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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연성과 확률 :: 2017/06/23 00:03

소설은 개연성을 다룬다
전쟁론에서 클라우제비츠는 개연성을 논한다.
손자병법에서 손무는 확률 게임론을 펼친다.
전략론에서 리델하트는 간접접근론의 확률적 우월함을 주장한다.

개연성과 확률을 중심으로
인간, 존재, 관계, 전쟁, 전략, 전술이 움직인다.

기동
공격
방어
기습
기만
집중


허실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가
내가 전쟁론과 손자병법과 전략론을 읽은 이유가
개연성에 대한, 확률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끌림을 주체하기 어려웠음이란 것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한참 뭔가를 하다보면
왜 그랬는지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그게 나의 흐름, 내 블로깅의 흐름인가 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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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껴 읽기 :: 2016/10/07 00:07

단편소설을 즐겨 읽는다.

단편소설을 읽는 건 즐거운데
새로운 단편소설로 진입하는 시점에선 항상 힘겨움을 느낀다.

이미 전에 읽은 단편소설의 여운이 남아 있다 보니
뉴 스토리로 진입할 때는 항상 까다로운 기대치를 갖게 되어서 말이다.

기대치가 높다 보니 10편의 단편소설을 잡게 되면 끝까지 다 읽게 되는 경우가 30%도 안된다.

대개는 첫 페이지에서 멈춤을 결정하게 된다.
첫 페이지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지 못하면 앞으로 나갈 동력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첫 페이지를 넘긴 단편소설에는 왠지 모를 애착을 느끼게 되고
그런 애착이 소설 읽기의 진척률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 재미있는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난 새로운 소설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소설을 중도에 멈춰야 끝까지 읽고 싶은 소설을 만나게 될까?

이런 불안감이 있다 보니
재미있는 단편소설을 빨리 읽으면 안된다는 강박도 생겨난다.

지금도 재미있는 소설 하나를 잡고 있는데
총 40페이지로 구성된 소설을 1주일 넘게 잡고 있다.
하루에 2~3페이지만 읽는 것이다. 야금야금.

이렇게 해야 이 소설의 재미를 하루라도 더 향유할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나로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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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입 :: 2016/08/31 00:01

TV 드라마를 볼 때
대개는 감정이입의 대상을 선정하고 그 인물의 관점에서 드라마를 본다.

때로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주인공과 대치 관계에 있는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도 한다.

어느 편에 서든,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런데..
어느 경우에는
드라마를 집필하는 작가에게 초점을 맞출 때도 있다.

그 경우엔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보다는
등장인물의 대사를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는 작가의 손 끝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드라마의 전개가 멋스럽고 깔끔하게 느껴질 때는 작가의 손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열을 느낄 수 있고
뭔가 드라마의 흐름이 어색하고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들 때는 작가가 겪고 있을 고충이 매끄럽지 않은 TV 스크린에서 그대로 전달되어지는 느낌.

드라마작가에게 감정이입을 하다보면
드라마 자체의 재미 보다는 드라마를 쓰는 작가 관점에서의 생각 흐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건 일종의 견학이다. 드라마 작가의 일상 체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소비자가 생산자의 입장에 서보는 경험이 이색적이다.
소비자가 소비에 머물지 않고 생산자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서 생산자의 입장에 서볼 수 있다면 소비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그런 변화는 소비자를 예전과 다른 존재로 이끌게 된다.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변화할 때,
소비자는 소비와 생산 간의 경계선이 흐려지는 것을 보게 되고
경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소비자와 생산자 구도가 아닌
경계가 허물어진 어딘가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한 곳을 바라보면서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의 전개를 논의하고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이색적인 장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드라마에서의 감정이입 앵글에 살짝 변화를 주었을 뿐인데
그런 감정이입 포커스의 이동을 통해서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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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연결 :: 2016/05/02 00:02

카페에 앉아 있다.
주위 테이블에 사람들이 착석한다.

두 테이블에서 각각 사람들의 대화가 진행된다.
나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테이블이어서
두 테이블의 대화가 모두 들린다.

대화를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리길래
그냥 무심코 들어 보았다.

마치 연작 소설이 나란히 나에게 구연동화처럼 들려오기 시작한다.

두 소설은 각각 나름의 흐름으로 전개되지만
결국 나를 중심으로 연결되고 있다.

물론 나는 두 소설에서 명시적 캐릭터나 역할을 맡고 있진 않지만
엄연히 두 소설을 잇는 연결고리가 바로 나.

