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에 해당되는 글 8건

취약 :: 2017/07/19 00:09

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
다장쥔궈 지음, 오수현 옮김/비즈니스북스


취약하면 상처가 발생할 확률이 올라간다.
취약하다는 건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영접할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격에 저항하지 않고 영접 모드로 응대하는 건, 공격에 의해 취약해지는 지점을 자신의 정체성과 연관짓기(?) 떄문인데..

정체성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어서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어도 그 정체성과 연결될 수 있는 취약 지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취약한 영역이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어떤 태도를 보이냐인데..

상처를 받는다는 건
취약한 지점을 다양한 양태로 해석하지 않고
본래 주어진(?) 속성에 최대한 충실하고자 하는 올드한 태도를 취한다는 얘기.

그렇게 올드하다면
어떤 공격도 올드함을 공격하기에 충분한 강도를 갖게 되고
올드하게 정의된 취약 지점은 언제나 공격을 영접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

취약함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다.
취약함은 360도 관점에서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하나의 취약함은 수만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므로
취약을 어떻게 정의하고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어떤 스탠스로 임할 것인가에 대한 작전이 잘 세워진다면
상처받기에 관한 한 새로운 국면이 열리게 된다.  ㅎㅎ

취약함을 올드하게 정의하면 취약 상태를 강화시켜 공격 영접모드로 진입하는 것이고
취약함을 프레쉬하게 정의하면 취약함과 견고함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신 국면으로의 진입이 수월해지는 것이고.

결국 취약함은 걱정의 대상도, 불안의 동력도 아니고
그저 해석 놀이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모두가 소설가이다. 자신의 취약함을 자신 만의 신선한 플롯으로 구성해야 하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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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리스트 :: 2017/06/28 00:08

하루 한 장 리스트의 힘
가오위안 지음, 최정숙 옮김/비즈니스북스

한 장의 리스트가 강력한 힘을 갖는 이유.

보유한 화력을 핵심적인 시공간에 집중시킬 때
화력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니까.

아무리 작은 에너지도 초점을 강력하게 한 곳에 집중시키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에너지로 변모하니까.

한 장의 리스트는
주력 전투를 정의하고 그것에 화력을 총투입시키는 메커니즘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리스트 메커니즘이 몸에 붙어오르면
그 다음엔 리스트를 채우는 역량이 증가하게 된다.

리스트에 적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힘이 실린다.
마치 소설가의 문장 한 줄이 전체 스토리를 머금어내듯 말이다.

소설가가 스토리를 상대로 전쟁을 펼치듯
리스트 작성자도 단어와 문장을 갖고 전쟁터에서 시간과 공간을 부리며 전투를 수행한다.

결국 전략이란 개념이 존재하는 이유는
허무하게 소모되어 버리는 시간과 공간의 아까움. 그게 전략을 낳았다.

시공간 낭비는 전략의 부모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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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가 :: 2016/10/14 00:04

회색 코뿔소가 온다 -
미셸 부커 지음, 이주만 옮김/비즈니스북스

불확실성은 예측하지 못했을 때, 준비하지 못했을 때 그 매력을 유지한다.

불확실성은 무기력을 먹고 산다.

예측을 즐기는 자는 정확도가 낮은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측할 수 있을 때 예측하지 않는 무행동을 두려워한다.

예측을 즐기지 못하는 건, 보람이 없어서이다. 예측을 해봐야 자꾸 틀리니까 예측에 대한 열정이 희석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하지 않고 성공했을 때 열정이 생기는 건 누구나 한다.
진정한 열정은 실패로 인해 식지 않는 것이다.

식지 않는 열정. 대책 없는 무대포가 아니라 고도의 확률적, 과학적 계산에서 우러나온다.

예측을 했을 때 실패할 확률이 99.9%라고 가정할 때,
그렇게 낮은 확률에서도 예측을 즐긴다는 건
예측을 단발성 이벤트로 보지 않는다는 태도

예측은 한 번의 성공과 실패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예측에 동원된 가설, 도구, 계산 체계.. 그 자체에 미학이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예측의 KPI는 성공율이 아니다.
예측의 과정 속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이 나올 수 있는가이고
예측의 적중 여부를 리뷰하는 과정 속에서 또 한 번 탄생할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를 향한 설레임.
그게 예측의 묘미다.

