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에 해당되는 글 42건

긴 호흡 :: 2017/09/13 00:03

긴 호흡의 글을 읽다 보면
짧은 호흡의 글에서 생동감을 느끼게 된다.

짧은 호흡의 글을 읽다 보면
긴 호흡의 글에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짧은 글들이 파편화된 채 끊임없이 흘러가는 타임라인 속에 있다 보면
많은 시간을 들여 타임라인을 소비하는 건 일종의 메멘토(영화) 체험이다. ㅋㅋ

짧은 호흡, 맥락의 결여로 가득한 타임라인 속에 한참 있다가 나오는 것과
영화 메멘토를 보고 나 후의 느낌은 그렇게 다르지 않다. 내게 있어선 ㅎㅎ

하지만,
타임라인 속의 짧은 글들이 나열 속에서 만약 맥락을 잡아낼 수 있다면
그건 또 다른 얘기가 된다.

영화 메멘토를 편집해서 시간적으로 무리없게 흘러가는 프리스타일 영화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긴 호흡의 글을 읽다 보면
긴 호흡이 체화되고
그 호흡감으로 짧은 호흡을 대하면
짧은 호흡마저 긴 호흡으로 뭉개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뭉개지는 과정 속에서 부여되는 프리스타일 맥락이
짧은 호흡감을 변주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긴 호흡과 짧은 호흡을 오가면서
새롭게 맥락을 주조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본다. 살짝.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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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 2017/08/30 00:00

2001년에 메멘토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후로 16년이 지나서 다시 메멘토를 보았다.

여전히 어렵다. 이 영화는 내게.

44개의 scene의 흐름이
시간의 정방향 흐름과, 역방향 흐름이 교차로 편집되면서 흘러가는 상황이고
사전적인 맥락에 대한 감각을 차단당한 채 그냥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야 하다 보니 내용 파악이 여간 어렵지가 않다. 그렇다고 44개의 scene을 시간의 흐름 순으로 온전히 정배열해서 보면 영화의 재미가 떨어질 것이 분명하고..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10분 이상 기억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의 입장과 유사한 상황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일 수도..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이 갖는 역할에 시선을 주게 되고
기억이 편집하는 정보의 구성이 미래,과거,현재의 혼합물이란 느낌도 들고.

기억이란 주제를 갖고
멋들어진 역량으로 풀어나간 이 영화는
확실히 영감을 주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맥락이 제공되어야 편안해지는 동시에
맥락이 차단되었을 때 매력을 느끼게 되는 패러독스

시간의 순서가 커다란 구속이 되어버린 지금
미래는 오지 않은 무언가가 아니라 잃어버린 그것일 수도 있겠다.

미래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대신
현재의 질서와 시간의 흐름이라는 안락을 얻게 된 건데
과연 그게 수지타산이 맞는 거래였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ㅋㅋ




PS. 관련 포스트
기억과 자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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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와 사전 :: 2017/06/19 00:09

예전엔 무심코 넘어갔던 것도 이젠 다시 보게 된다.

일상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고 흘려보내는 수많은 단어들.

그것들에 내재한 의미

그것들의 의미를 정의한 사전에 표기된 단어의 나열, 거기서 표현되는 맥락

단어가 그 속에, 그 뒤에, 그 밑에 커다란 함의를 품고 있는 그 무엇이란 사실을 새삼스럽게 인지하게 되면서

사전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아니..  사전에 대해서 지금까지 제대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사전은 그저 내가 전혀 모르는 단어를 찾는 기계적 용도로만 감지하고 있었던 대상인데..

지금은 좀 다르다.

사전에 나와 있는 단어들 중에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전혀 모르는 단어 뿐만 아니라

내가 당연히 알고 있다고, 잘 사용하고 있다고 무의식 중에 흘려 왔던 바로 그 단어.. 
바로 거기에 나의 생각을 넓히고 깊게 파고 들어갈 힌트가 숨어 있겠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사전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과 가치를 갖게 되는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목적을 갖고 탐색적으로 사전을 펼치거나
목적 없이 그냥 무작위로 사전을 펼쳐서 나오는 단어를 접하게 되거나

어떤 경우에도 사전은 뭔가를 나에게 줄 수 밖에 없는 구조..

