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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 2017/08/30 00:00

2001년에 메멘토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후로 16년이 지나서 다시 메멘토를 보았다.

여전히 어렵다. 이 영화는 내게.

44개의 scene의 흐름이
시간의 정방향 흐름과, 역방향 흐름이 교차로 편집되면서 흘러가는 상황이고
사전적인 맥락에 대한 감각을 차단당한 채 그냥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야 하다 보니 내용 파악이 여간 어렵지가 않다. 그렇다고 44개의 scene을 시간의 흐름 순으로 온전히 정배열해서 보면 영화의 재미가 떨어질 것이 분명하고..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10분 이상 기억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의 입장과 유사한 상황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일 수도..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이 갖는 역할에 시선을 주게 되고
기억이 편집하는 정보의 구성이 미래,과거,현재의 혼합물이란 느낌도 들고.

기억이란 주제를 갖고
멋들어진 역량으로 풀어나간 이 영화는
확실히 영감을 주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맥락이 제공되어야 편안해지는 동시에
맥락이 차단되었을 때 매력을 느끼게 되는 패러독스

시간의 순서가 커다란 구속이 되어버린 지금
미래는 오지 않은 무언가가 아니라 잃어버린 그것일 수도 있겠다.

미래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대신
현재의 질서와 시간의 흐름이라는 안락을 얻게 된 건데
과연 그게 수지타산이 맞는 거래였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ㅋㅋ




PS. 관련 포스트
기억과 자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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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of Your Life :: 2017/06/21 00:01

영화 '컨택트(arrival)'을 보고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를 읽었다.

언어가 시간의 지배를 받을 경우
언어가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경우

언어가 언어 사용자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사용자는 언어를 어떤 식으로 진화시키고 언어적 틀에 가두게 되는지

지금 사용 중인 언어를 본질적 레벨에서 고찰하고
언어에 내재한 여러가지 의도와 태생적 결을 직시하고
언어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 만의 언어를 탄생시킬 경우
그 언어는 창시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창시자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언어의 구속을 받으면서 성장/퇴보하고
언어의 제약을 벗어나 이탈/확장/축소를 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언어가 사람이 되고
사람이 언어가 되는

사람이 언어를 남기고
언어가 사람을 남기는

그런 순환고리 속에서
언어는 무엇이고
사람은 무엇인지

이 영화를 보고
이 소설을 읽고

나는 이전과 다른 어떤 나가 되어 있는지
예전과 달라진 나는 어떤 방향성을 타게 되었는지

이 컨텐츠가 없었을 경우 내가 지향했을 지점과
이 컨텐츠로 인해 내가 지향하게 될 지점 간에는 어떤 유사성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이 모든 것이
한 방에 문자로 표현되는 상상과

이 모든 것이
단선적인 언어로 표현되는 현실 속에서

나는 어떤 포지션을 취할 수 있는 건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누구인지

이런 전체적인 흐름이
결국 내 인생의 이야기인 것인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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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 2017/03/27 00:07

IPTV로 영화 예고편을 보다 보면
예고편을 본 후 관심이 생겨서 해당 영화를 다 봤을 때
그냥 예고편만 보고 말 것을
이란 느낌이 드는 경우가 제법 많을 듯 싶다.

예고편에 나름 영화의 주요 장면들이 압축되어 나열되고
가장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가지고 예고편을 구성하는 만큼
영화 전체의 서사가 예고편을 압도하기는 어려운 것이고
무엇보다도 영화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예고편에 담겨 있다 보니
실제로 영화를 보는 행위는 일종의 허무로 이르는 경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궁금한 것의 가치는
그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 것에 있다보니 말이다. ㅋㅋ

궁금증을 해소했을 때 어지간한 임팩트가 있지 않고선 궁금증 해소의 짜릿함은 잘 발현되기 어렵다.

궁금증은 그냥 궁금증으로 간직하는 게 가장 최적의 밸류인지도..

그래서 IPTV로 예고편들이 쭉 이어질 때
그 예고편 감상 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나름 합리적인 효용이란 생각이 든다. ㅎㅎ

그래서
예고편은
그 자체로
완결적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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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자막 :: 2017/01/25 00:03

넷플릭스를 통해 수많은 영화/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막이 뜬다. 영어 자막이 뜬다.

예전에 그걸 그렇게도 보고 싶었는데

이제 넷플릭스로 그걸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참 무서운 것이

결핍이 있을 때는 그렇게 간절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그게 이제 구현이 되니까

이젠 다른 꿈을 꾸게 된다.

