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에 해당되는 글 8건

저절로 :: 2017/06/05 00:05

저절로 두면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정돈된 구조는 무질서한 모습으로 흘러간다,

저절로 두면
엔트로피는 그저 증가한다.

저절로의 역방향을 의도하고
저절로 두면 되기 마련인 그런 모습의 반대 양상을 이끌어 내려고 할 때
나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나의 의도는 무엇인가
나는 세상의 어떤 엔트로피 플로우에 저항하는가
내가 거스르고자 하는 엔트로피 흐름
그게 나를 누구로, 무엇으로 만들어 간다.

그런데 그 흐름이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면
그건 나의 정체성이 아닌
나의 소외

의도하지 않은 지점에서 엔트로피에 저항하고 있다면
그건 헛된 몸짓
그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 저절로가 낫다.

나를 규정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그런 흐름과 동떨어진 곳에서 엔트로피 줄이기에 열일을 하고 있다면
그 흐름엔 제동이 걸릴 필요가 있겠다

저절로에 주목하면서
내가 바꾸고 싶은 저절로 플로우가 과연 무엇인지
그게 정말 내가 원했던 흐름인지
아니면 외부로부터의 강압인지
그걸 분별하는 눈이 생겨날 떄
세상의 수많은 저절로와 내가 규정한 안티-저절로 간의 균형이 생겨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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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만드는 :: 2016/05/27 00:07

제로 시대
김남국 지음/비즈니스북스

이 책에 새로운 내용은 없다.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을 계속 읽게 된다.

과하지 않게
주요 포인트들을 조곤조곤 잘 정리해서 얘기해 주는 느낌이 좋아서.

이 책을 다 읽은 후
나는 책을 읽기 전과 대비해서 정보에 대한 인지 측면에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을 듯 하다.

대신 이 책을 통해 뭔가를 느끼게 되는 지점이 생겼다.

새로운 것을 얘기하는 듯 하나
정작 새롭지 않은 내용들로 내 주변이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이고
그런 트릭들이 난무하는 정보 난무의 현장 속에서
나는 무질서를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렇게 어지럽혀지듯 헝클어진 정보의 더미 속에서
정돈된 어조로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저자가 있다면
나는 언제든 그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시대
주의력 결핍의 시대
조각 정보 유통의 시대

책을 계속 읽게 된다는 건 대단한 경험이다.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 독자도 대단한 것이고 (대단히 운이 좋다는 의미)
그렇게 독자의 주의력을 책에 붙들어맬 수 있게 하는 저자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봐야 한다.

책을 팔려고 하는 게 아니라
책에 좋은 내용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은 느낌

책이 상품이 아니라
책에 저자의 의도가 담긴, 책 내용이 독자에게 전하는 메세지 같은 느낌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니라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 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

책이 수많은 텍스트로 묶여진 구조화된 정보의 집합체가 아니라
책상 위에서 저자가 생각을 정돈해 나가는 흐름들로 느껴지는

그런 느낌들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와 독자의 궁합도 중요한 변수인지라
내가 받은 느낌은 철저히 나의 주관에서 기인한 것이겠다.
다른 독자는 나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책이라도 단 한 명의 독자일지라도
나와 같은 얘길 하는 독자가 존재할 수 있다면
그 책은 자신의 소임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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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악의 힘 :: 2013/03/15 00:05

리더는 조직을 좋게 만들 힘은 그닥 갖고 있지 못하다. 조직은 조직원들이 좋게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하지만 리더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조직을 나쁘게 만드는 힘. 그 힘이 너무도 크기에 리더란 위치는 매우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리더는 자신이 뭔가를 해서 조직을 좋게 만들려는 의지 보다는 내 자신이 하는 일들이 조직에 어떤 나쁜 임팩트를 미치는지에 대해 매우 민감해야 한다.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좋게 만들려는 의도는 환상에 가까운 것이다.

문명도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자 문명의 수레바퀴는 끊임없이 구르고 굴러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문명이란 이름으로 행해진 수많은 개악들이 얼마나 많은지. 뭔가를 좋게 만들려는 의지로 구현한 것들이 결국 이전보다 개선한 것이 그닥 없는 허무한 결과들을 낳은 케이스들이 대부분이 아니던가. 문명은 진보로 포장된 퇴행일 것이고 문명의 발전은 '오래된 미래'를 뒤늦게야 이해해 나가는 멋쩍은 뒷북형 학습 해프닝에 불과한 듯하다.

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는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의도와는 달리 질서는 그리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무질서가 끊임없이 창발한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풍선효과와도 같아서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튀어 나오는 현상의 무한 반복일 뿐이고 그런 쳇바퀴 속에서 뭔가를 했다는 자위는 공허함만을 더할 뿐이다.

개악은 왜 자행되는가?