그 구조가 나에게 꽤 높은 접근성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 자체가 매우 놀랍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놀라 자빠질 노릇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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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과 취향 :: 2017/01/06 00:06

애플 뮤직을 요즘 많이 사용하게 된다.

다른 뮤직 서비스들은 주로 인기차트 위주로 소비하게 되는데 반해
애플 뮤직은 내가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근접한 뮤직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듯 하다.

그건 아주 단순한 계기로 인해 촉발된 것 같고..

좋아하는,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는데
다른 뮤직 서비스에선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었는데
우연히 애플 뮤직에서 그 노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때의 기쁨이란..

그 작은 기쁨 하나로 인해 음악 소비의 패턴이 조금씩 바뀐 듯 하다.

요즘은 애플 뮤직을 자주 듣는다.
뭔가 유니크한 음악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어서 그렇다.
그리고 애플 뮤직을 방문하는 맥락 자체가 유니크한 뮤직에 대한 니즈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유니크한 뮤직을 발견하게 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더 놓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애플 뮤직을 방문하는 빈도가 늘어나게 되고 거기서 유니크한 노래를 듣게 될수록 나만의 취향은 애플 뮤직에 더 잘 축적될 것이고 애플 뮤직은 나의 뮤직 취향에 대한 이해도를 계속 높여가면서 나에게 다양한 음악을 추천할 것이고 나는 거기에 반응할 것이고..

이렇게 사용자 로열티는 차근차근 은근하게 쌓여가나 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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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 :: 2016/06/29 00:09

문학 계간지에 실린 단편소설에 관심을 두고 읽기 시작하다가 왠지 결이 맞지 않는 듯 해서 중단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후,
그 단편소설을 쓴 작가가 자신이 쓴 단편소설들을 묶어서 소설집을 낸다.

소설집의 목차를 훑어보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소설은 예전에 읽기 시작했다가 초반에 중단했던 바로 그 소설.

이미 그 소설은 내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소설집을 주문한다.

소설집이 도착했다.

소설집에 실려 있는 바로 그 소설에 주목한다.
내가 읽지 않기로 결정했던 그 소설.

그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

계간지에 실려 있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예사롭지 않은 결.

소설 읽기의 진척이 예전보다 수월하다.

예전보다 잘 읽힌다.

이유는
계간지에 실렸던 그 소설과
지금 소설집에 실려 있는 이 소설이
다른 소설이기 때문이다.

해당 소설이 실려 있는 맥락이 달라졌고
소설을 읽는 나 자신이 그 사이에 변화했다.

같은 소설도 시공인(시간,공간,인간)을 달리해서 다시 접근하면

다른 소설이 된다. :)

같은 책은 다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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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에코 :: 2016/05/25 00:05

아마존에코를 사용해 보니 이게 은근 매력이 있다.

"알렉사"라고 부르면 아마존 에코가 다음 명령어를 기다린다.
"음악을 연주해줘"라고 말하면 음악을 랜덤하게 들려준다.

재즈를 부탁하면 재즈를 들려주고
특정 아티스트를 언급하면 그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려준다.

직접 뮤직 서비스에 접속해서 번거롭게 원하는 음악으로 좁혀들어가지 않고
한 번에 원하는 걸 말하면 그걸 플레이 시켜주는 흐름.

접근성 측면에서 현저히 변화된 경험이다.
아마존 에코를 경험하게 된 후로 음악 서비스 접속이 어려워짐을 느낀다.

알렉사만 부르면 음악에 바로 접근할 수 있다 보니
컴퓨터를 켜고, 폰 속의 뮤직 앱을 열고..  원하는 음악을 입력하고 하는 일들이 매우 번거롭게 느껴진다.

그런 흐름들이 이전엔 괜찮았던 경험이었는데..
아마존 에코가 그것이 괜찮지 않다고 나에게 체감을 시켜주다 보니
나도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특히 아마존에코가 좋을 때는..
누워서 음악을 감상할 때다.
누운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눈을 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눈을 뜨지 않고
손을 사용하지 않고
말 한마디로 뮤직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경험.

