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에 해당되는 글 12건

머리 속 편집 :: 2017/09/06 00:06

영화 '메멘토'가 주는 영감

시간의 흐름 순으로 구성한 44개의 scene을 목적과 컨셉에 의해 재배열하는 것 만으로도 엣지 있는 영화가 만들어진다. 물론 플롯 구성 역량이 수반되어야 하는 작업이지만..

내 머리 속에서도 끊임없이 scene이 생성되고 조합되고 편집되면서 흘러가는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작동 모습을 영화처럼 scene으로 형상화하고 scene들을 일정한 프레임으로 재단하고 편집하고 배치한다면..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어쩌면 내 머리 속에 이미 미래의 어떤 지점이 묘사되어 있을 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미래를 바라볼 수 없는 형태로 구조화되어 있기에 미래가 어려운 것이지
미래를 허심탄회하게 느껴볼 수 있는 구조로 나 자신을 편집해 나간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아마.

메멘토라는 영화가 주는 영감
간단치가 않다.
영화가 복잡하니 영감도 복잡해진다.
복잡하다는 건 풀어헤쳐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퍼즐을 풀어가는 과정의 묘미가 있고
만에 하나 퍼즐이 부분적으로라도 풀릴 때 얻게 되는 짜릿한 쾌감도 있을 것이고

모른다.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 지는.
하지만 그 영화는 메멘토 못지 않게 흥미로울 것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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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다는 것 :: 2017/08/21 00:01

일이 빠른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엇을 할까
기베 도모유키 지음, 장인주 옮김/비즈니스북스

빠르다는 건 뭘까..

생각의 속도가 빠른 것?
행동이 빠른 것?
눈이 빠른 것?
손이 빠른 것?
감각기관이 민첩하게 작동하는 것?

아니면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를 통제하는 것..
시간 흐름의 공간을 왜곡시키는 것..
시간이 흘러가는 경로에 영향을 가할 수 있는 구조를 세팅하는 것..

빠르다는 것은 빠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빠를 수 밖에 없는 메커니즘을 축적시키는 것..

일이 빠르다는 것은
일을 중심으로 시간의 흐름을 일의 중력장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
중력이 강하게 작동하면 시간 흐름의 속도는 달라진다.


시간은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진 않는다.
달라질 수 있음을 감지하는 순간..

시간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성장한다.

빠르다는 것
느리다는 것
시간을 대하는 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태도가 빠름과 느림을 규정한다.
태도가 중력장을 형성하고
태도가 시간 속에서 시간과 맞장을 뜬다.

태도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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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개인 :: 2016/01/13 00:03

혁신의 대가들
비올레카 딜레아 외 지음, 윤태경 옮김/비즈니스북스

혁신 기업의 메커니즘에 대해 논하는 책이다.

혁신을 해낸 기업들은 분명 나름의 메커니즘이 있게 마련이다. 혁신을 가능케 하는 구조.

개인도 마찬가지다.
혁신을 해내는 개인들은 분명 그들 만의 방정식을 갖게 마련이다.

기업들은 항상 혁신을 의식한다. 경쟁 환경에 쉽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경쟁자를 의식하며 살아간다. 모방 속에서 혁신을 꿈꾸고 혁신을 시도하다가 모방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기업에 드리워진 혁신 지향의 프레임을 고스란히 개인에게 뒤집어 씌워보면 재미가 생긴다. 개인 관점에선 혁신 창출 메커니즘에 대해 그렇게 깊게 고민되거나 정리된 내용들이 많지 않다.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정리된 개념은 정작 기업 대상으로 잘 실행되기 어렵다. 기업은 일단 몸집이 무겁기 때문에 어떤 방향점을 향해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지속해 나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반면, 개인은 다르다. 일단 가볍고 빠르게 혁신이란 개념에 접근할 수 있다. 뭐든 빨리 실행해 보고 스스로 방식을 깨우쳐 나갈 수 있다. 교과서적으로 건조하게 기술된 혁신에 관한 이론들을 보다 창의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환경 속에 개인들은 놓여 있다.