예측은 결국 소설과 맥락을 같이 한다.
예측하는 자는, 가설을 쓰는 자이자 소설을 쓰는 자이다. 

소설가. 가설가. 예측가.

소설을 쓸 때, 예측을 할 때 활성화 되는 뇌.
그 뇌. 그 뇌 자체로 기뻐할 수 있는 자.
예측을 멈추지 않게 될 것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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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희미하게 :: 2016/07/15 00:05

창작과 비평 2016년 여름호에 실린 정미경 소설가의 '새벽까지 희미하게'란 단편소설을 읽었다.  그 소설을 읽으니, 문득 김금희 소설가의 '너무 한낮의 연애'란 단편소설이 떠오른다.

새벽까지 희미하게에 등장하는 '송이'란 사람이 너무 한낮의 연애에 등장하는 '양희'란 사람과 느낌이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그런 연상이 일어나게 된 듯 하다.

두 사람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두 사람 모두 나무와 관련된 장면이 나오고. :)

순탄치 못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편안하고, 사람에 대해서도 그윽한 눈길을 보낼 줄 아는 그런 사람.

두 소설을 차분하게 읽으면서 소설에서 풍겨 나오는 부드러운 향기에 취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있어 행운이다. 소설의 화자에 눈에 비친 송이와 양희는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그런 매력을 지녔다. 삶의 피로를 치유할 수 있는 말을 가슴에 심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새벽까지 희미하게'란 소설을 만나서 넘 좋다.  '너무 한낮의 연애'와 정서적으로 묶일 수 있는 소설이라서 더욱 좋다. 두 소설을 나중에 다시 읽어 보면 얼마나 더 좋은 느낌을 받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PS. 관련 포스트
끽다점평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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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태그 :: 2015/04/10 00:00

소설을 읽다 보니 특정 소설가에게서 내가 관심 있어 하는 태그 키워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소설가의 글들에선 '기억'이란 단어가 자주 형상화되고,
어떤 소설가의 글에선 '존재'란 단어가 색채를 띠어가는 것이 보이고,
어떤 소설가의 글에선 '의식'이란 단어가 살아 숨쉬는  것이 보이고..


그래서 어떤 소설가의 이름이 어떤 개념으로 연결되어갈 때,
개념 자체가 생명을 띠고 의도를 갖고 어디론가 움직여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게 태그 키워드가 소설가의 이름과 연결되고 소설 제목과 접목이 되어가는 현상들이 축적될 때,
나는 소설의 독자의 위치에만 머물지 않게 되고
내가 읽은 소설들이 자유롭게 유영하고 상호작용하면서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로 확산되고 변주되며 번식을 이어간다.

그렇게 무심코 생성되어 흘러 다니는 태그 키워드들이 차고 넘치는 순간에 이르면
내가 의도하지 않고 기획하지 않아도 뭔가가 흘러나올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생겼다.

읽는다는 것.
많은 것들을 읽어 왔는데 아직도 읽는다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읽기를 통해 나는 계속 뭔가를 배우고 있고, 그것이 뭔지는 모르고.
그러는 동안에도 내가 배운 것들은 나에게 뭔가 말을 걸어오고.

소설가 태그 놀이. 이거 은근 재미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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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 2013/09/04 00:04

소설을 읽다 보면
소설가들이 '첫 문장'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첫 문장.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함축하고 있으며
소설가로 하여금 끝까지 소설을 쓰게 만들고야 마는 텍스트 생명활동의 동력.

전체 스토리라인을 구상한 후에 첫 문장부터 쓰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첫 문장이 머리 속에 불현듯 떠오르고 그 첫 문장의 매력에 사로잡힌 채
어떻게든 그 첫 문장의 매혹을 지속하면서 스토리라인을 잡아나가는 것.
첫 문장이 이끄는 스토리라인. 스토리라인이 지속적으로 바라보는 첫 문장이란 이름의 로망.

첫 문장을 낳게 하는 이미지.
우연히 보게 된 어떤 장면, 문득 떠오른 어떤 생각이 마음 속에 이미지를 품게 하고
그 스냅샷이 첫 문장을 탄생시킨다.