아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연작 소설 중에서
가장 연결고리가 흐릿한 소설이 바로 지금 내 주위에서 구연되고 있는 소설일 것이다.

연결이 약한 연작 소설.

명시적으로 들리는 대화 세션 2개.
하지만 두 대화 간의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에
이 소설 역시 내가 참여할 부분이 적지가 않고
그래서 이 연작 소설은 나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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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호흡 :: 2016/04/27 00:07

소설을 읽는 걸 좋아한다.
요즘 소설 읽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난 그냥 소설 읽는 게 좋다.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것을 묘사해 내는 느낌이 그 안에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사람의 삶을 묘사한다는 것.
예전엔 그게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그런데
시대가 점점 빠른 호흡 속에서 정신없이 흘러가는 양태를 취하게 되면서
느린 호흡으로 한 사람을, 한 장면을 집요하게 묘사해 내는 소설작법의 의미가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을 1분 안에 판단해 버리고
사안을 10초 안에 스캐닝하고 빠르게 댓글을 다는 시대.

한 사람에 대해 충분한 호흡을 갖고 이해해 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깊게 통찰해 보려 하지 않는
그런 흐름이 만연하고 있는 시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설은 더욱 나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짧은 호흡만 존재하는
어텐션 결핍의 시대에 소설은 충만한 주의력으로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니까.
그런 소설가의 시선이 좋아서 소설을 계속 집어들게 되는 것 같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너무나 좋아진 테크놀로지의 토양 위에서
정작 통찰을 향한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 아닐까 싶다.
피상적 접근성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반면
사물과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는 갈수록 희소한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면

비즈니스와 기술이 가져다 주는 편리한 일상의 흐름은 과연 어떤 의미인 것일까.
소비자들을 정신 못 차리게 짧은 호흡의 세상 속에 밀어넣고 비즈니스와 기술은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것 아닐지.
그런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은 인간으로 살아갈 시간들을 모조리 빼앗긴 채 시장이 정의하는, 시장에서 의미있는 로봇 소비자로만 기능하고 작동하는 기계적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그런 흐름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심화될 수록
소설은 더욱 더 읽어야만 하는 삶의 필수적 자양분이 아닐까.

그런 소설의 위치와 역할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소설을 내 옆에 두고 그것과 친해지려고 계속 눈길을 주는 것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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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과 서사 :: 2016/04/25 00:05

포털 뉴스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서 드는 생각.
쉽게 온라인에 접근해서 어떤 사안에 대한 생각을 댓글로 적는 행위란 과연 무엇일까.

온라인, 모바일은 사용자에게 접근성이란 축복을 선사했지만..
너무나도 쉬운 접근성 때문에 정보를 쉽게 얻게 된 대신에
너무나도 쉽게 얻게 된 정보에 대해서 너무 쉽고 빠른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고, 그런 부작용이 접근성과 상호 증폭 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 쉽게 판단한다는 건
사람과 사안에 내재한 서사를 외면한다는 것이겠고
그렇게 사람과 사안에 깃들어 있는 이야기를 무시하면서
쉽게 사람을 판단하고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게 되는 것인 듯.

사람을 그 사람이 흘러왔던 긴 시간의 흐름과 그 사람을 둘러싼 360도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순간적, 제한적 관점으로 순식간에 훑어내리고 빠르게 스캐닝해낸 단편적 정보로 쉽게 댓글을 뱉어내는 모습.

과연 그 사람과 사안을 충분히 들여다 보고 충분히 생각했다면 그렇게 쉽게 댓글이 써질 수 있을까.
댓글을 쉽게 배설하고픈 욕망 하나. 그것에만 충실한 플레이. 그 속에서 서사와 이야기는 침잠하게 되는데.

함몰된 서사와 만연하는 댓글.
그 속에서 사람이란 존재는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타임라인 상의 조각난 파편적 스트림 속에 갇혀버리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제 짧은 시간 안에 파악되지 않고 읽혀지지 않고 보여지지 않으면 의미를 갖기가 어려워지는 세상. 어떻게든 파편 속에 들어가야, 파편적으로 빠르게 스캐닝될 수 있어야 의미를 띨 수가 있는 상황이라면.

나에게 주어진 놀라운 접근성의 축복은 이제 저주라 칭해도 마땅한 것이 아닐까.
접근성이 혁신적으로 증폭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과연 어떤 것인지.
접근성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나는 과연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접근성이 공기와도 같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가는 시대.
그 공기의 의미에 대한 깊은 고민은 점점 희박해져 가는 시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 시간은 점점 소중해져만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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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하나에 집중 :: 2016/02/29 00:09

알림은 뭔가에 집중하고자 하는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알림은 집중력의 적이다.