어차피 기업은 혁신을 지속하기 어렵다. 시간에 따라 지쳐 나가 떨어져 가는 게 기업의 운명이다.

개인은 다르다. 나만 정신 똑바로 차리면 영속에 가까운 혁신 메커니즘을 몸소 구상하고 실천할 수 있다.

혁신 개인..
충분히 노려볼 만한 지향점이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더더욱 그럴 거라는 생각이 짙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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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로봇 :: 2015/05/18 00:08

이런 얘길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은 간단한 로직에 기반해서
주식투자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실제 투자에 적용하고 있는데 꾸준히 수익이 난다고 한다.

그 프로그램이 도대체 어떤 구조를 갖고 있길래 저절로(?) 수익이 나는 걸까?
라는 질문 보다는
인간의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에 투자에서 성공하기 힘든 거겠네
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식이라면..
적재적소에 프로그램을 짜놓고 그 프로그램이 이끄는 대로 나를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니 나를 맡기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동안 신경을 완전히 끄고 있다가
가끔씩 확인만 하는 메커니즘도 나쁘지 않겠다.

주식투자 로봇
감정관리 로봇 (항상 어린아이처럼 요동치는 나의 감정을 유아기적 수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로봇)
의식수행 로봇 (반복하면 좋을 듯한 행동을 정기적으로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로봇)
정기검진 로봇 (블로그에 적어 놓은 나의 지향점을 내가 실행하는 지 검증하는 로봇)

내 상황과 취향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그것을 나의 친구봇처럼 만들어서 실행시켜 놓은 후
나는 뒷짐을 진 채 여행을 떠나면 되는 것 아니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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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시간 :: 2015/02/27 00:07

경쟁을 할 때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간다.
온전히 뭔가에 홀린 듯이 시간을 내어주고 공회전을 한다.

경쟁을 하지 않을 때는 시간이 밀도 있게 흘러간다.
1분 1초의 의미를 새기며 시간과 대화를 한다.

존재의 극히 일부분을 걸고 경쟁을 하는 것이 활력 부여 차원에선 의미가 있겠으나
경쟁에 몰입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존재의 극히 일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 소외현상이 발생한다.

존재 전체를 생각하다 보면
경쟁으로 인해 소외된 존재 대부분의 영역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런 안타까움을 느끼는 시간이 희소하다.

경쟁과 시간
존재와 소외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을 만큼
자본주의 사회는 단단하게 직조되어 있다.

하지만,
경쟁하지 않는 시간의 소중함을 잊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는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경쟁력
소비와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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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몬드 | 2015/02/27 12: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첫 부분에 크게 공감합니다. 남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생산성이 극도로 하락하는 느낌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5/03/01 11:59 | PERMALINK | EDIT/DEL

      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아주 가볍게 남을 참조만 하면 되는데 남을 적지 않게 의식하고 그 흐름 속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은 듯 해요.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한 듯 합닌다. ^^

  • rodge | 2015/03/03 08: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직장생활에 찌들어있는중에 이번 포스트는 시 처럼 느껴지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ㅠㅠ

    • BlogIcon buckshot | 2015/03/08 16:36 | PERMALINK | EDIT/DEL

      내 자신이 소외되지 않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그런 시간들을 내밀하게 느낄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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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spiration doesn't come easy. :: 2014/07/28 00:08

재미있는 생각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뻔한 생각의 흐름이 나를 규정하고 있어서이다.
내 생각은 언제나 거기서 거기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생각을 하려 해도 그게 그렇게 용이하진 않다.
중력과도 같은 관성은 언제나 생각의 유동성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존 경로를 이탈하고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려는 시도는
기존 경로에서 보내오는 강력한 당김의 유혹에 번번이 무너지곤 한다.

나의 생각의 틀은 철저히 진부하다. 진부한 틀 안에서 생각하는데 참신한 생각이 떠오를 리 만무하다.