개선을 향한 인간의 맹목적 본능이 낳은 환상이 인간의 감각기관을 마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개선보단 개악을, 진보보단 퇴보를, 질서보다는 무질서를 낳는 경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좀처럼 인정하지 못하고 그저 생존만을 위한 몸부림으로 생 전체를 일관하는 유전자와 하등 다를 것 없는 개선과 진보를 향한 기계적 몸부림을 아무런 자기비판적 태도 없이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기계적 행동은 유전자 속에 깊숙이 프로그래밍된 유전형질과도 같이 인간의 몸과 마음 속에 견고하게 장착된 채 인간을 유린하고 있는 모습.

개악의 중력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

우선, 맹목적 본능의 기계적 진행을 멈춰야 한다. 본능의 움직임을 느끼고 그것을 제어할 수 있어야 개악과 정면으로 맞설 수가 있다. 어리버리 있다간 본능은 저만치 앞서 달려나가기 마련이다. 이미 달리기 시작한 본능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본능이 본격적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감지하고 본능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일단 말을 걸게 되면 본능은 주춤할 수 밖에 없다. 본능이 주춤거리기 시작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맹목적 개악의 몸짓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나의 행동이 개악과 개선 중 어느 쪽으로 좀 더 기울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대개 개선 만을 바라보고 싶어하는 본능 때문에 개악의 효과를 직시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개악이 개선을 압도하기 쉽다는 인간 존재의 미약함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순간 개악과 개선을 구분할 수 있는 중립적 판단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사실, 개선과 개악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개악을 덜 했는가의 문제라고 깨끗이 상황을 시인하고 나면 판단력은 명징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악을 자제하려는 마음가짐을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한다. 뭔가를 하면 할수록 나빠지기 쉽다는 것을 몸과 마음에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태어날 때 부여된 프로그램만 평생 죽어라 수행하다가 떠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너무 허무하다. 자신에게 주입된 프로그램 말고 자신이 스스로 주입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로봇같이 흘러가기 쉬운 기계적 인간 삶에 청량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되어야만 어이없는 뇌 놀음에 평생 유린당하는 바보 같은 삶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나의 개악 능력을 시인하고 그것을 인지하고 자제할 수 있는 삶을 지향하 수 있어야 한다. 태어나서 살아가다 뭔가를 바꾸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람 있었다고 자위하는 환상 속 삶은 지양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개선의 포스가 아니라 개악의 포스이다. 그 포스를 마음대로 휘두르며 끊임없이 세상을 개악할 것인가? 아님 그 포스를 내가 새롭게 창제한 나만의 프로그래밍 기법으로 현명하게 조종할 것인가? ^^




PS. 관련 포스트
무위, 알고리즘
질서,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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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과의 대화 :: 2011/10/26 00:06

생각하는 힘은 잡생각을 버리는 능력이다. 끊임없는 자극을 원하는 뇌 본능을 따라 끊임없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잡생각을 차단하고 해야 할 생각을 선 굵게 하는 능력. ^^

대부분의 소리가 소음으로 들리고, 대부분의 텍스트가 난수표로 보일 때가 있다. 그리고 오직 하나의 소리, 하나의 텍스트가 음악과 의미로 다가오는 그 순간. 소음과 난수표의 귀중함을 느끼게 된다.


몰입을 하게 되면 소음을 느낄 수가 없게 된다. 소음은 잡생각으로 가득찬 마음 그 자체이다.

특정 장르의 음악을 들었을 때 소음으로 들리거나 어떤 그림을 보았을 때 무엇을 그린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면 그건 패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재즈를 매우 좋아하지만 17~18년 전에 재즈 연주곡을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불편한 느낌에 "뭐 이런 게 다 있어"라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처음 재즈를 들었을 때의 느낌은 정말 소음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지금은 재즈를 편안하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데, 재즈가 소음에서 편안함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재즈 음악을 구성하는 멜로디/리듬의 배치에서 나에게 익숙한 어떤 의미덩어리를 패턴으로 묶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패턴을 먹고 산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다양한 문제 이해/풀이 패턴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다양한 전략/실행 패턴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분야에서 패턴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 분야를 소음으로 인지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뇌 기능이 저하되면서 패턴 생성/유지 능력이 떨어진다. 결국 나를 둘러싼 세상에서 인지할 수 있는 패턴이 점점 줄면서  세상은 소음으로 변해가고 그런 무질서 가득한 소음 속에서 나 자신의 무질서도 덩달아 증가하게 된다. 무질서의 끝은 죽음이다.