하지만.
알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알림이 꼭 네거티브하게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란 느낌도 들게 된다.

하루에 수십 개의 알림이 내 폰에서 울린다.

그 때.. 다른 모든 알림을 다 무시하고
단 하나의 알림에만 집중해 볼 수 있다면..

그 알림은 기계적 반응을 유도하는 메세지가 아니라
스토리 창출의 단초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업자가 그런 알림을 작성하게 된 상황을 상상해 보고
실제 작성자는 누구였는지, 그 사람은 어떤 부서에 소속되어 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고 있는지, 그 알림을 작성할 때의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그 알림은 예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건조한 기계적 산출물이었는지
아니면 창의적 발상에 기반한 새로운 시도였는지
그 알림은 몇 명에게 전송되었는지
그 중에 몇 명이 그 알림에 반응했는지
알림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앱을 삭제했는지, 그 앱을 무시하는지
알림에 반응한 사람들은 그 앱과 어떤 관계가 형성되는지
그 알림이 그 사람의 생각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알림을 수행하는 사업자는 그 알림으로 인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 알림과 사업자는 어떻게 괴리를 형성해 나가는지..

단 하나의 알림에 집중한다면
그 알림은 하나의 세계가 될 수 밖에 없다.

순간적으로 보고 무시해 버릴 수 있는
미약한 메세지 하나에 초집중을 하게 되면
그 메세지는 나로 인해 크게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나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알림은 기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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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 스토리 :: 2015/12/14 00:04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즘은 그렇게 한다.

스토리는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나 자신에게 전달하는 것이란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된다.

이야기를 시도하면 흐릿했던 맥락이 선명해지고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듣게 되므로 이야기는 온전히 내 안에서 순환된다.

말하기와 듣기를 내 안에서 실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는 나를 응시하게 된다.

나의 시선이 나를 향할 때
나는 멍 때리는 존재가 아닌 살아 숨쉬는 존재가 된다.

나는 블로깅을 할 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블로깅을 할 때
나는 나에게 말하고
나는 내 말을 듣고
나는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보고
나는 나를 읽고
나는 나를 쓴다.

그런 일련의 행위들은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자고 있는 나를 깨우는
흐름을 창출한다.

이야기는 나로부터 흘러나와 나를 향해 흘러 들어간다.

결국 나는
나란 존재는
내가 생성한 이야기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런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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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dge | 2015/12/14 12: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접속이 안되길레, 좀 놀랬는데 이제 되는군요 ^^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5/12/14 20:21 | PERMALINK | EDIT/DEL

      도메인 만료가 된 걸 깜박 했습니다. ㅠ.ㅠ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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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과 맥락 :: 2015/12/04 00:04

밤에 VOD로 영화, 드라마를 자주 본다.

그런데 주로 밤에 보다 보니 보면서 자주 졸게 된다. 

졸다가 깨어서 보다가 다시 졸다가

10분 보다가 1분 졸다가 20분 보다가 3분 졸다가
10분 졸다가 2분 보다가 20분 졸다가 1분 보다가

졸음과 깨어있음의 다양한 조합으로 VOD를 보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내용을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전체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내용을 다 따라가지 못하고, 맥락을 놓치고, 내 기억 속에서 스토리라인이 군데군데 끊어져 있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그 동안 너무 밀집된 스토리라인의 흐름 속에서 내가 영화,드라마를 봤던 건 아닌지.
너무 밀도 높은 맥락 만을 편하게 여기고, 스토리라인이 아주 희미하게 이어지거나 많은 지점에서 단절된 채 자유로운 플로우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왜 어색하게 생각해 왔던건지.

영화/드라마로부터 나를 향해 일방적으로 주입되어 들어오는 스토리라인을 무방비적,수동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꽉 짜여진 이야기의 구조나 흐름을 자유롭게 해체하고 이야기의 구성 요소를 선별적으로 내가 수용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시퀀스로 재조합될 것이다.

꽉 짜여진 스토리라인을 주로 접하다가
듬성듬성 성긴 스토리라인을 접하게 되니

스토리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난 느낌이 들고
스토리를 대하는 태도는 정말 다채로워질 수 있겠다란 배움을 얻은 듯 하다.

앞으로도 밤에 VOD를 즐기면서 계속 졸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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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이 새롭게 들리기 시작했다 :: 2015/10/12 00:02

예전에 쇼미더머니를 자주 보았었다.

쇼미더머니에 등장하는 래퍼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가사를 쓴다."

처음 듣는 표현이었다.