마음 속에 그림을 그려본다.
생각으로 그리려고 하는데 생각이란 캔버스가 주는 제약이 만만치가 않다.
마냥 자유롭게 흘러만 가고 싶은 선의 결을, 면의 질감을, 입체의 궤적을 조목조목 따지고 들며 구속하려 한다.
멋진 그림의 초벌 스케치가 작성될 수도 있을 듯 한데 그걸 여의치 않게 만드는 캔버스의 고루함.

화가도 문제다.
너무 마음만 앞선다.
화가의 손은 세상의 결을, 주변의 질감을, 자신의 궤적을 잘 읽고 하고 싶은 얘기를 잘 써야 하는데
자신의 역량 부족을 캔버스 탓으로만 돌린다.

손과 캔버스.
chicken or the egg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정말 재미있는 생각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 같다.  ^^




PS.
아래 페이지에서 질문과 대답을 읽어 본다.
Drawing: What is the hardest part when you start 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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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의 모방 :: 2013/11/29 00:09

베끼려면 제대로 베껴라
이노우에 다쓰히코 지음, 김준균 옮김/시드페이퍼


책을 읽지 않고 쓰는 글이다.  책 제목만 봐도 메세지가 느껴지기 때문에. ^^

모방을 모방해서 모방하기 힘든 뭔가를 만들어낸다.
모방과 모방 사이에 독창성을 가미한단 얘기다.
아니, 모방을 하는 자의 독창성이 따라기 힘든 모방을 가능케 한단 얘기다.
결국, 독창성만 갖고 있다면 모방을 해도 자기 스타일이 묻어 나온다는 것.

독창성을 갖추기 위해선 모방을 꾸준히 할 수 밖에 없다. 모방에 모방을 더하고 모방에 모방을 더하고.. 반복되는 모방의 시간 속에서 모방은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거듭된 모방 속에서 자신 만의 고유한 패턴이 발생하게 되고 그런 패턴이 독창성으로 발전하면서 어느덧 모방은 더 이상 100% 단순 복제에 머물지 않고 뭔가 자신 만의 이야기를 발현시키는 구조로 작동하게 된다.

핵심은 모방에 기저하고 있는 '원형'을 인지할 수 있는가이다.  모방 속에서 원형을 탐지할 수 있으면 한 차원 높은 모방이 가능해진다. 일종의 모방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한다고나 할까. 모방의 생성 과정을 역설계할 수 있으면 모방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모방이 만들어지기 이전 상태로 이동한 후 나만의 모방을 설계할 수 있는 상황 속으로 진입한다. 모방의 모방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모방의 모방.  반복, 중첩, 재귀가 지향하고 있는 지점에 원형의 숨결이 존재한다.   모방의 모방을 통해 모방한 자의 생각 경로를 따라가 보고, 모방한 자가 택하지 않았던 경로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나만의 경로를 설계하는 과정은 저자의 책을 읽고 저자의 마음을 해부하면서 저자 생각의 랜드스케이프를 한 장의 그림으로 복원시키는 복원예술가의 과정이면서, 아무 것도 없는 '무'의 환경에서 새로운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예술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고수들의 바둑을 따라 두기만 하면 기계적이겠으나 고수들의 바둑을 따라두면서 고수들의 마음을 읽어 내리는 노력을 지속하면 고수의 기력에 근접할 수 있는 진입로가 형성된다. 타인의 마음을 읽고 타인의 마음을 예술작품으로 형상화하고 나의 마음을 읽고 나의 마음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는 것. 모방의 모방은 결국 예술로 귀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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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04 00:04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에선 메세지가 휘발된다. 뭔가 열심히 글을 적어서 올리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텍스트는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기계적인 전진 스텝의 기조 하에서 fade out의 수순을 밟아나간다. 글을 올리는 순간, 등장과 함께 퇴장의 기운이 가득한 타임라인 상에서 하염없이 유동하는 텍스트의 모습. 마치 신진대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먹고 싸고 먹고 싸고의 반복 속에서 동적 평형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겠으며 텍스트 자체보다 텍스트의 흐름에 더 큰 매혹을 느낄 수도 있는 포맷이라 볼 수도 있겠다.