소음사회에서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는 것. 소음을 응시할 때 소음임이 명확해진다. 소음을 응시하면서 소음 아닌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소음을 응시하면서 소음 속에서 패턴화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소음과 대화하는 것이다. 소음은 생각과 몰입의 자양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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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mindfree | 2011/10/26 18: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인간은 패턴을 먹고 산다'는 대목에서 예전에 제가 쓴 포스트가 떠올라 트랙백 걸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1/10/26 19:49 | PERMALINK | EDIT/DEL

      귀한 트랙백 걸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불완전한 기억이 슬픔망각, 창의적사고, 통찰,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씀이 너무 와닿습니다. 트랙백 걸어주신 귀한 포스트에 대해 앞으로 생각을 좀더 해보고 싶습니다. 너무 감사해요~ ^^

  • yamyo | 2012/04/24 11: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인상깊게 잘 읽었습니다. 무질서의 끝은 죽음이라는 마지막 문장에서 섬찟했네요.

    • BlogIcon buckshot | 2012/04/25 22:20 | PERMALINK | EDIT/DEL

      질서를 발견하고 질서를 느껴 나가는 것. 무질서 속의 질서, 질서 속의 무질서. 정말 세상은 배울 것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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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알고리즘 :: 2009/09/30 00:00

고구마님께서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2호에 링크 거는 인간 행동을 재활용한다라는 인상적인 글을 아래와 같이 기고하셨다.




고구마님의 글을 보니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08년 10월호에 실린 The Contribution Revolution 아티클이 다시 생각난다.  거기엔 아래와 같이 재미있는 프레임이 나온다. 


유저의 자발적인 웹 액션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User Contribution System은 계속 성장을 해왔다.

  • 유저가 위키피디아, 유튜브, 페이스북/마이스페이스에 올리는(기여하는) 주제별 정보, 온라인 비디오, 프로파일/소셜 네트워킹 정보
  • 판매자가 이베이에 등록하는(기여하는) 상품 정보, 유저들의 클릭(기여)에 의해 운영되는 구글 광고 시스템
  • 유저가 쇼핑하면서 자연스럽게 남기는(기여하는) 상품 취향/구매 데이터에 기반한 아마존의 상품 추천 시스템
  • 사이트 간의 링크(기여) 연관성에 기반한 구글의 페이지랭크 알고리즘
  • 유저 PC의 유휴 자원을 활용하는 Skype의 VOIP 시스템


유저는 웹 상에서 다양한 액션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흔적을 웹에 남긴다. 그 흔적 모두가 일종의 기여(contribution)이다.  웹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유저는 적극적으로 컨텐츠를 생산/가공하기 보다는 현저하지 않은 흔적을 남기는데 그치기 마련이다.(Vocal Minority, Silent Majority)  많은 유저들이 남기는 얌전한 흔적과 소수의 유저들이 남기는 뚜렷한 흔적. 웹에 쌓이는 다양한 흔적들은 모두 비즈니스/서비스에 대한 기여(contribution)이다. 수동적 흔적은 정보 강도가 약하지만 양이 많아서 도움이 되고 적극적인 흔적은 양은 적지만 정보 강도가 높아서 도움이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유저는 웹에서 무언가를 하는데 그것이 어느 정도의 기여를 의미하는지 유저 자신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유저는 그저 자신이 원하는 액션을 수행할 뿐이다. 반면, 유저의 웹 액션을 플레이어가 주목/인식하고 유효하게 활용하는 방법론이 발전할 수록 유저 기여의 크기는 점점 증가하게 된다. 유저는 웹이라는 강력한 액션 툴을 얻고 그 툴을 통해 수많은 활동을 수행하고, 비즈니스/서비스는 그것을 다양한 각도로 절단/채취하고 거기서 가치를 획득한다. 1인의 유저가 특정 기간 동안 수행하는 웹 액션은 수많은 플레이어의 가치 창출을 위한 자원으로 사용된다. 유저가 모르는 사이에..



웹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 같다.

유저의 다양한 행동을 디지털 정보로 전환시켜 유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각각의 고유한 의미를 띠게 된 디지털 정보들을 연결하는 '디지털 제너레이터/커넥터' 역할을 웹이 해주고 있기 때문에 Behavior Recycling이 가능해진 것이다.

유저 행동의 디지털 제너레이터/커넥터인 웹은 유저의 생활 공간이고 놀이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웹에서는 유저 자발적인 각양각색의 놀이들이 대규모로 전개되는 것 같다. 고구마님께서 game과 일 포스트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게임과 일은 딱 한 끗발 차이다. 게임과 일은 내용 상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임하는 사람의 태도에 의해 결정이 되기 마련이다.