단 한 장의 이미지가 마음 속에서 생성되고 그 이미지가 거대한 스토리라인을 산출하는 과정.
소설을 쓴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과업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블로깅에서도 첫 문장의 힘이 작동하는 것 같다. 무심코 머리 속에 떠오른 'Read & Lead'라는 타이틀로 블로그를 개설했는데, 'Read & Lead'라는 첫 문장의 매력에 나 스스로 매혹된 채 그 매력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블로깅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만약 어리버리한 이름으로 블로그 타이틀을 삼았다면 과연 지금까지 블로깅을 할 수 있었을까? ^^

매력적인 첫 문장의 탄생.
그리고 첫 문장의 매력을 집요하게 유지하면서 소설이란 삶을, 블로깅이란 삶을 영위하는 것.
첫 문장이 이끄는 삶. 첫 문장이 매력적이면 삶 자체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에게 드리는 질문,
"당신의 마음 속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PS. 관련 포스트
첫 문장부터 매력적인 소설들
대본과 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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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소설 쓰기 :: 2013/06/28 00:08

읽는다는 것은 결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읽기'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실천에 옮겨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읽을 때 생각의 결이 저자가 제시하는 특정 경로 만을 따라서 수용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자연스럽긴 하지만 그런 수동적 읽기 패턴을 의심하고 독자적인 사고를 수행하는 독자 모드로의 전환을 조금씩 익혀나갈 수 있다면 읽기는 또 하나의 쓰기로 변신할 수 있다.

소설을 읽을 때,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란 궁금증을 갖고 읽게 된다. 앞으로 펼쳐질 서사의 흐름은 작가가 갖고 있는 특유의 생각 결에 전적으로 의지될 수 밖에 없다. 생각의 결은 사람마다 고유한 것이어서 타인에게 그것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타인에게 은근한 거부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결은 그저 결일 뿐이다. 그건 정답도 아니고 오답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 설정되는 저자와 독자와의 관계는 은근 선생과 학생 간의 관계와 유사한 것이어서 독자는 저자가 전개하는 서사의 흐름을 무방비 상태로 주입 받곤 한다. 물론 저자의 결이 소설을 끌고 나가는 것이지만 그 소설을 읽는 독자의 지분이 과연 미미한 수준에 그쳐야 하는 것일까? 저자와 독자와의 관계는 어떤 모습으로 설정되어야 하고 거기서 독자의 비중은 과연 몇 %여야 하는 걸까?

저자의 결은 저자의 결일 뿐이다.
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저자가 제시하는 서사의 흐름을 결코 인정할 필요가 없다. 만약 어느 시점에서 저자가 이끄는 스토리라인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게 되었거나 다른 생각의 결이 자꾸 뇌리를 간지럽힌다면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창발시킬 분사 모드로의 전환을 모색할 수 있겠다. 저자의 서사는 그저 참조만 하는 것이고 독자의 서사가 독자적인 결을 형성하면서 저자의 서사를 대체해 나가는 저작의 흐름을 타기 시작하는 것이다.

소설에 적혀 있는 내용을 단지 한 가지 경로일 뿐이라 여길 수 있다면 소설을 읽다가 어느 시점에서 소설과 결별하고 소설과 독립된 경로를 구축해 나가는 나만의 소설을 써 내려갈 수 있겠다. 또는 소설을 다 읽고 나서 그 소설에 착안한 또 하나의 소설을 쓸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하나의 소설을 하나의 트랙으로 간주하고 그 소설을 가능케 한 심층기반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소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인 나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또 하나의 소설이 생성될 수 있음을 기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소설가이다. 우리 안엔 나만의 스토리가 무수히 많은 생각의 결 속으로 숨겨져 있다. 그것들은 수시로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횡단하며 우리에게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신호를 보내나 우리가 그걸 인지 못하거나 설사 인지했더라도 그걸 망각할 뿐이다. 결국 네비게이션의 문제이다. 자동차만 네비게이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생각, 우리의 예술가적 재능엔 네비게이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나만의 생각 결을 나만의 텍스트로 형상화하는 네비게이션 플랫폼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나의 기억과 망각을 수면 위아래로 춤을 추게 하고 나의 끼와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나만의 경로 관리 기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예전엔 독자가 저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독자는 반드시 저자가 되어야 한다.
독서의 끝은 수천 권,수만 권을 읽었다는 포만감이 아니다.
독서의 끝은 '독자의 저자 되기'이다. ^^