이건 거의 숨바꼭질이다.   무한루프에 가까운 숨바꼭질.

내가 필요로 했던 건 영어 자막이 아니라
결국 영어자막을 필요로 했던 나의 결핍감이었군. 
난 속은 것인가. ㅎㅎ

넷플릭스로 외국 드라마/영화를 보면서 영어 자막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뇌는 또 다른 결핍감을 향해 내달리려 하고 있다.

나의 뇌에게 속삭여 본다.
"너 어딜 그렇게 서둘러 가니 그럴 필요 없단다 얘야"

결핍감 자체를 추구하는 나의 뇌. 그 끝없는 결핍 고리 사슬.
그걸 잠시 끊어놓고 지금 내 눈에 펼쳐지고 있는 영어 자막의 화려함에 잠시 취해 본다.
예전에, 절대 그런 걸 구경할 수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본다.

새로운 결핍감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보다
예전에 충족되지 못했던 결핍감을 향해 반추하는 여행이 더 짜릿하고 스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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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뮤직 :: 2016/09/21 00:01

넷플릭스가 한국진출하는 바람에 맥북에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애플뮤직이 한국에 들어오는 바람에 맥북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넷플릭스와 애플뮤직의 한국진출로 인해 맥에서 음악과 영화를 소비할 수 있게 된 변화

음악을 들을 수도 없고 영화를 볼 수도 없는 제약 조건 속에서도 매력 있었던 맥북

이제 난 맥북에서 영화를 보고 맥북으로 뮤직 감상을 한다.

스트리밍 뮤직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맥북

마치 새로운 디바이스 하나를 장만하게 된 느낌

이게 맥 뮤직 플레이가 가능한 디바이스의 힘이란 말인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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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연극 :: 2016/05/04 00:04

영화는 필름에 담겨 있다.
재생이 가능하다.
영화의 촬영시점과 영화의 상영시점 간의 시간 차가 존재한다.

연극은 담을 수 없다.
실시간으로 플레이된다.
연극은 촬영이 곧 상영이고, 상영이 곧 촬영이다.

연극과 영화의 차이점에 주목하다 보면

저장과 휘발이란 개념에 시선을 던지게 된다.

저장은 무엇일까.
저장의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이야기는 과연 저장이 되는 것일까.

휘발은 무엇일까.
휘발의 속성을 띠고 시연되는 이야기는 과연 휘발이 되긴 하는 것일까.

저장소에 저장이 된다는 것
공기 속으로 휘발된다는 것

저장은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허상일 뿐
휘발은 없어졌다고 믿어도 결국 어떤 시공간적 계기가 주어지면 어김없이 소화되는 실상일 뿐
저장도 휘발도.. 그런 건 원래부터 없었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개념에 불과할 수도..

저장과 휘발..
그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

그 긴장을 이해해 나가면
저장에 대해서, 휘발에 대해서 좀더 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연극과 영화.
나에게 영감을 주는 두가지 포맷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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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디맨드 :: 2015/12/02 00:02


영화, 방송을 VOD를 많이 보게 된다.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것을 보는 상황.
컨텐츠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컨텐츠 저장소에.
아카이브.

아카이빙해놓으면
온디맨드의 환경이 구축된다.

온디맨드는 똑같은 컨텐츠를 다른 상황 속에서 다른 결로 소비할 수 있게 해준다.
똑같은 영화라 할 지라도 2005년 12월 2일에 보는 것과 2015년 12월 2일에 보는 것이 다를 수 있다.
같은 것이 다른 시공간 속에선 다른 것이 된다.

플레이
저장
축적
소환
리플레이

나에게 온디맨드란,
동일한 컨텐츠를 다른 시공간에 놓여지게 하는 행위다.
그렇게 해 놓으면 내 마음 속에서 컨텐츠는 자신의 갈 길을 그저 간다.
난 그저 그것을 흘러가는 대로 소비한다.

두 개의 시공간에서 컨텐츠가 어떻게 달라진 느낌으로 다가오는가에 감각을 기울이면
나는 컨텐츠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시공간도 호흡할 수 있게 된다.

오늘 10년 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
난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맛 보는 동시에
10년 전의 나는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곳에 존재하는 나를 만나게 된다.
영화를 매개체로 삼아 나는 나와 만난다.
온디맨드는 축적된 저장소에서 뭔가를 소환하여 그것이 연결해주는 두 시공간의 나를 느껴보는 행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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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 2015/07/10 00:00

온라인,오프라인에서의 나의 이동 경로.