예전에 사용하던 감각기관을 멍때리게 하고
예전에 사용하지 않던 방식으로 서비스를 작동시키다 보니
음악 자체가 새로워진 느낌마저 든다.
음악과 만나는, 음악과 대화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아마존 에코를 알기 전과
아마존 에코를 알게 된 후의
나는 살짝 다른 것 같다.

그 달라진 지점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보면서
나는 음악과 새로운 방식으로 교감하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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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과 서사 :: 2016/04/25 00:05

포털 뉴스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서 드는 생각.
쉽게 온라인에 접근해서 어떤 사안에 대한 생각을 댓글로 적는 행위란 과연 무엇일까.

온라인, 모바일은 사용자에게 접근성이란 축복을 선사했지만..
너무나도 쉬운 접근성 때문에 정보를 쉽게 얻게 된 대신에
너무나도 쉽게 얻게 된 정보에 대해서 너무 쉽고 빠른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했고, 그런 부작용이 접근성과 상호 증폭 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 쉽게 판단한다는 건
사람과 사안에 내재한 서사를 외면한다는 것이겠고
그렇게 사람과 사안에 깃들어 있는 이야기를 무시하면서
쉽게 사람을 판단하고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게 되는 것인 듯.

사람을 그 사람이 흘러왔던 긴 시간의 흐름과 그 사람을 둘러싼 360도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순간적, 제한적 관점으로 순식간에 훑어내리고 빠르게 스캐닝해낸 단편적 정보로 쉽게 댓글을 뱉어내는 모습.

과연 그 사람과 사안을 충분히 들여다 보고 충분히 생각했다면 그렇게 쉽게 댓글이 써질 수 있을까.
댓글을 쉽게 배설하고픈 욕망 하나. 그것에만 충실한 플레이. 그 속에서 서사와 이야기는 침잠하게 되는데.

함몰된 서사와 만연하는 댓글.
그 속에서 사람이란 존재는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타임라인 상의 조각난 파편적 스트림 속에 갇혀버리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제 짧은 시간 안에 파악되지 않고 읽혀지지 않고 보여지지 않으면 의미를 갖기가 어려워지는 세상. 어떻게든 파편 속에 들어가야, 파편적으로 빠르게 스캐닝될 수 있어야 의미를 띨 수가 있는 상황이라면.

나에게 주어진 놀라운 접근성의 축복은 이제 저주라 칭해도 마땅한 것이 아닐까.
접근성이 혁신적으로 증폭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과연 어떤 것인지.
접근성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나는 과연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접근성이 공기와도 같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가는 시대.
그 공기의 의미에 대한 깊은 고민은 점점 희박해져 가는 시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 시간은 점점 소중해져만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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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에서 8화로 넘어갈 때 :: 2016/04/15 00:05

넷플릭스로 하우스오브카드 7화를 보다가 8화로 넘어갔다.
그런데.. 매번 반복되는 앞 부분이 스킵된 채 본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흐름이 펼쳐졌다.

순간 당황하고 이내 감동했다.

그리고 예감했다. 앞으로 넷플릭스로부터 벗어나기가 상당히 힘들어질 것 같다고.

편리한 서비스가 주는 기쁨은 만만치가 않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면 할수록 나에게 맞춰진 채 더욱 영리해지는 서비스는 나에게 예속감을 선사한다.

물론 예속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런 기분 좋은 예속감은 아무 서비스나 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취향을 맞춰내는 것도 개인화이겠으나
서비스 흐름 상의 맥락을 잘 간파하고 있는 영리함에서 취향저격과는 또 다른 진수를 맛보게 된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설사 넷플릭스가 서비스 상의 오류를 범하게 되더라도 그걸 이해하고
그걸 나한테 맞춰진 서비스 흐름이라 착각하게 되는 지점까지 도달하게 될 수도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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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신간 :: 2016/03/21 00:01

출판사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해당 출판사의 신간 목록이 보인다.