PS. 관련 포스트
독저, 알고리즘
위키 독서
독서와 구원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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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몬드 | 2013/06/28 00: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편집 일을 배우는 입장에서, 많이 공감합니다.
    좋은 콘텐츠를 가진 분이면 얼마든지 저자가 될 수 있는.. ^^

    • BlogIcon buckshot | 2013/06/28 09:18 | PERMALINK | EDIT/DEL

      결국 모두에게 좋은 컨텐츠가 있는 것이고, 그걸 발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

  • BlogIcon 고구마77 | 2013/06/28 14: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랜만에 뵈요. 잘지내시죠?

    저는 요즘 영어공부하는 페북 페이지 돌보느라 개인 블로그를 할 시간을 못찾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맥락과는 좀 다르지만, 여튼 독자의 저자되기 일환으로 최근 카카오페이지 론칭 준비를 했다가 많은 시행착오만 했네요 ^~^

    디지털 활자미디어의 상품화에 대해 많은 고민과 깨달음을 얻는 시기를 보내고 있슴다.

    • BlogIcon buckshot | 2013/06/28 14:55 | PERMALINK | EDIT/DEL

      오랜만입니다~ 바쁘게 지내고 계신 것 같네요~

      그동안 얻으신 통찰을 블로그에 올려주심 참 좋을 것 같아요. ^^
      http://blog.naver.com/pupilpil

      고구마님께서 포스팅해주시면 많은 분들께 귀한 가르침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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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 2012/12/12 00:02

배명훈 매뉴얼(3)

재미 있는 글이다. 소설이 만들어지기 위한 생산공정을 매우 알기 쉽게 전달해 주고 있다.
비현실 경제연구소에서 의미와 필터를 생산하고, 용접라인에서 이야기 덩어리들을 연결하고, 영감 대기실에서 영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브레인스토밍 작업대에서 이야기/소재를 모아서 맞춰보고, 품질관리실에서 제품의 품질을 검사하고, 자재창고에서는 이야기의 원재로/부품/중간생산물들이 공급되고 있고, 도서관에는 각종 전문분야의 정보들이 축적되고 있고, 집필실에서 이야기 덩어리를 완제품으로 조립하고, 연기자 대기실에서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대사나 행동을 연습하고 있고
....

위의 공정은 전문 작가 뿐만 아니라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에게도 해당된다. 블로거가 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선 개념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하고 개념을 형상화시키기 위한 재료들을 각종 온/오프라인 창고에서 발굴해 내야 하고 재료들을 이어서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거치게 되며 블로거가 축조한 스토리라인 상에서 블로거가 만들어낸 다양한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사고와 행동을 하며 스토리라인에 생동감을 더하게 된다.

블로거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블로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블로깅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축되어 버리고 마는 블로거의 포스트 생산 공정. 모든 블로거는 자신 만의 생산 공정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의도치 않은 과정 속에서 탄생한 생산 공정에 의해 씌어진 글들은 블로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어떤 나름의 건축물을 형성해 나가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던 생산공정이 만들어지고 그 생산 공정이 끊임없이 어떤 형태의 구조물들이 시공간 어딘가에서 자리를 잡고 형태를 구체화 시켜 나간다는 것. 글을 쓰는 것이 예기치 않은 부대효과들을 무수히 낳게 되고 그 부대효과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의도를 갖고 자생해 나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와도 같은 뭔가를 끊임없이 발현해 나가는 것.

내가 기획하지도 않았는데 떡 하니 탄생한 생산 공정에 한 번 눈길을 줘보자. 생산 공정은 수줍어 하면서도 자신 만의 포스트 생산 프로세스를 또박또박 나에게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주든 말든 생산 공정과 그것이 낳은 건축물은 자신 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내가 기획을 했든 하지 않았든 말이다.

. 자발적인 생명력을 갖는 생산 공정과 구조물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 한 번 들어봐야겠다. 오늘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려고 벼르고 있는 것인지. ^^





PS. 관련 포스트
존재 확인의 압박
존재와 불안

태깅,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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