그것은 한 권의 책일 수 있고
한 편의 영화일 수 있고
하나의 서비스일 수도 있겠다.

로그 트래커를 나의 뇌에 부착한 후
창의적으로 나의 경로를 읽어낸 후
그것을 내가 볼 수 있으면 참 재미있을 듯 싶다.

내 생전에 그런 트래커가 나오지 않는다면
나라도 그걸 만들 수 밖에 없을 듯.

그냥 생각과 행동만 하던 패턴에서 벗어나서
하루 정도 과업을 하나 더 얹어보는 거다.

생각,행동 + 로그 트래킹

그렇게 하루 종일 로그 트래킹을 하고 나면
그 날은 매우 밀도 높은 날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날을 복원시킬 때마다 그 날은 새로운 날로 재탄생할 것이다.

일상은 로그로 점철되어 있다.
그 일상의 로그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프레임을 나만의 결로 구축하고
그 프레임 속에 포착된 나의 모든 것을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속의 풍경은 정말 수많은 양상들이 중첩된 '나'의 파노라마일 것이다.

로그 트래커.
일명 me트래커.
특별 제작 들어간다. 지금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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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추천 :: 2014/11/17 00:07

아마존에서 책을 고를 때, 검색이나 카테고리 브라우징을 사용하기 보단 나의 책 구매 이력을 토대로 아마존이 해주는 추천 서비스를 더 즐겨 사용할 때가 많다. 그만큼 책이란 분야에서 추천엔진은 잘 작동하는 편이라고 직관해 버린다는 건데.

음악도 추천이란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토양이 잘 깔려 있는 영역인 듯 싶고.

웹툰을 볼 때, 아마존의 책 추천 알고리즘이 만화에도 적용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 음악, 만화, 영화.. 이런 것들은 컨텐츠 안에 작가의 DNA가 스며들어 있는 것이고, 그 DNA는 컨텐츠를 유니크한 무엇인가로 규정하기 마련인데 DNA를 공유하는 책들, 만화들, 영화들, 음악들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연관성을 간파 당하기 쉬운 듯 하다.

누군가가 웹툰의 연관 DNA 맵을 그려주면 참 좋겠다. 그럼 난 웹툰의 맵에 그려진 지형을 따라 유유히 유동하며 크로스 컨텐츠 소비의 기쁨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을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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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 2014/10/22 00:02

영화 her를 보면,

우린 이미 OS와 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페이스북으로 대화하는 것, 그게 사람과의 대화 맞나?

사람의 탈을 쓴 기계와 또 다른 기계가 하는 대화 아닐까?

기계의 포맷에 맞춰진 사람의 언어. 그건 사람의 언어일까? 기계의 언어일까?


참 재미 있다.

황당무계한 설정이라 생각하며 보는 영화 내용이 실은 우리네 현실 그 자체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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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분 :: 2013/12/09 00:09

'그녀의 연기'란 제목의 단편영화를 보았다. 박희순, 공효진 주연인데 달랑 27분짜리 영화였다. 하도 2시간짜리 영화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27분 만에 끝나는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싱거움'이었다. 뭐 이야기가 전개되나 싶더니 이렇다 할 임팩트 없이 끝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달고 단 음식에 익숙해져 있던 혀가 담백한 음식을 맛보았을 때 밍숭맹숭함을 느끼듯 영화는 끝이 났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아, 좀만 더 하면 안되나?"란 아쉬움이 계속 진하게 내려진다.

스토리의 '임팩트'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임팩트가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있을 법한 차분한 일상이 스크린에 올려질 때 나는 무엇을 느끼게 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너무 자극적인 음식만 먹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란 반성도 해본다. 관객을 사로잡는 스토리텔링의 뇌 현혹 알고리즘에 너무 휘둘리며 살아온 것 같다는 회한(?^^)이 밀려온다.

이제 뇌에게 현혹적 스토리텔링의 단맛에서 어느 정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줘야겠다. 뇌에게도 호흡이 필요하다.  고도의 인위적 뇌 자극 메커니즘에 쩔어 있는 컨텐츠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스토리텔링을 뇌 속에서 열어갈 수 있는 신선한 뇌 호흡의 장을 자꾸 제공해주고 싶다. 꽉 짜여진 뇌 자극 프로세스에만 무심코 휘둘리기 보단 싱거운 일상의 흐름 속에서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나만의 결을 타고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영화 감상의 시간을 앞으로 더욱 많이 확보하고 싶다.