신간 목록을 훑어 보고
신간 몇 개를 클릭해서 내용을 살펴 보면

보인다.
출판사가 생각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앞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어질 것 같은지

출판사의 생각을 엿보는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생각도 같이 엿보게 된다.

난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떤 얘길 해보고 싶은지

그리고.
나와 출판사는 지금 이 순간 왜 만났는지
어떤 지점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곳에서 생각이 갈라지는지
생각의 만남과 갈라섬을 통해서 나와 출판사는 어떻게 공진화를 해나가는지.

이런 것들이
생각의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출판사 사이트는 더욱 내 마음 속에서 풍성한 어떤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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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하나에 집중 :: 2016/02/29 00:09

알림은 뭔가에 집중하고자 하는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알림은 집중력의 적이다.

하지만.
알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알림이 꼭 네거티브하게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란 느낌도 들게 된다.

하루에 수십 개의 알림이 내 폰에서 울린다.

그 때.. 다른 모든 알림을 다 무시하고
단 하나의 알림에만 집중해 볼 수 있다면..

그 알림은 기계적 반응을 유도하는 메세지가 아니라
스토리 창출의 단초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업자가 그런 알림을 작성하게 된 상황을 상상해 보고
실제 작성자는 누구였는지, 그 사람은 어떤 부서에 소속되어 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고 있는지, 그 알림을 작성할 때의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그 알림은 예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건조한 기계적 산출물이었는지
아니면 창의적 발상에 기반한 새로운 시도였는지
그 알림은 몇 명에게 전송되었는지
그 중에 몇 명이 그 알림에 반응했는지
알림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앱을 삭제했는지, 그 앱을 무시하는지
알림에 반응한 사람들은 그 앱과 어떤 관계가 형성되는지
그 알림이 그 사람의 생각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알림을 수행하는 사업자는 그 알림으로 인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 알림과 사업자는 어떻게 괴리를 형성해 나가는지..

단 하나의 알림에 집중한다면
그 알림은 하나의 세계가 될 수 밖에 없다.

순간적으로 보고 무시해 버릴 수 있는
미약한 메세지 하나에 초집중을 하게 되면
그 메세지는 나로 인해 크게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나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알림은 기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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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안마의자 :: 2016/02/12 00:12

찜질방에갔다
안마의자에 앉아 안마를 받았다
안마가  끝나고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으면서
책을 읽었다

살짝 나른하고
편안한 가운데
책을 읽고 있노라니
지금 이 순간은
어느 멋진 휴양지의 해변가에서
선베드에 누운 채 따사로운 햇살과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향취를 만끽하는 그 순간과 하등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지금 난 비치에 있는 것이구나

비치는
산에서도
늪에서도
만끽할수있는거구나
비치는 비치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게 아니구나

지금 내 표정은
세계 최고의 휴양지에 가서도 절대 나올 수 없는 그런 표정임을
나는 알고 있다.

행복은
나만 알아 차릴 수 있는
나만의 맥락
바로 거기서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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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끝으로 보기 :: 2015/12/18 00:08

책을 읽을 때
목차와 서문을 훑어 내리며 독서는 시작된다.

요즘엔
책의 서두에서 책의 말미를 느낄 때가 많다.

시작은 끝을 머금을 수 밖에 없어서 그런가 보다.

앞으로 흘러나갈 연쇄가 나에게 감지될 때
시작은 내게 끝을 내비친다.

시작에서 끝이 보이는
시작을 끝으로 보는

시작하자마자 끝을 음미하게 되면서
책 읽는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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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과 맥락 :: 2015/12/04 00:04

밤에 VOD로 영화, 드라마를 자주 본다.

그런데 주로 밤에 보다 보니 보면서 자주 졸게 된다. 