웹은 수직적 권위보다는 수평적/자발적 행동들이 난무하는 공간이다. 그런 웹의 특성이 웹을 거대한 놀이/게임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했고 수많은 유저들의 웹 컨텐츠 생산/가공/복제 놀이가 쌓이고 연결되면서 웹은 Behavior Recycling 플랫폼으로써의 가치를 발현하게 되었다.  나의 무질서가 누군가의 질서이고 나의 질서가 누군가의 무질서가 되는 공간이 웹이다. 내가 싼 똥이 누군가의 음식이 되고 누군가가 싼 똥이 나의 밥이 되는 거대한  Value Arbitrage 플랫폼..  웹은 참 재미 있는 시공간이다. 오늘도 난 웹에서 나만의 놀이와 게임을 비선형적으로 전개한다.  그러는 가운데 나는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웹에 뭔가를 기여하고 뭔가를 소비하는 행위를 하게 되고 그런 행위는 누군가에 의해 recycling을 당하게 된다.  나는 지금 이 순간도 Behavior Recycling을 누군가와 계속 실시간으로 주고 받고 있는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기여, 알고리즘
재미, 알고리즘
질서, 알고리즘
거잠,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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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d-Lead

    Tracked from recapping... | 2009/09/30 10:59 | DEL

    매스미디어급 영향력을 가지신 Buckshot님께서 부족한 제 글에 대한 포스팅을 해주셨다. "재활, 알고리즘" 내가 가진 생각을 나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적합한 이론과 절묘한 ..

  • 지하생활자의 느낌

    Tracked from friedpotato's me2DAY | 2009/10/01 02:28 | DEL

    재활, 알고리즘. 웹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유저는 적극적으로 컨텐츠를 생산/가공하기 보다는 현저하지 않은 흔적을 남기는데 그치기 마련이다. …… 유저의 웹 액션을 플레이어가 주목/인..

  • BlogIcon 고구마77 | 2009/09/30 11: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The Contribution Revolution...
    '08년에는 대충 제목만 훓어봐서 지나간 내용이었는데, 이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buckshot님의 방대한 지식, 'lateral displacement and connection' 능력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원문보다 한층 깊이 있는 포스팅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글을 더 써나가는데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마치 최상급 컨설턴트에게 일대일 과외를 받은 느낌!!
    감사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9/30 21:35 | PERMALINK | EDIT/DEL

      헉.. 고구마님, 지나친 과찬이십니다. 금번 고구마님 아티클에 감명 받아 작은 소감을 적었을 뿐입니다. 참 값진 글이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야말로 고구마님께 제대로 1:1 과외를 받았답니다. 뿌듯한 마음 안고 추석 연휴에 들어가렵니다. 즐건 추석 휴식 시간 되세여~ ^^

  • BlogIcon 지구벌레 | 2009/10/05 23: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웹의 탄생이 빅뱅과 같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수많은 공간과 영역들을 창출하고 그 자신 또한 진화해가는...

    • BlogIcon buckshot | 2009/10/06 09:01 | PERMALINK | EDIT/DEL

      아, 멋진 비유이십니다.
      웹의 탄생과 성장을 빅뱅과 우주의 진화와 연결시켜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귀한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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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알고리즘 :: 2009/03/25 00:05

피터 셍게가 쓴 제5경영의 The laws of the fifth discipline에 나오는 "현재의 문제들은 과거 해결책의 산물이다"란 말을 과장해서 그림으로 그려 보면 아래와 같다.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을 문제해결로 볼 수가 있겠고 그런 문제해결 과정이 무질서화를 야기케 하는 문제발생의 원인이 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아래와 같은 짜증나는 무한 순환 패턴이 반복되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시스템 사고라는 프레임을 통해 구조를 관통하는 입체적 시각을 갖고 깔끔한 문제 해결 방법을 추구한다면 위와 같은 악순환 패턴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왠지 질서와 무질서는 원래 하나였고 서로가 서로를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질서와 무질서라는 개념의 구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과연 질서와 무질서에 대한 균형 잡힌 감각을 갖고 있는가?

인간은 천성적으로 연역적 추론보다는 귀납적 패턴 인식에 더 강하다. 은유/유추에 기반하여 예전 패턴에 새로운 패턴을 대입시키는 능력과 불완전한 정보들로부터 러프하게라도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빈칸 채우기 능력은 연역적 추론에 강점을 보이는 현존 컴퓨팅 시스템이 따라가기 어려운 인간이 가진 고유 능력이다.  인간은 복잡하게 펼쳐지는 원인-결과 사슬을 접할 때, 컴퓨터처럼 논리적 계산을 수행하는 것보다 뇌에 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복잡계스런 상황을 극도로 단순화/파편화시키고 저 차원적 문제로 홀랑 환원시켜버리는 본능적 사고 패턴을 갖고 있다. 알기 쉬운 인과관계로 현상을 파악하고 그런 인과관계로 구성된 이야기를 쉽게 기억하면서 단순 무식했으면 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규칙/질서를 무의식적으로 추구한다. 어떻게 해서든 연관과 패턴을 찾고 그 패턴 속에서 편하게 살아가고 싶어한다.  인간은 제 아무리 새로운 상황을 맞이해도 기존의 경험과 지식으로 그럴싸한 해석을 해내고 마는 뛰어난 유추 능력을 갖고 있다. 인간은 규칙화/패턴화의 대가이고 본능적으로 우연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연한 만남을 인연으로, 사건의 동시 발생을 인과관계에 의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강력한 인간 본능.  우연 속에서 끊임없이 어떤 틀을 발견하고 싶어하고 규칙과 패턴을 뇌에 넣어 놓고 다양한 상황에 기계적(무의식적)이고 편하게 대응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뇌가 갖고 있는 생물체로서의 장점이자, 끊임없는 발전을 추구하는 사고체로서의 한계이다.  생존/안전을 위해 설계된 인간 뇌의 오버스런 패턴화 기능이 진정한 패턴 발견에는 상당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나 할까.