그녀의 연기를 보고 난 후에 나의 뇌는 이전과 비교할 때 많이 달라졌다.
앞으로 이런 영화를 많이 보고 싶다.

그리고,
앞으론 2시간보다 더 소중한 27분 같은 시간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



PS. 관련 포스트
3막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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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 2013/05/29 00:09

영화 '신세계'를 보았다.
'무간도'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듯 보이지만 무간도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영화였다.

배신당하는 정청(황정민)
배신하는 이자성(이정재)

이자성의 배신을 정청이 알아채는 순간, 극도의 긴장감이 몰려왔다. 이자성이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을 도대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놀랍게도 정청은 이자성의 배신을 확인하고도 이자성을 해치지 않는다. 아. 그 순간의 텐션은 정말..

물론 영화 초반부터 정청과 이자성이 예사롭지 않은 끈끈한 관계임은 어느 정도 보여진 바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치명적인 배신을 당해놓고도 이자성을 건드리지 않는 정청에게서 놀라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정청과 이자성 간의 훈훈한 정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엔딩을 맞이한다. 그 때 확인된 셈이다. 왜 정청이 이자성의 배신을 눈감아 주었는지. 

1988년인가, 영웅본색에 나온 적룡이란 배우에게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세상에. 대머리 남성도 치명적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는 걸 적룡의 연기를 보면서 느꼈다. 2013년 신세계를 보면서 느낀다. 세상에.. 배신당하면서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건가?  어떻게 배신당하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지? 배신당하는 자가 이렇게도 매력적일 수 있는 거구나. 배신한 자로 하여금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배신당한 자의 마음 깊이.

영화 초반부에서 이미 알았다. 누가 배신하고 누가 배신당하는지. 그런데 이 영화는 배신당하는 자의 매력을 넘 잘 구현했고 배신하는 자의 갈등도 잘 보여줬다. 그리고 이 영화의 엔딩은 정청의 죽음도, 이자성의 화려한 회장 등극도 아닌 정청과 이자성이 조직의 중심이 되기 한참 전인 6년 전 여수에서의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끈끈한 정과 이정재의 미소였다. 정말 인상적인 스냅샷이었고 살짝 짠하기까지 했다.

참 매력적인 거구나. 배신당하는 자가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면서 배신하는 자에게 날려주는 진심어린 멘트..그게 그렇게 사람을 울릴 수 있는 거구나.  이러다 멋지게 배신당하는 것에 대한 로망마저 생겨날까봐 살짝 겁난다. ^^



PS. 관련 포스트
[영웅본색] 탈모남성으로서 적룡을 역할모델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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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archmond | 2013/06/03 16: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부라더,너 나 살아나믄 감당할수 있겄냐 ..

    감동이 그냥... ㅠㅠ

    • BlogIcon buckshot | 2013/06/03 20:29 | PERMALINK | EDIT/DEL

      아, 저도 바로 그 대사에서 울컥했습니다. 정말 묵직한 대사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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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포지셔닝 :: 2013/03/11 00:01

어느 남자 솔로 후배의 작년 클스마스 스토리이다.

그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영화 '호빗'을 보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자니
연인들이 득실거릴 거리와 영화관에서 서성거리다간 극심한 멘붕이 올 것 같아서
언제 치고 빠질 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만 했다

고심 끝에 12/25 오전 8시20분 메가박스 예약을 했다.

그 시간대에는 웬만하면 연인들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극장에 가보니 역시 예상대로 한산했다.  그래서 맘 편하게 멘붕 오지 않는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했다. 끝나고 나니 배가 고팠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연인들이 거리로 밀어닥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최대한 동선을 짧게 가져가겠다는 생각으로 강남역으로 이동했다. 역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미친 듯이 먹어댔다.  그리고 쫓기듯이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거리는 서서히 연인들의 물결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더 있다간 급멘붕이 올 것 같아서 서둘러 전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왔다.

후배는 나름 전략적인 시공간 포지셔닝을 계획했고 그것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면서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 듣고 보니 제법 그럴 듯 했다. 하지만 얘길 듣는 내내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나이스하지만 왠지 서글픈 전략적 포지셔닝. ^^







PS. 관련 포스트
시공, 알고리즘
충돌과 차원확장
탈모 포지셔닝
지하철 포지셔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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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서사, 졸음 :: 2013/02/15 00:05

지난 주말에 영화 베를린을 봤다. 도입부를 경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해서 코를 골며 퍼자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꿈까지 꾸다가 영화 중반부 즈음에 이르러 계속되는 액션 굉음에 그만 잠이 깨버렸고 구체적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대충 감으로 영화 관람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극장에서 잠을 푹 자면 피로도 풀리고 끊어진 스토리를 상상력으로 풀어가는 재미가 있긴 하다. ^^

예전에도 영화 보다가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잔 적이 꽤 되는 편인데 이번에도 역시 익숙한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나는 왜 영화를 보면서 잘 조는 것일까?  영화관 의자가 너무 편안해서 그런가?  극장 안이 어둡고 따스해서 그런가?