반면 블로그는 먹고 싸고 싼걸 다시 먹고 싸고 싼걸 다시 먹고. 뭐 이런 식의 순환적인 모습의 피드백 메커니즘으로 작동되는 것 같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텍스트가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태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아카이빙이 된다. 무심코 부여한 태그가 나중에 우연한 계기로 소환될 수 있는 단서가 되어준다. 또한 예전에 적었던 글이 태그 키워드를 계기로 기억의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휘발되지 않고 뭔가 축적되는 느낌. 트위터/페북/카톡에서 절대 해줄 수 없는 큰 뭔가를 해주고 있는 느낌.  내가 쓴 글을 나도 망각하게 하는 트위터/페북/카톡과는 달리 내가 쓴 글을 돌아보게 만드는 블로그라는 구조. 상당히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끊임없이 나를 관통해 나가면서 나를 파이프라인으로 만드는 타임라인형 서비스.

근데 블로그는 그렇지 않다.

내가 싼 걸 내가 또 먹는 시스템이다.

자체 피드백 시스템.

이게 얼핏 보면 별 것이 아닐 수도 있으나 가만 생각해 보면 살짝 기가 막힌 것이다.

휘발형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그것과 대비되는 특성을 지닌 블로그의 가치를 새삼 인지하게 되어 너무 다행스럽다. 모두가 즐겨 사용하는 대중적 플랫폼에 결핍된 뭔가를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대안적 플랫폼. 항상 미래는 과거 속에 있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블로그이다. 되새김질이란 행위가 가면 갈수록 희소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되새김질은 성찰과 연결된다. 되새김질이 희소한 가치가 되어가듯 성찰도 역시 그러하다. 끝없는 전진형 서사 속을 살아가는 사람과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면서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현재란 이름의 장을 가꿔 나가는 사람.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에선 메세지가 휘발된다.

블로그에선 메세지가 순환(循環)된다.

블로깅을 하면서 '환(環)'에 대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환(環)의 묘미를 알아갈 시간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



PS. 관련 포스트
배설 타자
가치 생태계
진화와 죽음, 일각과 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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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설정의 함정 :: 2013/06/07 00:07

점을 보러 가는 자는 '점보기'라는 설정에 함몰되기 쉽다. 점을 보러 가는 상황 자체가 점쟁이의 말에 넘어갈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뭔가에 의존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점쟁이가 점을 잘 맞출 수 있는 강력한 사전 설정인 것이다. 이미 수비벽이 허물어진 상황인데 골잡이가 골을 펑펑 터뜨리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

행복도 비슷하다. "나는 행복한가?"란 질문은 이미 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란 폭력적 가정에 기반하기 마련이다. 질문 자체가 자신의 현 상황을 비하하는 설정인 것이다. 그런 설정의 함정에 빠진 상태에서 질문을 하게 되면 결과는 매우 진부한 답변을 산출할 수 밖에 없다.

힐링도 비슷하다. "나는 힐링이 필요해"란 말 속엔 힐링산업의 컨트롤에 자신을 내맡기는 힐링봇의 나약한 스탠스가 설정되어 있다.  "나는 힐링이 필요해"는 힐링산업의 수익 극대화로 소비자들을 휘몰아가는 일종의 주술이 아닐까?


힐링의 대상이 무엇인가?  인간의 불안?  그게 힐링산업의 요법으로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이미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자에게 상업적 힐링 처방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힐링 처방을 받아도 그 때뿐이지 이윽고 다시 힐링 약이 필요한 상황에 빠질 텐데 말이다. 희미해져 가는 자아 현상을 처방하려면 나를 복원할 것을 결단하고 실행해야지 어설픈 힐링 요법으로 이슈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친 몸과 마음을 섣불리 힐링 비즈니스의 처방에 의존하기 보단 "왜 지치는가?"에 대해 먼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지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응시하고 어떻게 하면 덜 지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힐링을 한다는 건 끝없는 힐링의 무한루프 속에서 속절없이 시간을 흘려 보내겠다는 결단을 하는 것이다.