인간이 뇌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단순 무식한(^^) 귀납적 패턴 인식을 선호하는 이상,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들어 가는 '질서'는 대부분의 경우, '무질서'와 그리 다르지 않은 깔짝깔짝거림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질서는 인간의 패턴인식 체계의 불완전함의 영향을 그대로 받을 수 밖에 없는 인간 마음 속에서만 편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가상 질서에 불과하다. 인간 뇌 속에서만 예쁘게 작동하는 질서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개그스러운 순환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겠다.

그 동안 질서/규칙/패턴이라고 믿어 왔던 것들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거기서 발견되는 규칙화/패턴화의 모순과 허점 속에 기회가 존재하는 것 같다.  질서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인간 맘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상 그 자체일 뿐이고,
결국 우리가 사는 세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돈만이 존재하고 우연만이 지배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혼돈과 우연.
그 속에서 허점 가득한 짝퉁 질서를 만들어 내고 어수룩한 패턴과 규칙을 절단/채취하면서 뇌를 만족시키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모습인지. 혼돈과 우연에 대해 가져 왔던 선입견을 버리고 혼돈의 힘과 우연의 아름다움을 인정해 나가는 노력이 이제부터 필요한 것인지도.  인간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뇌 메커니즘이 생존/안전에만 집중하면 할수록 인간은 뇌 알고리즘이 갖고 있는 한계 속에서 기계적인 오류를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질서.. 그런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도 원시시대를 살고 있는 뇌가 생존과 안전을 위해 만들어낸 가장/가상 현실이 질서인지도 모른다. 그건 생존과 안전 상태를 넘어선 맥락에서는 지속적인 가치를 발현하기 어렵고 수시로 재고/폐기 처분되어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






PS 0.

창조적 리더의 핵심능력 Smart Question에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온다.
"문제는 잘못된 해결방식이다."

문제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잘못된 해결방식의 등장을 사전에 봉쇄할 수 있다. 문제를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관점의 전환 속에 진정한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PS 1. 관련 포스트

MECE vs. 약간의 무질서, 환원주의 vs. 상호작용, 혜자 vs. 장자..
질서와 무질서 사이
순참, 알고리즘
인과, 알고리즘



PS 2. 야생을 살고 있는 인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자꾸만 현대를 살려 하지만 우리의 유전자는 여전히 야생을 살고 있다... 몸과 마음은 현대를 살고, 유전자는 야생을 살고...  이건 영화 '타임머신'보다 더 극적이고 충격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우린 지금 이 순간도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정글 속을 사는 듯한 '생존, 알고리즘'을 장착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찌 이런 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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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토댁 | 2009/03/25 08:22 | PERMALINK | EDIT/DEL | REPLY

    Hello!~~~~~..^^
    오랜만에 드리는 인사 어때요? ^^

    잘 지내시죠?
    댓글 안 달고 눈팅만 해서인지 무척 오랜만인것 처럼 느껴져요...그렇죠?

    문제를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관점의 전환 속에 진정한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
    이 글귀가 참 맘에 듭니다.
    언젠가 부터 제게 힘든 일이 생기면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한 걸을 뒤에서 바라보면 해결의 길이 보이더라구요..^^

    전 나이들수록 어째 사는 것이 재미있습니당.
    요기서 경졔적 여유만 따라준다먄 금상첨화겠습니다만,
    님의 말씀처럼 저 역시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되나 봅니다..헤헿..

    좋은 날 되세요.
    일등 댓글이 영~~~폐를 끼치는 군요..쿨럭!!

    • BlogIcon buckshot | 2009/03/25 09:34 | PERMALINK | EDIT/DEL

      한 걸음 뒤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해결의 길이 보인다.
      멋진 말씀이십니다.

      '경제적 여유'보다 더 좋은 여유가
      '마음의 여유'인가 봅니다.

      토댁님 자기장 덕분에 오늘 아침 '마음의 여유'가 풍성해지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

  • baddaddy | 2009/03/25 09: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 아마도 조직이라는 틀을 가진곳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이 "이전 문제라고 해서 잘 만든 해결책"을 다시 문제라고 해서 해결책을 만드는 것으로 사는것 같습니다. 자기생존인것 같기도 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3/25 09:47 | PERMALINK | EDIT/DEL

      귀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잘 만든 해결책을 다시 문제라고 정의해서 새로운 해결책을 제공한다."

