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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감 :: 2016/12/21 00:01

물리적 관점에서
나의 삶은 내가 위치했던 좌표와 내가 이동했던 좌표 간 거리로 규정된다.

내가 생성하는 물리적 이동.
좌표와 경로
노드와 링크

그런데..
내가 어떤 좌표에 위치했다는 건
내가 그 좌표를 제외한 나머지 수많은 좌표들을 배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내가 좌표와 좌표 간 이동을 했다는 건
내가 그 이동경로를 제외한 나머지 수많은 이동경로의 가능성들을 선택 선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을 내포한다.

존재로 삶의 궤적을 형성한다는 건
삶의 궤적을 제외한 다른 영역에 대해서 부재를 태깅하는 것이다.

존재로 살아간다는 건
부재로 비워 두는 곳을 규정하고 그 곳을 부재감으로 채워 나가는 일이다.

존재감은 부재감으로 규정된다.

부재란 무엇일까.
왜 부재하는 것일까.
왜 편재의 틀 속에서 수많은 부재를 생성하게 되는 것일까.

표현과 은닉 사이에서
선택과 배제 속에서
존재와 부재 간을 끊임없이 오가는 것

그게 또 하나의 삶의 궤적일 듯 싶다.

존재와 부재..
그것들은 노드들이고
노드들 간의 보이지 않는 이동경로.

물리적 경로가 아닌
또 다른 차원의 링크

그 링크가 뭔지 알아가는 과정
그것도 또 하나의 이동경로

나의 현재 위치
나의 현재 동선
그것들의 흐름 속에서 나의 부재가 서사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걸 어렴풋이 느끼는 것
그게 부재감이다. ㅋㅋ



PS. 관련 포스트
좌표와 이동
망각과 복원
숨겨진 비밀
비밀코드 해독과 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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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와 이동 :: 2016/12/19 00:09

시간이 흐르는 삶 속에서 물리적 동선이 형성된다.

자주 가는 장소와
자주 이동하는 경로는
좌표와 좌표 사이를 이동하는 선의 궤적처럼
시간이 흐르는 삶 속에서의 물리적 이동으로 축적된다.

각각의 좌표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고
이동하는 경로도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으니
좌표와 좌표 간의 물리적 이동은 일종의 반복처럼 느껴지고
그렇게 쌓여가는 반복감 속에서 일상은 더욱 강화된 삶의 궤적처럼 패인 홈을 구성하게 된다.

동일한 것처럼 보이는 일상
그런 일상 속에서 쌓여가는 감정
삶은 그렇게 구성되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좌표와 좌표 간 이동으로 규정되는 삶의 궤적
그런 궤적 속에서 생성되는 사고와 행동
궤적이란 맥락 속에서 국한되고
패인 홈이란 프레임 속에서 형성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가 위치했던  물리적 좌표와 내가 이동했던 물리적 경로만 쭉 나열해 보면
나의 지나온 시공간들이 물리적으로 리스트업되는 것인데.

그렇게 흘러온 나의 물리적 삶.
그것들만 잘 돌이켜 보아도 내 삶이 잘 보일 듯 싶다.

하나의 좌표가 품고 있는 의미와
하나의 이동경로가 품어 내는 서사가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말을 걸어올 거라서 말이다. :)

좌표와 이동..
나도 모르게 형성되어 왔던, 수많은 좌표와 이동경로 속에서의 나.
분명 흘러온 시간이고 지나온 공간인데 왜 이렇게 궁금한 것인지.
왜 이리도 설레이는 것인지..

그리고 이런 소박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블로그 포스트 입력창이 왜 이렇게 고마운지.

놀라운 감정의 연속.
오늘도 내가 위치한 좌표와 내가 움직이는 이동 경로는
그렇게 소박하게 형성되고 수줍게 의미를 감춰낸다.

의미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의미는 숨어들어간다.
그렇게 감춰지는 비밀과
어설프게 표현해낸 텍스트 속에서
노드와 링크는 오늘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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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복원 :: 2015/02/25 00:05

예전에 유행하던 노래를 들으면, 예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망각된 것을 복원하는 경험.

사람의 기억 용량에 한계가 있으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뭔가를 잊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너무 많은 것을 억지로 머리 속에 지니고 있을 필요는 없다.

망각했던 기억을 다시 살려내고 복원된 것이 또 다른 복원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형성되기도 하는 반면,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나는 뭔가를 망각하고 있고 잃어버리고 있다. 새롭게 습득하는 정보, 강렬한 자극으로 인해 깊게 저장되는 정보, 얕게 저장되는 정보, 시간에 따라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정보, 완전히 망각된 정보, 어떤 계기로 인해 다시 복원된 정보.. '나'는 일종의 정보의 유입/유출 시스템이고 나를 향해 정보는 들어오고 나감을 지속한다. 나는 그런 역동적인 정보 흐름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인 셈이다.

복원을 경험할 때마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를 지긋이 바라보게 된다.
나에 의해 보여지는 나의 모습.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하고 있었고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회상하고 있다.
그래서 둘은 망각 복원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갈 때
나는 과거의 나를 과거 속 시공간에 남겨둔 채 여정을 떠나온 것이고
어떤 계기를 맞아 과거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는
지금의 내가 변해 있듯이, 과거의 나도 자기 만의 삶을 지속했고 그로 인해 변해 있었다.

망각을 복원하는 것은 서로 다른 트랙을 살아가던 두 존재가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다.

그건 매우 당연한 것처럼 반복되는 일상인 동시에
심원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암호화된 코드를 해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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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비밀 :: 2015/02/23 00:03

제로 투 원 -
피터 틸 &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한국경제신문


이 책에 '숨겨진 비밀'이란 표현이 나온다.
참 매력적인 말이다.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을 믿고 그것을 찾아 다니는 사람에겐 그것이 보일 확률이 생겨난다.