서사를 느끼지 못할 때 그런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멋진 허구적 서사를 기대하곤 하는데, 영화의 서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졸음이 쏟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매력적인 서사는 멋진 장면들을 무작정 늘어 놓는다고 생겨나지 않는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존재하는 빈틈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야 하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들이 제각기 쉽게 간파 당하지 않는 역동적인 서사를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뻔한 프레임, 빤히 들여다 보이는 패턴 내에서 로봇처럼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장면과 장면 간 빈틈의 부재 속에서 건조한 동선 주행만을 반복하게 되면 나는 급격한 졸음의 침공을 받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베를린은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긴 하다. 흥미로운 서사가 보이진 않았으나 씬 자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진 스텝으로 일관하는 씬 흐름에 부합하는 사운드도 잘 들려왔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고 영화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발걸음은 제법 경쾌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는 서사보다는 질주형 전진 스텝과 액션의 동선, 배우들 간의 포스 충돌에 방점을 찍고 있는 듯하다. 솔직히 영화 도입부에 흘러나오는 화면/사운드 전개에서 이미 이 영화가 서사엔 그닥 신경 쓰지 않고 잘 짜놓은 액션 동선 상의 강력한 질주로 일관할 것이라는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전달 받고 졸음이 스르륵 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

영화의 서사는 결국 관객 마음 속 서사와의 밀당에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관객의 마음은 영화를 보면서 나름의 서사를 예상하고 기대한다. 그 기대치에 부합하는 서사의 매력도를 확보할 수 있어야 관객이 영화의 서사를 따라오게 되는 건데 베를린은 나를 끌어당길 수 있는 서사를 확보하진 못한 것 같다.

사람의 서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영화의 서사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서사에 대해서도 함 평가를 내려보면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서사적 매력을 갖춘 사람인가? 아님 그닥 흥미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루함/졸음을 유발하는 서사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해진 액션의 동선 위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인가?

자신 만의 서사가 없는 인간은 마치 좀비와도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일한 (주입된) 욕망을 갖고 균질하게 정량화/상품화된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좀비스런 몸짓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만의 서사를 써내려 간다는 것은 난이도 높지만 보람이 매우 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베를린을 보다가 졸면서 꿈 속에서 나만의 서사를 써내려가다 쾅쾅거리는 소음으로 깨어나 액션 씬의 수려함에 잠시 나만의 서사를 잊고 영화의 이미지를 감상한다. 이미지는 순간이고 서사는 지속된다. 잠깐 잠깐 이미지를 맛 보는 건 좋다. 하지만 항상 작동하고 있는 '나'라는 이름의 서사를 시종일관 잊고 있으면 안 된다. 세기의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우주적 스케일을 갖고 있는 '나' 서사의 매력도를 잘 챙기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나' 서사를 나의 맘 속에서 상영하다가 그만 확 졸아버릴 수 있다. 그건 너무도 서글픈 일이다.  잘 짜여진 액션 동선 위를 로봇처럼 질주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멋있어 보일 뿐이다.  영화는 서사 대신 오직 액션에만 집중할 수도 있고, 내러티브를 내려 놓고 주구장창 스타일에만 전념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차마 그럴 수 없는 것 아닐까?  아무리 로봇스런 액션 동선이 멋있어(?) 보여도 내 인생의 시나리오를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참치 캔의 상태로 무심하게 방치하는 건 넘 비루하지 않을까? ^^




PS. 관련 포스트
경쟁 노예: 이기고 웃는 노예, 지고 우는 노예
세상은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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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알고리즘 :: 2009/09/21 00:01

감지-반응 기업
스티븐 H. 해켈 저/정명호,원인성 공역
급변하는 21세기에 빠르게 적응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업조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업 경영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규칙들이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뀌어 왔는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리고 조직의 각 단위를 살아있는 세포처럼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움직이는 감지-반응의 조직 구조로 변화시키라고 주장한다.