      날카로운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존을 위한 해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 BlogIcon 구월산 | 2009/03/25 17: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참 인상적인 글을 보게 됐습니다. buckshot님의 글 중에서 진수(?)를 만난 듯 합니다. 저는 모든 것의 원리는 다르지 않다는 주의자인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서와 무질서는 한몸이며 반복된다는 생각에 공감이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3/26 09:17 | PERMALINK | EDIT/DEL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면서 올린 글인데 구월산님께서 좋게 봐주시니 넘 황송하네요. 좌절하면서 올린 글이지만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또 다른 포스팅을 준비하고 싶어졌습니다. 구월산님께서 저에게 에너지를 선물로 주셨네요. ^^

  • DayDveam | 2009/03/26 04: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리의 유전자가 여전히 야생을 살고 있기에, 신체능력 최고조인 20대의 '촉'이 주식-환거래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히려 현대 시장의 최첨단에 있는 주식/환거래야말로 진정한 '야생'이 아닐까 하는 진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되네요. '기계적인 알고리즘에서 나온 짝퉁 질서'를 벗어난 힘, 아름다움이 아직 기계적인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공부가 부족한지라 '질서와 무질서는 한몸이다'라는 개념에 동의도 반박도 못 하겠고, 괜시리 태극문양만 생각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3/26 09:33 | PERMALINK | EDIT/DEL


      "현대 시장의 최첨단에 있는 주식/환거래야말로 진정한 야생이다."

      중요한 주제 하나를 얻은 느낌입니다.

      말씀해 주신 주제에 대해 생각을 발전시켜보고 싶어지네요.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덱스터 | 2009/03/30 23: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약간은 그런 느낌도 드네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비합리적인 방식에 대한 글? 결국 따지고 보면 정상이라는 것도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질서라는 것도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겟지요...

    그리고 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은 귀납적인 방식이 가미된 연역적 방식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경험이 틀을 만들고 그 틀 안에서 연역적인 추론을 통해 세상을 예측하지만, 이 연역적인 사고방식을 귀납적인 방식으로 보정하는 형태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무슨 소리지 -_-;;)

    • BlogIcon buckshot | 2009/03/31 00:07 | PERMALINK | EDIT/DEL

      예,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비합리적이고 어설픈 연역+귀납적 추론 방식에 대한 글 맞습니다. ^^

      다중, 가상에 대한 덱스터님의 포스트를 함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많이요..


    • BlogIcon 덱스터 | 2009/03/31 22:41 | PERMALINK | EDIT/DEL

      하하;;

      글을 쓸 정도로 여유가 생기면 '망상'이라는 카테고리를 하나 또 만들어서 올려 보도록 하지요 뭐 ^^;;

    • BlogIcon buckshot | 2009/03/31 23:17 | PERMALINK | EDIT/DEL

      덱스터님의 망상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글들은 저에겐 큰 가르침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요. ^^

  • 양념돼지 | 2009/03/31 08: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같은 경우엔 현실과 가상을 적절히 조합했다기 보다는 너무 가상에만 의존했었기 때문에 완벽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현실로 적절하게 전환시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현실을 어느정도 다져놓고 나서 가상을 발전시켜야 하나봐요~ ^^
    *(''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
    누구나 위와같은 기억이 있을 겁니다. ㅎㅎ

    주변을 보면 항상 노력대비 결과물이 좋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하고 궁금해 했었는데...
    한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머릿속에서 많이 연습한다고.
    이미지 트레이닝.. 자기도 몰랐느데 몸이 게을러서 항상 머리로 반.몸이 반.; 이라고..
    저도 멍 때릴 시간에 이미지 트레이닝에 열중해야겠어요. _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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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무질서 사이 :: 2008/11/05 00:05

피터 셍게가 쓴 제5경영의 The laws of the fifth discipline에 나오는 "현재의 문제들은 과거 해결책의 산물이다"란 말을 과장해서 그림으로 그려 보면 아래와 같다.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을 문제해결로 볼 수가 있겠고 그런 문제해결 과정이 무질서화를 야기케 하는 문제발생의 원인이 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아래와 같은 짜증나는 무한 순환 패턴이 반복되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시스템 사고라는 프레임을 통해 구조를 관통하는 입체적 시각을 갖고 깔끔한 문제 해결 방법을 추구한다면 위와 같은 악순환 패턴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왠지 질서와 무질서는 원래 하나였고 서로가 서로를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질서 안에 무질서가 있고 무질서 안에 질서가 숨어 있고 질서 안에 다시 무질서가 잠재하는 프랙탈 구조. 