병은 약의 BM이다. 병주고 약주고, 그런데 약은 잘 듣지 않고. 그게 '병-약' BM의 핵심이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잘 듣지 않는다는 건 근본적인 처방 없이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힐링 산업은 계속 변죽을 울리면서 발전을 거듭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변죽을 울려야 BM의 지속성이 확보되니까.

행복의 구조, 힐링의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자.

파랑새가 옆에 있는데도 머나먼 곳으로 파랑새를 찾아 떠나고 싶어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처해 있는 행복의 구조 아닐까?  어떤 행복의 구조를 선택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행복을 획득하기가 어려운 구조 속에 놓일 것인가, 아니면 행복을 수시로 맛볼 수 있는 구조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플레이할 것인가?

힐링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힐링 처방을 권유받고 그에 따른 처방전을 수행하고 또 다시 힐링에 굶주리게 되는 영원한 힐링 환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힐링 산업이 권장하는 영원한 환자 모드에서 빠져 나와 상업적 힐링의 손아귀를 비웃을 수 있는 자체 힐링 마스터가 될 것인가?

설정 자체가 함정이다. 설정의 함정에 빠지면 그 상태로 게임은 이미 끝나 버린다. 게임이 끝난 상태에서 게임을 지속하려 하지 말고 게임이 끝나기 전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서 설정의 함정을 직시해야 한다. 설정 자체를 판단하고 어이없는 설정의 늪에 빠지려는 발을 잽싸게 빼낼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행복에 대해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힐링의 함정에 빠질 일은 좀처럼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

행복 현재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은가?"라고 질문하지 않고 "나는 지금 어떤 행복을 누리고 있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 즉, 행복은 지금 이 순간을 어떤 행복으로 얼마나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란 얘기다. 누굴 칭찬할 때 구체적으로 칭찬해야 칭찬의 진정성이 살아나듯, 행복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행복의 진정성이 생성된다. 나의 현실을 어떤 행복으로 실감나게 정의할 수 있는가?




PS. 관련 포스트
행복 현재
설정 자체가 함정이다.
병과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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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이문연 | 2013/06/07 09: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행복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한다는 말 공감됩니다. 잘 읽고 갑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3/06/07 09:58 | PERMALINK | EDIT/DEL

      질문과 정의만 잘해도 참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더러운곰 | 2013/09/02 12: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는 지금 어떤 행복을 누리고 있는가?" 감사할것이 정말 많아요. 항상 누군가로부터 보호받고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성인이 되기전에는 부모님, 지금은 대학 이라는 울타리에서 도시농업을 위해 공부하는 내 자신을 보고있으면 얼마나 많은 것을 받으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는지 느낍니다. 좋은글 읽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3/09/02 19:28 | PERMALINK | EDIT/DEL

      감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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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 2012/12/12 00:02

배명훈 매뉴얼(3)

재미 있는 글이다. 소설이 만들어지기 위한 생산공정을 매우 알기 쉽게 전달해 주고 있다.
비현실 경제연구소에서 의미와 필터를 생산하고, 용접라인에서 이야기 덩어리들을 연결하고, 영감 대기실에서 영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브레인스토밍 작업대에서 이야기/소재를 모아서 맞춰보고, 품질관리실에서 제품의 품질을 검사하고, 자재창고에서는 이야기의 원재로/부품/중간생산물들이 공급되고 있고, 도서관에는 각종 전문분야의 정보들이 축적되고 있고, 집필실에서 이야기 덩어리를 완제품으로 조립하고, 연기자 대기실에서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대사나 행동을 연습하고 있고
....

