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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 2017/08/30 00:00

2001년에 메멘토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후로 16년이 지나서 다시 메멘토를 보았다.

여전히 어렵다. 이 영화는 내게.

44개의 scene의 흐름이
시간의 정방향 흐름과, 역방향 흐름이 교차로 편집되면서 흘러가는 상황이고
사전적인 맥락에 대한 감각을 차단당한 채 그냥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야 하다 보니 내용 파악이 여간 어렵지가 않다. 그렇다고 44개의 scene을 시간의 흐름 순으로 온전히 정배열해서 보면 영화의 재미가 떨어질 것이 분명하고..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10분 이상 기억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의 입장과 유사한 상황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일 수도..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이 갖는 역할에 시선을 주게 되고
기억이 편집하는 정보의 구성이 미래,과거,현재의 혼합물이란 느낌도 들고.

기억이란 주제를 갖고
멋들어진 역량으로 풀어나간 이 영화는
확실히 영감을 주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맥락이 제공되어야 편안해지는 동시에
맥락이 차단되었을 때 매력을 느끼게 되는 패러독스

시간의 순서가 커다란 구속이 되어버린 지금
미래는 오지 않은 무언가가 아니라 잃어버린 그것일 수도 있겠다.

미래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대신
현재의 질서와 시간의 흐름이라는 안락을 얻게 된 건데
과연 그게 수지타산이 맞는 거래였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ㅋㅋ




PS. 관련 포스트
기억과 자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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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 뮤직 플로우 :: 2017/04/03 00:03

스타벅스에서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다가
마음에 든다는 느낌이 들면 폰으로 어떤 음악인지 검색하고 그걸 뮤직 리스트에 담는다.

그런 흐름이 반복되다 보면
음악을 듣는 재미 중의 하나가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것들 중에서 맘에 드는 거 하나를 골라 담는 거구나란 생각.

그런 플레이를 즐기다가
뮤직 서비스에 들어가서 내가 원하는 음악 위주로 리스트를 꾸민다는 게 참으로 작위적이라 느낌이 든다. 그렇게 억지로, 꾸역꾸역 리스트를 만들어봤자.. 이미 만드는 순간에 지루해져 있다. 개인적 취향의 제한적 경계선 안에 갇혀 아무리 뮤직 리스트를 꾸며본다고 애쓴다 한들 그게 나중에 내 마음에 들 리가 없는 것이겠지.

작위적으로 꾸민 리스트
무작위로 흘러 다니는 음악의 네트에서 하나씩 선택해서 구성한 리스트

무작위적 만남으로 꾸며진 리스트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그런 무작위적 플로우는 다시는 재현되지 않을 거라서 더욱 그렇다.

인위적으로 디자인한 리스트는 다음에 또 들을 때 대단히 진부하단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태생적으로 말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바라는 뮤직 서비스는
어느 정도 수집된 개인적 취향 기반의 러프한 targeting 기반으로
매우 무작위적인 뮤직 플로우를 들려주는 그런 서비스다.

나에게 무작위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취향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지는 않은 최소한의 센스를 갖춘
무작위 흐름 속에서 적어도 내가 10~20% 정도의 선택을 하게 만드는
즉, 히트율 10~20% 정도의 무작위 플로우를 나에게 선사할 수 있는 서비스
그런 뮤직 서비스를 나는 원한다. :)


PS. 관련 포스트
랜 덤 뮤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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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 :: 2013/07/22 00:02

좋은 아빠의 자격
서진석 지음/북라이프




이 책에서 아래 내용을 새기려고 한다.  육아와 연결되어 서술되니까 의미가 남다르다.