세상은 비밀 코드가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탐색의 공간이다.

비밀이 있음을 믿는 게 아니라
비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구조라는 걸 그저 느끼면 된다.

누구나 자신 만의 생각과 언어로 그 코드를 풀 수 있다.
잠을 자는 건 비밀 코드를 열기 위한 심연으로 가라앉기 위한 의식인지도 모른다.

잠 속에서 꿈을 꾸는 건
비밀 코드를 자유롭게 유영하듯이 찾아 다닐 수 있게 해주는 기제가 아닐까?

일상이란 관점으로 세상 속에서 생활을 해나가는 것과
비밀이란 관점으로 세상 속에서 코드를 풀어나가는 것

일상과 비밀이 교묘하게 뫼비우스처럼 서로 엮여 있어서
일상의 편안함과 비밀의 긴장감이 내가 살아가는 이 시공간에서 절묘한 평형을 이룬다.

일상 속에서 비밀을
비밀 속에서 일상을
자연스럽게 탐닉하고 은닉하면서 살아가면 되겠다. ^^



PS. 관련 포스트
비밀코드 해독과 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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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코드 해독과 진공 :: 2011/08/24 00:04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리처드 도킨스의 '무지개를 풀며 (Unweaving the rainbow)'를 읽지는 않는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 단지 책 제목만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비밀코드 해독과 진공 (2011.8.24)

비밀 코드를 해독할 때, 세상의 이치를 밝혀내기만 하는 건 아니다.
밝혀낸 만큼 비밀 코드 속으로 숨는 뭔가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진공은 무엇일까? 정말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진공은 우리 인지체계로 파악이 되지 않을 뿐 분명 뭔가를 함유하고 있고 끊임없이 뭔가를 하고 있다. 만물의 기본은 원자도 아니고 소립자도 아니다. 만물의 기본은 진공이다.

원자 이하 레벨로 아무리 내려가봐야 얄미운(?) 소립자와의 기약 없는 숨바꼭질만 반복하게 될 지도 모른다. 만물의 본질은 입자를 통해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물의 본질을 파헤치려면 진공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그건 과학의 영역이 아닐 수도.

글로 뭔가를 표현할 때는 표현되지 못한 뭔가가 표현된 글의 이면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건 마치 입자와 진공과의 관계와도 같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체만 실재로 판단할 뿐, 그 물체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나누는 진공의 존재를 항상 잊고 살아간다. ^^


PS. 이윤하님의 트윗 멘션

가능성이 아직 원자도 현상도 되지 않은, 슈뢰딩거의 1/2 고양이의 공간, 빛이 탄생하지 않은, 아원자의 세계. 무한하고 영원한, 없지만 있는 세계. 경계이전의 공간.

빛이 있으면 꼭 그림자가 있죠. 빛 이전의 무엇이 바로 그 '진공'의 세계겠죠? 아이슈타인이 빛보다 빨리 뛰어 빛 앞에 서면 무엇이 보일까 궁금해했다는데, 리드리드님도 비슷한 생각중이시군요 ^^



해독과 신념. 그리고 종교.  (2010.11.5)

무지개를 풀며
리처드 도킨스 지음, 최재천.김산하 옮김/바다출판사


서점에서 우연히 리처드 도킨스의 '무지개를 풀며 (Unweaving the rainbow)'를 접하게 되었다.

Unweaving이란 단어에 눈길이 간다. 예전에 읽은 '다윈의 식탁'이란 책이 떠오른다. 위대한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 박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생물학계의 최고 지성들이 진화론에 대해 한바탕 대 설전을 펼치게 된다는 '가상 논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물학계의 거성들은 진화론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를 중심으로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져 1주일 간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게 된다. "강간도 적응인가?",  "이기적 유전자로 테레사 수녀를 설명할 수 있나?",  "유전자에 관한 진실을 찾아서",  "진화는 1백미터 경주인가, 넓이뛰기인가?",  "박테리아에서 아인슈타인까지"  등의 주제를 놓고 리처드 도킨스 진영과 스티븐 제이 굴드 진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 동안 쌓아왔던 자신들의 이론과 자존심을 걸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선보인다.

'다윈'이란 코드를 각자의 생각과 방식으로 unweaving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다른 결과물들에 자신만의 신념과 열정, 그리고 자존심을 듬뿍 실어 결정적인 이견이 발생할 때 격렬한 사상(?) 논쟁을 하고 있는 모습. 생물학자들은 다윈이란 성전(聖典)을 해독하고 다윈에 대한 각자의 신념을 저작하고 있으며 서로 사상이 맞지 않을 땐 격한 자존심 전쟁을 불사한다. 다윈은 가장 핫한 현대 종교다.


비밀스런 코드를 해독한다는 것.
비밀을 하나 둘 파헤쳐 가는 과정 속에서 가설과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발전하게 되고 그것을 코드 해독에 결부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신념은 형성되게 마련이다. 신념은 자가증식의 경향이 있어서 계속 그것을 강화시키고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수반하게 된다.

비밀코드와 신념은 공생 관계다. 바로 이 기반 위에서 종교계의 교리 싸움이 작동하고, 과학이란 또 다른 종교계의 교리 싸움이 동작한다.

해독은 신념과 만나 교리를 낳는 메커니즘이 과학에서 매우 왕성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관전 포인트들이 앞으로 마구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다고나 할까. ^^


PS. 관련 포스트
해독과 신념. 그리고 종교.
다윈,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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