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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 삭제 :: 2016/11/30 00:00

스마트폰으로 e북을 즐겨본다.
폰의 용량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구입한 e북을 무작정 보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어쩔 수 없이 자주 읽지 않는 e북은 삭제를 하게 된다.

그런데..
e북에 하이라이트 해놓은 부분을 나중에 읽어 보는 맛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삭제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을 해보게 된다.
e북을 삭제한다는 건 e북의 하이라이트를 삭제한다는 건데..

흑..
예전에 애써 하이라이트 해놓은 것들이 다 날라갔구나란 허탈감..


하이라이트를 보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드는 동시에
그렇게 하이라이트를 삭제하는 게 진짜 삭제한 건가?란 질문도 생긴다.

내가 했던 하이라이트는 삭제된 것이 아니라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것 같다.
시공간 상을 부유하는 마이 하이라이트..

e북을 삭제하면서 하이라이트가 날라간 것을 보면서,
삭제를 통한 부재를 체감하면서,
오히려 존재를 느끼게 된다
내가 하이라이트를 했다는 기억.
희미해지는 하이라이트의 지점들.
그것들이 지금 당장 내 눈 앞에선 사라졌지만
사라졌기 때문에 결국 존재한다는 것을 내게 증명하고 있는 역설적 존재감으로 인해
나는 e북 삭제를 통해 오히려 보이지 않는 하이라이팅을 지속하게 되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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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상상하기 :: 2014/10/20 00:00

읽지 않고 상상하기는 말 그대로 상상하기이다.

읽고 상상한다면 어떤 양상이 펼쳐질까?

결국 읽은 것을 지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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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독서 :: 2014/04/30 00:00



장편소설의 초중반을 읽었다. 60~70% 정도를 읽은 셈이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로 진입하지 않고 1개월 이상 그 상태로 머물러 있다. 소설이 재미있어서 분명 후반부가 어떻게 전개될 지 매우 궁금했지만 가장 궁금한 그 지점에서 가차없이(?) 중단했다. 읽기를 중단했지만, 남은 후반부에 대한 다양한 상상이 머리 속에서 새록새록 기어 나온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주인공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 관계의 사슬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주인공의 협력 관계에 있는 자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주인공과 갈등 관계에 있는 자들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인물과 인물 간의 상호작용은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 것인지, 관계의 장은 어떤 색깔을 띠며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복합적인 관계망은 어떤 방식의 결론을 낼 것인지, 소설의 결말에서 나는 어떤 메세지를 생성하게 될 것인지. 소설의 완결을 본다는 건, 어찌 보면 참으로 싱거운 이벤트가 아닌가 싶다. 굳이 소설가가 머리를 쥐어짜며 얻어낸 결과물이 나에게 적합한 엔딩이 될 수 있을지, 작가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끝 모습을 내가 시간을 투입하며 확인할 필요가 과연 있는 것인지.


장편소설을 하루 만에 내달리듯 다 읽어버리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게 나름 괜찮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계속 '읽기'로만 일관하다 보면 기계적인 리딩 머신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고, 소설의 구조와 메세지를 음미하기 보단 종착역에 빨리 도달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여행의 향취를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고 질주하는 KTX와도 같은 모습이 되어 버리곤 했다.  달음질의 끝에서 확인하게 되는 건 상상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다소 허무(?)한 결말들. 물론 작가 입장에선 혼신의 힘을 다한 마무리였겠지만 독자 입장에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달려왔던 길이라서 어지간해선 엔딩 신에서 흠뻑 만족하기가 여간 쉽지가 않을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독자가 소설의 레일에서 이탈해서 자신 만의 노선을 따라 걸어가는 건 그닥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실망스런 시나리오 전개에 허망하게 지쳐버릴 수도 있는 것이라서. 마치 고등학교 때 정석수학 공부하던 모습이 재현될 수도 있다. 문제를 풀다가 지쳐서 책 뒤에 있는 답안지를 슬쩍 보고 문제 풀이 방법을 의존적으로 익히던 그 시절. 실력이 늘기가 어려웠다. 문제풀이 기계가 되어 생각하면서 문제를 풀기 보다는 정해진 모범답안을 외워대는 시간들의 반복. 소설을 단선적으로 줄달음치듯 다 읽는 것은 상상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독서 습관의 고착화의 길이다.