국가,사회,조직과 같은 덩어리가 큰 계 뿐만 아니라 개인 관점에서도 질서와 무질서가 서로를 바라보고 지향하는 구조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대리석 안에 갇힌 인물을 해방시키는 것으로 정의한다. 엔서니 라빈스는 '성공'을 자신 안에 잠든 거인을 깨우는 것으로 정의한다. 글래디스 테일러 멕게리는 '의사'를 환자 내면에 있는 의사를 깨워서 스스로를 치유케하는 자로 정의한다.

조각, 변화, 치유는 일종의 문제 해결 행위이고 무질서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행위들은 사실상 행위의 대상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대상 안에 이미 질서와 무질서 간의 지향적 관계가 내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대리석 안엔 이미 멋진 조각상이 숨어 있는 것이고 사람 안엔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거인이 숨어 있는 것이고 환자 안엔 이미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의사가 숨어 있는 것이다. 무질서 자체에 질서가 숨어 있는 것이지 무질서의 외부로부터 혜성처럼 해결사가 등장해서 무질서를 질서스럽게 변화시키는 멋들어진 퍼포먼스를 집행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질서와 무질서 사이엔 어떤 고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고리를 발견할 수 있게 되면 무질서에서 질서를 창조할 수 있고 다시 그 질서가 갖고 있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질서를 파괴하고 무질서 상태로 진입하고 다시 그 무질서 안에 있는 질서의 잠재를 현실화시키는.. 일상적인 엔트로피 법칙에 의한 수동적인 평형상태로의 기계적 이동을 지양할 수 있을 것 같다.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 존재하는 고리는 존재감이 흐릿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친하게 지내지 않고 유대관계가 약한 지인과 같이...  사회학자 그라노베터는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사람이 직장을 구하거나 어떤 심각한 문제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할 때 도움 청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에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사회 네트워크의 최전방까지 손을 뻗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사람보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극적인 변화(질서)를 위한 조력을 얻어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약한 사회적 유대관계가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  요걸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질서와 무질서는 평상시에 서로 친하지 않은 관계이나 실상 이 둘 사이엔 아주 약한 유대관계가 존재하는 것이고 큰 변화는 이 둘 사이에 숨어 존재하는 관계와 패턴에 의해 촉발된다는 것..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엔트로피의 대세적 상승이란 법칙 속에서 무기력한 기계적 분자로 살아가기 보다는 엔트로피 자체를 인정하고 즐기며 살아갈 수 있으면 세상은 참 재미있는 삶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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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구월산 | 2008/11/06 02: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재미있는 삶의 공간이 모든 것의 지향점이 됐으면 좋겠네요.
    요새 좀 재미가 없어서....

    • BlogIcon buckshot | 2008/11/06 08:59 | PERMALINK | EDIT/DEL

      적절하지 못한 비유가 얼마든지 될 수 있겠으나..
      재미감이 떨어지는 현상을 엔트로피가 올라가는 현상에 비추어 보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엔트로피가 올라가듯 재미감은 계속 떨어지려는 경향을 보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미없어지려는 경향 속에는 항상 재미가 탄생할 수 있는 단서가 숨어있는 것 같구요. 결국 재미없어지려는 흐름 속에서 재미를 탄생시킬 수 있는 예리함을 계속 지속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블로깅은 재미를 탄생시키는 작업과 참 맥이 많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블로깅을 통해 재미를 창출하는 방법을 좀 배우게 된 것 같아요. 블로깅을 하던, 다른 놀이 툴을 활용하던, 강력한 놀이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 BlogIcon 대흠 | 2008/11/22 12: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 토요일 회사 일하러 나왔다가 벅샷님 블로그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중입니다. ^^
    치열하게 참구해 본적은 없지만 '혼돈과 질서' 는 제 화두중 하나입니다.
    피터 셍게와 같은 서양의 과학자는 분석적으로 이 수수께끼를 풀었지만 우리가 오래 전부터 사용해오던 간단한 말이 있지요. '차면 기우나니' ^^
    좋은 주말 보내시길...

    • BlogIcon buckshot | 2008/11/22 12:35 | PERMALINK | EDIT/DEL

      대흠님의 귀한 주말 시간에 방해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저도 질서와 혼돈을 주 관심주제로 삼고 있는데, 대흠님도 그러시다니 너무 반갑구요.. 차면 기우나니.. 정말 그렇네요. 대흠님과 같이 이 주제에 대해 앞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으면 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

  • 일초 | 2016/09/12 14: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질서와 무질서는 노자의 도덕경을 이해하면 쉽게 알수 있다.
    비어있기때문에 쓰이면 쓴자리는 채움이 되고 채워있기 때문에 쓸모가 없어져서 다시 비우는 그 과정이 모든 사물에서 옛부터 지금까지 끈임없이 반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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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CE vs. 약간의 무질서, 환원주의 vs. 상호작용, 혜자 vs. 장자.. :: 2007/10/16 05:50