위의 공정은 전문 작가 뿐만 아니라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에게도 해당된다. 블로거가 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선 개념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하고 개념을 형상화시키기 위한 재료들을 각종 온/오프라인 창고에서 발굴해 내야 하고 재료들을 이어서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거치게 되며 블로거가 축조한 스토리라인 상에서 블로거가 만들어낸 다양한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사고와 행동을 하며 스토리라인에 생동감을 더하게 된다.

블로거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블로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블로깅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축되어 버리고 마는 블로거의 포스트 생산 공정. 모든 블로거는 자신 만의 생산 공정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의도치 않은 과정 속에서 탄생한 생산 공정에 의해 씌어진 글들은 블로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어떤 나름의 건축물을 형성해 나가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던 생산공정이 만들어지고 그 생산 공정이 끊임없이 어떤 형태의 구조물들이 시공간 어딘가에서 자리를 잡고 형태를 구체화 시켜 나간다는 것. 글을 쓰는 것이 예기치 않은 부대효과들을 무수히 낳게 되고 그 부대효과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의도를 갖고 자생해 나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와도 같은 뭔가를 끊임없이 발현해 나가는 것.

내가 기획하지도 않았는데 떡 하니 탄생한 생산 공정에 한 번 눈길을 줘보자. 생산 공정은 수줍어 하면서도 자신 만의 포스트 생산 프로세스를 또박또박 나에게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주든 말든 생산 공정과 그것이 낳은 건축물은 자신 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내가 기획을 했든 하지 않았든 말이다.

. 자발적인 생명력을 갖는 생산 공정과 구조물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 한 번 들어봐야겠다. 오늘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려고 벼르고 있는 것인지. ^^





PS. 관련 포스트
존재 확인의 압박
존재와 불안

태깅,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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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의 일각 따라하기 :: 2011/05/02 00:02

트위터/페이스북은 피플 네트 기반의 feed 주고 받기 플랫폼이다.
피드를 주고 받는다는 것의 의미. 네트 기반의 피드가 나를 향해 들어온다는 것.
내가 쓴 글들이 피드가 되어 나간다는 것. Feed Flows.


구글의 페이스북 따라하기를 보며 드는 생각.
검색과 소셜은 참 다르구나.
검색 프레임으로 소셜을 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구나.


구글은 정보 네트 기반, 페이스북은 사람 네트 기반이다.
구글 검색 알고리즘에 사람의 액션이 크게 기여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구글은 소셜하기가 어렵다.


잘 인지되지 않긴 하지만, 페이스북의 시작은 로그인이다.
시작점이 사용자의 identity인 것이다. 구글의 시작은 검색 키워드이다.
검색 키워드는 그저 정보를 지향할 뿐,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 시작점부터 둘은 크게 다르다.


구글이 페이스북 like를 따라 하고
싸이월드가 페북의 feed 시스템을 따라 하는 건 '빙산의 일각' 차용에 불과하다.
빙산의 전체 구조를 파악한 후 자신에게 적합한 빙산을 구축하고 그것의 일각을 터뜨려야 하는데. ^^



PS. 관련 포스트
부러우면 마케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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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전설의에로팬더 | 2011/05/02 01: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최근의 구글과 페이스북을 보다보면, 시간에 밀려 오늘 한일도 돌아보지 못하는 시간에 정복당한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시간에 밀려 떠내려가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잊게되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게 되죠.

    • BlogIcon buckshot | 2011/05/02 10:13 | PERMALINK | EDIT/DEL

      결국 시간에 밀리지 않는 힘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쾌감은 블로깅에도 존재하는 것 같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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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ce is Strategy :: 2007/12/21 08:01

전쟁의 기술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 외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로버트 그린은 '전쟁의 기술' 에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한다.

"전략의 본질은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거창한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적보다 더 많은 대안을 확보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A'만을 유일한 정답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A,B,C 등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전략이다.