1개월의 중단 기간 동안, 나만의 엔딩이 어느 정도 형성되는 듯 싶다. 물론 작가가 정해 놓은 결말과 비교하면 매우 조악한 스토리라인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초중반을 읽으면서 이미 내 안엔 작가의 레일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나만의 서사가 천천히 움트기 시작했던 것이고 그렇게 생성되어 가는 나만의 스토리라인은 초중반을 다 읽은 시점에선, 유치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의 색채가 입혀진 채 수줍은 듯 자신 만의 플로우를 진행한 것이다. 독자의 위치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전개시켜 온 나만의 소설 흐름을 자각하지 못하고 저자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 보편적인 소설 읽기의 양상이지만, 그건 왠지 모르게 아쉽다. 독자 참여형 소설 읽기의 방법론은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내재하고 있다. 그걸 서서히 인지할 수 있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독자는 더 이상 수동적 노선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 만의 레일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소설 읽기가 중첩된 스토리라인이 독자의 마음 속에 축조될 수 있다면 그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작품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셈. 물론 그걸 가시화된 언어 표현으로 옮기는 건 매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열린 마음으로 작가가 구성해 놓은 후반부를 읽어볼 것이다. 나의 엔딩과 어떻게 다른지, 나의 결말과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지, 나는 어떤 메세지를 발신했고 어떤 메세지를 수신했는지.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 그게 소설의 진정한 결말이 아닐까. ^^



PS. 관련 포스트
小說三分之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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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ete, Position :: 2014/04/23 00:03

디지털 세상에선 수시로 삭제를 하곤 한다.  필요 없는 파일을 지우고 텍스트와 이미지를 지운다. 1과 0 사이에서 OnOff를 오가는 디지털 모드에선 삭제는 매우 일상적인 행위이다. 삭제를 하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없어지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고 어렴풋이 추측한다.

삭제란 무엇일까?

삭제는 뭔가를 없애면서 뭔가를 생겨나게 하는 행위이다.  무엇을 지우면 무엇에 연관된 다른 무엇이 변형되거나 생겨난다. 지우는 건 소멸시키는 게 아니라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뭔가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만물은 정보이다. 정보는 완전 소멸되진 않는다. 형태를 바꾸거나 구성이 재편되면서 시공간 상의 좌표 점유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지 완전 없어지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이사를 하면서 책 정리를 할 때, 필요 없을 거라 판단한 책을 내버리는 행위. 그 때 그 책은 정말 나로부터 완전히 사라지는 것일까? 아무리 나로부터 멀어진다고 해도 그 책과 나와의 관계는 분명 존재하는 것일 텐데. 그 책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 특정한 계기가 주어지면서 문득 그 책 제목이, 책 내용이 떠오른다면 그 책은 결국 소멸되지 않았음이 입증되는 것 아닐까?

삭제를 하면서 삭제 대상으로부터의 거리를 스스로 컨트롤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실은 삭제하면서 오히려 그 대상과의 거리가 가까워질 수도 있다. 물론 멀어질 수도 있기도 하겠고, 거리가 새로운 양상으로 재구성될 수도 있다. 거리의 차원이 멀고 가까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대상 사이에 놓인 길의 결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여러 가지 차원이 형성되면서 어떤 차원에선 거리가 가깝고, 어떤 차원에선 거리가 멀게 형성되는 등의 다채로운 상호작용의 장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삭제는 나름 고도화된 창조 행위이다.
무로부터 뭔가를 만드는 게 어렵듯이, 뭔가를 삭제하는 것도 무가 아닌 유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뭔가를 삭제하면서 뭔가가 있던 공간의 기운을 바꾸는 것.
삭제를 단순하게 생각하면 삭제의 본질로부터 멀어진다.

삭제는 1을 0으로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1을 N으로 만드는 행위다.
디지털은 1과 0을 오가는 선형적 진자 놀이가 아니라, N과 N을 오가는 다차원 네트워킹 게임이다.

삭제되면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그것이 소멸된 게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여 새로운 포지션을 획득했음을 의미한다. 

내가 삭제한 수많은 대상들.
그것이 현재 어느 시공간에 어떤 모습으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지.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그것을 알게 해주는 좋은 도구가 블로그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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