Jerry님 블로그에서 아주 인상적인 포스트를 발견했다.  완전한 혼란 (부제: 무질서의 숨겨진 장점)

엉망진창인 상태의 책상이 정리정돈된 책상보다 창의력 발현에 더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내가 개인적으로 책상관리가 엉망인터라 일단 감정적으로 이 내용에 대해 무조건 긍정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자꾸 생긴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Jerry님의 포스트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Jerry님께서 소개해 주신 LG경제연구원의 조직 운영의 통념을 버려라 아티클을 읽어보니 더욱 기분이 고조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경영자는 일반적으로 잘 짜여진 조직 구조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어느 조직이나 부서별 R&R (Roles and Responsibility)의 중복을 본능적으로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부서간 업무중복이 자원낭비, 업무비효율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을 수가 있다.  완벽하게 깔끔한 조직 간 역할 구분을 하게 될 경우 조직 내 function 간 collaboration이 원활하게 일어나기가 힘들고 창의적인 disruption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MECE가 능사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MECE: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어떤 대상을 중복이나 빼먹는 거 없이 분해하는 것)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그것을 잘게 쪼개어 작고 컨트롤 가능하게 만든 후 각개격파하자는 프레임..  말은 좋다.  하지만 그렇게 잘게 쪼개어 컨트롤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 개념적으론 완벽해 보일지는 몰라도 수많은 변수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시스템(계)에선 MECE 프레임으로 답을 구하는 것은 자칫 중요한 것을 놓치고 솔루션을 구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중첩적인 부분을 전략프레임 상에서 인정을 하고 변수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이 나은 경우도 얼마든지 존재할 것이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하기를 "당신의 말은 쓸모가 없다."고 하니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쓸모없는 것을 알아야 비로소 쓸모 있는 것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넓은 황야를 걸어간다고 하자.  땅은 더 없이 넓고 크지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발을 딛는 부분일 뿐이다.  나머지 부분은 직접적으로 필요 없는 부분이라고 해서 더 파버린다면 까마득한 절벽 위에 발 딛는 부분만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이래도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는 것으로 나누어 생각하겠는가?  쓸모 있는 것이 쓸모 있으려면 쓸모 없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유용과 무용에 대한 장자의 통찰력은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유용과 무용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고 MECE 프레임을 적용하다 중요한 걸 놓치는 배후에 상호작용과 관계가 존재한다. 

* '생각의 탄생' 제10장 모형만들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모형의 한계를 아는 것은 그것의 적절한 용도를 아는 것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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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쉐아르 | 2007/10/16 08: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느 것이든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요. MECE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 하며 그것만 강조하면 또 문제가 생기듯이요. 하지만 정리를 안하고 무질서인 상태로 놔두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겠지요. 제 생활 속에 과함이 없나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7/10/16 08:48 | PERMALINK | EDIT/DEL

      예, 쉐아르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피터셍게,오토샤머,조셉자와스키,베티수플라워즈가 공저한 '미래, 살아있는 시스템'에 아래와 같은 문구가 나오는데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은 습관적인 사고방식과 이해방식을 버리는데서 출발한다." "우리가 사고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MECE는 분명 문제해결을 위해 도입한 좋은 툴인데, 반복적으로 그 툴을 사용하다 보면 사람이 툴을 쓰는 것이 아니라 툴이 사람을 쓰게 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MECE를 마치 불변하는 자연법칙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구요.. 결국 툴을 툴로써 사용하지 않고 툴 자체의 미학을 추구하게 되는 주객전도 현상을 피하기 위해선 쉐아르님 말씀처럼 생활 속에 과함이 없는지를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래, 살아있는 시스템'에선 과함이 없는 지 돌아보는 것을 '중지(suspension)'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 BlogIcon snowall | 2007/10/16 09: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세포를 원자들의 집합으로 간주하는 경우군요. 세포를 세포 소기관으로 분해해서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원자들의 집합으로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죠.

    • BlogIcon buckshot | 2007/10/16 10:14 | PERMALINK | EDIT/DEL

      전략적 프레임을 생물학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렇게 멋진 유추가 가능한거군요.. 프레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와 전략 자체를 생물학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종의 흥망성쇠와 유사하고 기업의 전략은 영속을 위한 유전자들의 진화경주와 유사하구요.. ^^

  • BlogIcon egoing | 2007/10/18 01: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흥미로운 내용이내요. 귀한 글 잘보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7/10/18 08:30 | PERMALINK | EDIT/DEL

      사실 금번 포스트에선 화두만 던져 놓은 것이고 앞으로 이 주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egoing | 2007/10/18 11:01 | PERMALINK | EDIT/DEL

      그렇지 않아도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7/10/18 11:11 | PERMALINK | EDIT/DEL

      egoing님의 통찰력을 잘 따라가다 보면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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