손자는 이 아이디어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병법의 목적은 이른바 '세(勢)'로, 이는 언덕 위에 위태위태하게 자리 잡고 있는 바위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잠재적 힘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바위를 살짝 건드리거나 활시위를 놓으면 잠재해 있던 힘이 맹렬하게 분출한다. 바위나 활은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다. 그것은 적의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 중요한 것은 미리 정해진 조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세를 갖추어 여러 가지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위 내용을 보니 문득 전에 썼던 아래 포스팅들이 생각난다.

 
Mobile Mind  - 유연한 마음
 
시스템 사고 - 유연한 구조
 
물의 위력  - 유연한 움직임
 
Force vs. Strength  - 세(勢) 

유연한 마음으로 유연한 구조를 구축하여 유연한 움직임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바로 세(勢)이다.

중앙집중적인 경직된 구조에선 단선적인 전략이 나오기 쉽지만 유동적/분산적 구조에서는 다양한 대안이 도출되고 세를 갖추는 방법이 많아지게 된다. 시스템 사고에서 강조하고 있는 '구조'..  세(勢)를 뿜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세(勢).. 그 자체가 곧 전략이다.  "Force is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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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jedimaster | 2007/12/21 16: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몽고메리 장군이 쓴 전쟁의 역사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첫 부분에 보면 몽고메리 장군은 자신이 생각하는 A,B,C 전략이 있으면 상대방은 새로운 D를 선택하기 때문에 항상 적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몽고메리 장군도 자기 막사에 항상 적장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전략과 전술을 연구했다고 하네요. 히틀러도 그러한 습관이 있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비슷한 내용이라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좋은 글 계속 보고 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7/12/21 17:28 | PERMALINK | EDIT/DEL

      역시 감정이입 능력은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전략/전쟁에서도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jedimaster님의 멋진 글을 RSS 구독을 통해 잘 보고 있습니다. ^^

  • BlogIcon mepay | 2007/12/21 21: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손자병법에서 세勢 편을 가장 인상깊게 읽은것 같습니다.
    유연한 사고는 책속에서 나오는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것 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7/12/21 22:17 | PERMALINK | EDIT/DEL

      깊이 동의합니다.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도 경험의 일부로 봐야 할 것 같구요. 저도 손자병법의 세(勢) 편을 무척 좋아합니다. ^^

    • BlogIcon jedimaster | 2007/12/22 13:57 | PERMALINK | EDIT/DEL

      몽고메리 장군이 하위 장교에서 군사학 공부를 권유했더니 장교가 자신은 야전에서 뼈가 굵어서 필요없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몽고메리 장군이 실전 경험만을 중요시하는 장교에게 프리드리 대왕의 말을 빌어, "우리 군에는 마흔 번의 작전을 수행한 노새가 두 마리 있는데, 그것들은 아직도 노새다"라고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군요.

      경험이든 연구든 중용이나 밸런스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근데 둘 다 잘하긴 좀 힘들겠죠^^;

    • BlogIcon buckshot | 2007/12/22 14:07 | PERMALINK | EDIT/DEL

      짐 콜린스가 Built to last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에서 얘기한 'Genius of AND'가 생각나네요.. 둘 다 잘하긴 힘들지만 둘 다 잘해야 하는 시대가 아무래도 도래한 것 같습니다. ^^

      이윤추구를 초월한 목적 AND 실질적 이윤 추구
      변함없는 기업의 핵심 이념 AND 변화와 개혁
      명확한 비전과 방향 감각 AND 운좋게 잡은 기회와 그 운영
      거칠고 무모해 보이는 목표 AND 점진적이고 진화적인 추진 과정
      장기적 안목에서의 투자 AND 단기 업적에 대한 요구
      철학적이며 미래지향적인 AND 빈틈없는 일상 업무의 수행
      ( http://www.read-lead.com/blog/entry/손자병법-물의-위력 )
      ( http://www.read-lead.com/blog/entry/AND의-시대가-도래한다 )

  • BlogIcon nob | 2007/12/21 21: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시스템사고 .. 클릭해보지 않고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ㅎ 잘보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7/12/21 22:18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nob님의 포스팅이 요즘 활발해지시니까 넘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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