7년 전인가 '감지-반응 기업'이란 책을 사서 읽은 적이 있다. 책 내용은 지금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딱 한가지 얻은 개념이 있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점점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기업은 제조-판매(make-and-sell)식 사고를 감지-반응(sense-and-respond)식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틀에 박힌 계획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시장/고객의 요구를 민감하게 읽어내고 거기에 최적화된 반응력을 보일 수 있는 것. 요즘 한국의 대중가요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언젠가 어떤 잡지에서 음악, 드라마, 영화의 히트 코드에 대한 얘기를 본 적이 있다. 대중적 히트 여부의 사전 예측이 가장 용이한 것이 음악이고 그 다음이 드라마이고 영화는 상당히 어렵다는 얘기였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음악(대중가요)
input(노래출시)와 out(소비자반응)간의 리드타임이 짧기 때문에
소비자의 의식/무의식 코드를 강타할 수 있는 후킹 알고리즘 개발이 매우 용이해진 상태이다.


드라마
전체 분량을 몽조리 제작하지 않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면서 대응을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후킹 알고리즘을 발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원판이 넘 안좋으면 아무리 성형수술해도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반면 영화는 참 어렵다.

다 만들어 놓고 시장에 상품을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기우제 드리는 심정으로 시장 반응을 겸허기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음악은 거의 트위터와 같다.
고객과 실시간 소통을 하면서 알고리즘은 점점 날카로워져만 간다.  드라마블로그 포스팅과 같이 덩치가 좀 있어서 경쾌한 소통 및 대응의 한계가 있는 상황 속에서 그럭저럭 고객의 입맛에 꾸역꾸역 맞춰 간다.  영화논문이다. 암울하다..

9월초 SBS 스페셜에서 히트곡의 비밀코드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재미있는 사이트를 소개했다.  http://uplaya.com/  이 사이트에 음악 파일을 올려 놓으면 해당 음악의 히트 가능성을 정량화해서 보여준다. 히트 음악을 사전에 예측하는 능력이 꽤 높다고 한다. 음악 비즈니스의 경우, 이제 정교한 히트 알고리즘이 가시화/공식화되어 간다는 얘긴데.. 

MP3로 대변되는 음악의 디지털화에 의해 음악이 음반 단위가 아닌 분절화된 곡 단위로 생산/유통/소비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음악 비즈니스는 그 어떤 인더스트리보다 가장 [감지-반응] 메커니즘적인 양태로 흘러가고 있다. 음악의 히트 알고리즘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것. 음악의 생산/유통/소비의 특수성에 기인한 현상이고 다른 산업에선 함부로 따라 하기 어려운 태생적 격차가 분명 있긴 하다. 하지만 적합도 경제 - Fitness Economy가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감지-반응' 관점의 경영혁신을 모색하는 기업은 음악 비즈니스로부터 뭔가를 배워야 한다.  ^^  (전면적 or 부분적으로 생산/유통/소비의 리드타임의 획기적 단축을 통해 고객과의 실시간 소통을 이끌어 내든, 아니면 음악 비즈니스가 가시화하고 있는 소비자 뇌의 지배 방정식을 유추 해석하여 자신의 산업에 적용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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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지구벌레 | 2009/09/22 11: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매체가 발달 할 수 록 언터렉티브한 대응을 잘 하는 자가 살아남겠죠.
    요즘 블로그가 그런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것도 같은데 알미죠.

    • BlogIcon buckshot | 2009/09/22 21:47 | PERMALINK | EDIT/DEL

      예, 인터랙티브 반응 잘하기가 참 중요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이퍼 연결의 시대 속에서 블로그의 의미는 더욱 깊어져만 가는 것 같구요. 트위터도 재미있고요~ ^^

  • BlogIcon ego2sm | 2009/09/24 14: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히트 알고리즘이 가시화/공식화되어 가서
    그리도, 천편일률적으로
    반복을 강요하는 가요^^;
    영화는 제작기간도 길어서 예측해도
    시기를 놓치기 쉽죠..ㅠ
    전 요새 일렉트로닉에 빠져서
    약안먹어도 먹은 듯(?) 일하고 있어요.
    감지-반응기업,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음악들으며.

    • BlogIcon buckshot | 2009/09/26 09:09 | PERMALINK | EDIT/DEL

      저도 일렉트로닉 좋아합니다. ^^ 원래부터 반복 코드에 길들여져 있었는데 요즘 대세인 후크송은 정말 후킹이 강한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계산/기획된 음악이란 생각이 들어요. 감지-반응 메커니즘은 점점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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