작과도 맞먹는 매우 설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버린다는 것이 이다지도 두근거리는 일이었단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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