유보할 때는 단지 일의 순서를 잠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 번 바뀐 일의 순서는 일시적인 순서의 조정이 아니라 곧 일의 중요성의 순서가 되어버린다. 그리하여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할 때 이미 한 번 조정한 순서대로 가버리는 경향이 생겨버린다.  오늘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내일도 최선을 다할 수 없다. 한 번 유보는 또 한 번의 유보를 낳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루다 보면 그것은 자기합리화를 넘어 생활이 되고, 습관이 되고, 가치관이 되어 몸과 마음에 찰싹 들러붙는다.



"유보는 유보를 낳는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행했던 유보는 어김 없이 유보를 낳곤 했다. 결국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미루는 것은 스스로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중요하다고 여겼으면 그것이 유보되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한다. 중요한 것을 유보하는 건 스스로를 대단히 무기력한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거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 그걸 실천하기 위해 다른 것을 유보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유보를 하지 않기 위해선 뭔가를 유보해야 한다. 나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오늘 무엇을 유보할 것인가?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하는 질문이다.

뭔가를 중요한 것이라 선언하고 실천하기 위해선, 높은 우선순위로 행하던 다른 뭔가를 유보해야만 하는 것.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체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육아에선 더더욱..




PS. 관련 포스트
사기문자와 기싸움
아이의 정체성 디자인을 지원하기
아빠, 알고리즘
뿌린 만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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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말빚놀이 :: 2013/04/03 00:03

작심삼일.
어설프게 말빚을 지고 나서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현상.
그건 작심삼일이 아니라 말빚 해프닝일 뿐이다.

말빚이 난무하는 현상. 일단 말을 앞세우고 그 기분에 취해 보지만 이윽고 현실 속에선 그런 말빚이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함을 알게 된다. 사업적 의도를 포장하는 비즈니스적인 용어 앞세우기 관점에선 말빚은 사람들에게 그럴싸한 이미지를 선사하고 별 것 아닌 걸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쉽겠지만 개인의 성취 관점에선 오히려 역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말빚에 스스로 빠져서 말빚의 무력감을 반복 경험하다 보면 말빚을 난무하거나 변화의 행동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무력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뭐가 문제일까?

작심, 결심이란 말의 인플레이션.
작심, 결심은 매우 멋진 말이다. 마음을 정하고 행동으로 나아갈 태세를 갖추는 것. 그걸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작심/결심을 다분히 오용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작심은 행동이 발현되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그저 입으로만 뭘 하겠다고 뱉은 상태에선 그걸 작심이라 명명하면 안 되는 것이다. 최근에 10가지 작심을 했는데 그 중의 9~10가지를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면 그건 작심이 아니라 허무함 가득한 작심놀이에 불과한 거다. 작심, 결심이란 단어는 감히 함부로 입에 올리면 안 된다. 매번 작심이 무너지고 결심이 깨지는 상황을 반복해서 경험해 보라. 자신이 얼마나 우습게 느껴지겠는가?  왜 자신을 우습게 만드는가?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함부로 작심하지 말고 즉흥적으로 결심하지 말아야 한다. 작심/결심의 립서비스를 자제하는 것. 그런 말은 최대한 아끼는 게 좋은 것이다.  

작심삼일의 무력감을 계속 느끼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이렇게 해보자.
뭔가 작심/결심의 feel이 올 때, 그것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자. 대신 묵묵히 그것을 실천해 보자.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을 거의 확실히 실천할 수 있다는 신호가 오거나 실제로 그것을 실행 완료했을 때에 비로소 그것에 대해 말해보자. 난 예전에 이러이러한 작심을 했고 그 결심을 실행해 왔고 이제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고. 말빚을 뒤집어 쓰지 말고 실천의 결과를 말로 옮겨 보자. 그런 경험이 축적되면 나의 작심, 나의 결심은 실체감 가득한 레알의 향기를 뿜어낼 것이다.

작심하지 말고 작행하고, 결심하지 말고 결행하자.
작행 후에 작심을 논하고, 결행 후에 결심을 리뷰하자.

말을 아끼고 행동을 앞세우자. .
말빚을 자제한 만큼 행동은 강해질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결심,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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