아니 힙합에서 가사를 쓴다는 표현이 신선했다.

가사를 쓴다는 건 가사를 쓰기 위해 단어의 선정, 문장의 구성, 플로우에 신경을 쓴다는 것인데.

랩의 가사.

가사란 단어에 주목하게 되면서

잘 쓴 랩 가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잘 씌어진 가사
잘 들리는 가사
압축미
플로우

리드미컬하게 흘러가는 느낌으로만 래핑을 바라보다
그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가사에 대한 몰입을 응시하게 되자
랩 뮤직이 나에게 있어 새로운 모티브가 되어주는 것 같다.

가사를 들으면서
가사를 쓰기 위해 고민했을 법한 래퍼의 마음 흐름이 느껴진다.
어떤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을 풀어내기 위해 어떤 스토리를 짰고
짜여진 스토리를 멋지게 표현하기 위한 컨셉과 문장
그리고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들의 선택과 조합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랩이 새롭게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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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휴재 :: 2015/09/09 00:09

꼭 찾아서 보는 웹툰이 어느 날 작가의 사정으로 인해 연재가 중단된다.

휴재.

예전엔 휴재 공지를 보면 살짝 화가 났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업데이트.
기껏 웹툰 사이트 찾아갔는데 가게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느낌.
짜증이 좀 났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르다.

내가 업데이트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의 웹툰이면
그리 가볍지 않는 내용의 웹툰인 게 분명하다.
심지어 소중히 아껴 읽는 문학 작품에 준하는 위상을 내 맘 속에서 갖는 웹툰이라면.
그 웹툰의 휴재를 은근 반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아끼니까 빨리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
작가의 스토리라인 외의 내 마음 속 나만의 스토리라인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

휴재를 통해 오히려 다른 작동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의 확보.
그래서 이젠 휴재를 만나면 화가 나기 보단
작품을 음미할 수 있는 시공간 속으로 여행을 살포시 떠나게 된다

작가도 쉬고
나도 쉬고

쉬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고

휴재는 새로운 즐거움
또 다른 놀이 공간으로의 진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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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dge | 2015/09/09 07: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장편소설 읽다 중단하기"와 연결된듯 하지만, 다르네요 ㅎㅎ
    웹툰작가로부터 강제 중단을 받으면 저도 괜히 화가났었는데
    공감되는 글이었습니다 ㅋㅋ

    • BlogIcon buckshot | 2015/09/14 07:42 | PERMALINK | EDIT/DEL

      휴재도 스토리의 일부분인 듯 해요. 공백이지만 공백이 아닌 듯한 그 느낌이 좋은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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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긴장 :: 2015/07/22 00:02

올해 초에 한 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나름 흥미로운 플롯을 지니고 흐름이 전개되는 모습이어서 제법 긴장감을 지니며 읽어나갔었다. 시종일관 재미를 느낄 수 밖에 없었고 결말에서도 만족스럽게 마무리가 되면서 내 기억 속에 만만치 않은 잔향을 남겨 주었다.

그 소설을 요즘 들어 우연히 다시 들쳐 보게 되었다. 읽어내려 가는데 역시 올해 초의 긴장감이 물씬 느껴진다. 분명 내용을 다 알고 읽는 것인데도 이상하게 내용이 뻔하지 않게 흘러간다. 알고 읽는데도 긴장감이 처음 접할 때의 그 수준이라면 이 소설은 나에게 두 번의 감동을 주고 있는 셈이다.

앎이라는 건 뭘까.
소설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작가가 규정한 내용으로 소설은 채워진다. 이미 완료된 이야기일 뿐이다. 내 손에 소설책이 쥐어진 순간.
그런데도 그 소설을 살아있는 이야기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요소. 그 요소가 생명력이 있다면, 그 소설은 언제 다시 읽어도 독자에겐 새로운 이야기로 긴장감 있게 다가오게 되는 듯 하다.

알면서도 느끼는 긴장감. 그건 모르면서 느끼는 긴장감과는 사뭇 다른 매력.

어김없이 작가가 의도한, 이미 내가 읽어서 알고 있는 그 플로우를 따라가게 될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긴장한다. 앎의 긴장이다 이건.

파인 홈처럼 명백히 규정된 트랙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인데도 긴장감이 느껴진다는 건 그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플롯에 내가 눈을 뜨고 있어서인지도. 나는 어떤 플롯을, 캐릭터의 어떤 변화 지점을 느낀 것일까.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소설 속에 숨겨진 그것.