졸다가 깨어서 보다가 다시 졸다가

10분 보다가 1분 졸다가 20분 보다가 3분 졸다가
10분 졸다가 2분 보다가 20분 졸다가 1분 보다가

졸음과 깨어있음의 다양한 조합으로 VOD를 보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내용을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전체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내용을 다 따라가지 못하고, 맥락을 놓치고, 내 기억 속에서 스토리라인이 군데군데 끊어져 있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그 동안 너무 밀집된 스토리라인의 흐름 속에서 내가 영화,드라마를 봤던 건 아닌지.
너무 밀도 높은 맥락 만을 편하게 여기고, 스토리라인이 아주 희미하게 이어지거나 많은 지점에서 단절된 채 자유로운 플로우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왜 어색하게 생각해 왔던건지.

영화/드라마로부터 나를 향해 일방적으로 주입되어 들어오는 스토리라인을 무방비적,수동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꽉 짜여진 이야기의 구조나 흐름을 자유롭게 해체하고 이야기의 구성 요소를 선별적으로 내가 수용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시퀀스로 재조합될 것이다.

꽉 짜여진 스토리라인을 주로 접하다가
듬성듬성 성긴 스토리라인을 접하게 되니

스토리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난 느낌이 들고
스토리를 대하는 태도는 정말 다채로워질 수 있겠다란 배움을 얻은 듯 하다.

앞으로도 밤에 VOD를 즐기면서 계속 졸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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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과 엔드 :: 2015/09/11 00:01

웹사이트는 대개 목록 페이지와 엔드 페이지로 구성된다.

그래서 목록과 엔드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면서 원하는 정보를 탐색하고 소비하는 흐름을 타게 된다.

그러다 어떤 엔드에서 한참 머물러 있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내가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된 걸까?"

사용자가 이동하는 페이지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특정 페이지에 도달하게 될 때는 반드시 그 페이지로 시선을 이동하도록 만든 동인이 있다.

웹 상의 이동을 기계적으로 분석하면 그 페이지로 이동하기 이전의 경로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심층적인 레벨에서 파헤쳐 보면 특정 페이지로 오기까지의 수많은 맥락의 연쇄 고리가 알게 모르게 생성되고 소멸되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목록에서
엔드에서
목록과 엔드를 오가면서
'기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을 구성하는 인과 사슬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

그 모든 것들이 목록과 엔드를 오가는 웹 상의 행동 구조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

목록과 엔드.
끝없이 반복하게 될 이동 경로 상의 움직임.

오늘도 난 특정 목록에서 엔드로의 진입을 모색하고
엔드에서 뭔가를 찾고 소비하고
다시 목록으로 나와서 또 다른 엔드로의 진입을 계획한다.

목록과 엔드 사이에서 이동하는 흐름.
그 자체가 '나'인 듯 싶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
그 흐름이
그 흔적이
목록과 엔드 사이에서
오늘도 쉴 새 없이 로깅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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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X :: 2015/08/28 00:08

지금 이 순간 내 머리 속에는 하나의 문장이 있다.

이 포스트를 언제 어느 순간에 읽더라도 내 머리 속에는 하나의 문장이 있다.

그 문장은 시간에 따라 공간에 따라 맥락을 따라 다채로운 형태를 띨 것이다.

완성형 문장일 수도 있고, 어디선가 인상 깊게 읽은 것일 수도 있고
적다가 만 미완의 문장일 수도 있고
텍스트의 형태를 띠지 않은 이미지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어떤 형태의 문장일 지라도
어떤 시공간의 좌표값을 점유할 지라도

이 포스트는 계속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포스트를 읽는 시공간은 이 포스트를 항상 살아있는 하나의 문장 순간으로 만들 것이다.

하나의 문장에 순간 포획의 역할을 부여하고 언제든 우연한 계기로 간헐적 조회를 한다면 이 포스트는 생성의 목적을 다하게 될 터.

지금 이 순간 어떤 글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했는데 그것을 그대로 인용하기가 싫어서 그냥 그 문장을 X라 칭하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이 포스트를 읽게 될 때, 그 문장은 내 기억 속에서 떠오를 수도 있고 기억의 수면 밑으로 침잠되어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느 상황이라도 나는 문장 X를 읽게 될 것이고 X 안에 뭐가 있지?란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내가 처한 그 순간이 답해줄 것이다.

문장 X.
동적 생성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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