몇 개월이 흐른 시점에 다시 그 소설을 읽어도 난 또 한 번 긴장할 수 있을까? 그 날이 오면 난 앎의 긴장에 대해 얼마나 더 이해하게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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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쟁 :: 2014/09/15 00:05

다윗과 골리앗.
유명한 이야기다.

다윗은 왜 이겼을까?

그 무모한 승부를 어떻게 성공시킨 걸까?

승리의 이유가 아니라 전쟁의 설정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다윗은 골리앗과의 전투를 온전히 자신의 싸움이라고 인지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싸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온전히 만들어 놓고 그 안으로 몰입하듯 들어갈 수 있었다.

이긴 게 중요한 게 아닌 듯 하다.
승부를 해볼 수 있는 상황을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시켰는지,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의 포지션이 얼마나 날카로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 결정이 선행되는 순간이 핵심인 듯 하다.

다윗은 골리앗과의 전투를 수행했다기 보다는
'골리앗과의 전투'에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것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해 숙고했던 것 같다.

물론 이건 온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스토리는 어찌 보면 허상에 가깝다.
중요한 건 그 이야기를 어떻게 나만의 프레임 안에 담을 것인가이다.

나는 '다윗과 골리앗'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보고 싶다.
나만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놀이를 즐겨보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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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 2014/07/21 00:01

MIT 스타트업 바이블
빌 올렛 지음, 백승빈 옮김, 방건동 감수/비즈니스북스

스타트업은
결국 누구의 입장에서 업을 전개하느냐가 관건이다.

'나'를 지우고
철저히 시장과 고객 만을 생각하며
시장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
이야기를 구체화하면서 끊임없이 고객의 입장에서 치열하게 그것을 날카롭게 단련해 나가는 것.

스타트업은 창업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 주인공이 새로운 고객으로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자꾸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스타트업을 하려고 하기 쉬운데
그렇게 하는 순간 스토리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저자는 저자의 역할에만 머물러야 한다.
저자가 설정한 주인공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야기 구조를 확장성 있게 짜야 한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려고 하는 순간 진짜 주인공은 숨을 쉴 공간을 잃어버리게 된다.

스타트업이란 소설.
저자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겠고
저자가 창조한 주인공의 역할을 저자가 얼마나 이해하는가가 중요하다.

자신이 쓴 소설일지라도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잘 이해하기 위한 깊은 사고와 배려.

스타트업은 소설쓰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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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태현 | 2014/07/23 22: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읽고 싶은 생각이 바로 드는 서평이네요. 덕분에 북마킹 했습니다. ㅋ

    • BlogIcon buckshot | 2014/07/25 00:34 | PERMALINK | EDIT/DEL

      스타트업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매사에 에너지가 샘솟을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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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소환 :: 2014/03/24 00:04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특정 감각이 소환된다. 
어떤 봄 내음은 유사한 내음을 맡던 시절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봄에 즐겨 듣던 어떤 음악이 떠오르면 봄이 오지 않았는데도 몸은 이미 다가온 봄을 만끽하게 된다. 

머리 속에 지난 겨울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그 장면에 동참했던 빛의 세기, 바람의 흐름, 공기 냄새, 시각적 느낌, 그 당시 몸의 컨디션 등이 일시에 재조합되면서 시공간이 특정 좌표를 향해 시뮬레이션스럽게 직조된다.

감각은 시공간 상의 노드들을 이어주는 링크 역할을 하는 듯 하다.

감각을 소환한다는 건 시간과 시간을 잇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스토리 텔링 행위이다.
스토리가 말을 할 수 있게 연출을 해주는 거다.
스토리는 항상 도처에 잠복해 있다.
잠재되어 있는 스토리 텔링의 기운을 뭔가가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다.

감각 소환은 뭔가가 말하게 판을 깔아주는 행위다. 
만물은 말을 한다.
말을 하게 만드는 길목에 서서 말이 탄생하도록 지원하는 것.

오늘도 나는 특정 감각이 소환되는 현장에 있다.
그렇게 소환되는 감각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그 과정 속에서 또 하나의 말은 탄생한다.   ^^



PS. 관련 포스트

그림자
귀로 기억하기 

문자
감각재귀

무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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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몬드 | 2014/03/25 07: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새벽의 찬 내음. 비온 뒤의 깨끗한 공기를 좋아합니다. 그리운 냄새를 맡으면 잘 소환(?)되는 것 같네요. ^^

    • BlogIcon buckshot | 2014/03/25 08:48 | PERMALINK | EDIT/DEL

      저도 새벽내음 좋아합니다. 새로운 세계에 도착한 느낌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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