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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 2016/06/20 00:00

자전거는 페달을 밟은 만큼 움직인다.
페달 밟기를 멈추면 자전거의 속도는 줄어든다.
어김없이 페달을 다시 밟아야 한다.
자전거를 오래 탄다는 것은 페달 밟기를 오래 했다는 의미다.

나는 운전을 못한다.
차를 운전해본 경험은 없지만, 자전거를 타다 보면 자동차가 어떤 존재라는 것에 대해 약간 감이 온다.

문명의 이기 관점에서 자동차가 자전거보다 훨씬 더 우월한 존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 자전거를 타면서 드는 생각은..

하체 운동을 한 만큼 자전거는 움직인다는 것이고
자동차는 하체운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스스로의 동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인간 신체의 확장이라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신체의 확장이 아니라 신체를 실어나르는 기구일 뿐이다. 자동차를 타고 아무리 많이 이동을 해봐야 신체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신체와 자동차는 분리. 따로 노는 두 존재. 신체는 자동차를 신체로부터 소외시키고, 자동차는 신체를 운동으로부터 소외시킨다. 자동차는 운동을 하고, 신체는 자동차에 올라타 있을 뿐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배운다.

확장성이라는 것.
손을 안대고 코를 푼다는 것.
알아서 뭔가를 해준다는 것.

그런 것들은 다 인간을 소외시키는 속성을 띠고 있다.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인간에게 가치를 준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으나 실상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것들이 세상엔 참 많다.

자전거를 탈 때 기분이 좋아지는 건, 수많은 인간 소외의 현장에서 쌓인 소외감을 자전거 타기를 통해 살짝 해소할 수 있어서인 듯 하다.

페달을 밟은 만큼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된 자전거. 그 어떤 테크놀로지의 향연보다 더 화려한 메커니즘이다. 신체 운동의 입력에 비례해서 얻어지는 출력. 그 매력을 느끼면서 타는 자전거. 경제적이고 건강에 좋은 무해 이동 기구.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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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6/06/21 04: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여전히 탁월한 통찰이세요. 맑스가 이야기했던 "자본가의 생산수단의 독점에 의한 노동자 소외"도 그때의 언어로 그렇게 재미없게 설명되서 그렇지, 사실은 궁극적으로 오늘날과 같이 테크놀로지가 점점 인간을 대체해가는 상황을 가리킨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언젠가는 결국 허물어지게 될거라고 믿지만, 말씀하신 소외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동시에 그만큼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네요.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개인적으로 감명깊게 보았던 이 TED 토크도 생각나구요. https://www.ted.com/talks/susan_blackmore_on_memes_and_temes?language=en (못보셨다면 buckshot님이 분명히 좋아하실 내용일 거라고 적극추천드려요 ㅎㅎ)

    자전거 타실때 꼭 미세먼지 조심하세요 ^^

    • BlogIcon buckshot | 2016/06/24 11:25 | PERMALINK | EDIT/DEL

      추천해 주신 TED 토크. 넘 좋은데요.
      계속 보고 있어요.
      이걸 기반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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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셈과 곱셈 :: 2012/08/01 00:01

딸내미 수학시험 답안지 포스트를 올리고 선물로 받은 귀한 댓글이다.

저는 초등학교 입학 전 쯤이었나 1학년 쯤에 구구단을 외운 기억이 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 쯤에 구구단을 까먹은 기억이 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에 수에 관한 새로운 개념들을 배우기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도 많을 거예요. 방학 동안에 노래 부르는 것처럼 리듬을 타면서 즐겁게 구구단을 외우면 쉽게 배울 것 같아요. 사람과 사탕으로 바꿔서 외워도 좋고요. 4x5= 친구 네 명에게 사탕 5개씩 주면 모두 몇 개일까? 손가락으로 세면서 천천히 더해봐!

아 그리고 구구단을 무작정 외우는 게 간단할 수도 있지만 저학년 아이들의 입장에선 적지 않은 공식을 외우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2단은 앞에 수에 2를 더해가고 7단도 앞에 수에 다시 7를 더하는 더하기와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더 쉬울 것 같아요. 이렇게 이해한다면 구구단은 더 이상 헷갈리는 곱셈공식이 아니라 평범한 덧셈일 뿐인 것이죠


곱셈은 덧셈의 연장선에 존재한다.

곱셈은 덧셈 메커니즘에서 복제 및 증폭 기제가 작동할 때 발현된다.

덧셈만큼 간단한 게 어디 있을까 싶지만 덧셈은 모든 셈의 기저에 존재한다.

기저를 단단히 다져 놓고 기저 위에 증폭의 연결점을 쌓아가는 것.

생각의 확장, 인간의 확장은 덧셈에서 곱셈을 생성하는 것과 같다.

덧셈에서 곱셈을 생성하는 것 vs. 구구단을 외우는 것. ^^







PS. 관련 포스트
딸내미 수학시험 답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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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댁 | 2012/08/01 12: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하하하!!
    따님이 벌써 구구단을..
    하긴 울 쩡으니도 분수에 나눗셈에... ㅜㅜ
    갈수록 애들이 너무 힘든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건강조심하세요~~^^

    • BlogIcon buckshot | 2012/08/01 21:30 | PERMALINK | EDIT/DEL

      정말 요즘 너무 더운 것 같네요. 더위에 수학까지. 첩첩산중입니다. ^^

  • BlogIcon 고구마77 | 2012/08/02 11: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3학년이 되서야 구구단을 외웠슴다. 어머니가 1단 외울때마다 천원을 주신다는 말씀을 듣고야 다 외웠죠. 외적 보상의 성공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ㅋㅋ

    수학교육의 올바른 방법론은 '몸으로 직접 체감하게 한다' 입니다. 구구단은 완성된 표를 주기 전에 직접 덧셈으로 다 써보게 만들고, 피타고라스 정리 역시 공식을 알려주기 전에 그림을 그려서 변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직접 유추하게 해보고, 경우의 수는 천단위던 만단위던 직접 종이에 다써보게 하는게 중요합니다.

    그 단순 무식한 짓을 해봐야 기호와 공식이 얼마나 대단한 발명품인지를 몸으로 깨닫죠. 아인슈타인이 유년기때 삼촌에게 '대수학(Algebra)'가 뭐냐고 물었더니 삼촌이 대수학은 게으름뱅이들이 만든 학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매번 케이스마다 새로운 숫자로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는게 아니라 기호를 이용해 추상화한 패턴의 최종형태, 즉 공식을 활용한다는 걸 이렇게 설명한 삼촌이 참 대단한듯하죠.ㅎㅎ

    문제는 아인슈타인처럼 그런걸 궁금하다 느낄만한 동기가 어떻게 발생하느냐 인듯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수학교육의 방법론은 그렇다쳐도 그 단순무식한 짓을 아이가 순순히 따라해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성공의 성패인듯하구요. 성공 요소에는 유적적 요인도 있는거 같아 일반화하기 어려운거 같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구구단 사례처럼 외적 보상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ㅋㅋ



    요즘 저는 페북에 집중하고 있어서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렀네요. 꾸준히 활동하셔서 뭔지 모를 안도감같은게 듭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페북에서 재밌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예요. 영어공부하는 서비스인데, 반응이 꽤 좋습니다. 시간되실때 한번 써보세요. http://www.facebook.com/snsenglish 임다. ^~^

    • BlogIcon buckshot | 2012/08/04 18:08 | PERMALINK | EDIT/DEL

      영감을 자극하는 댓글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추상을 몸으로 체험하고 체험을 추상화하고 몸과 추상이 서로 대화할 때 몸은 더욱 몸스러워지고 추상은 더욱 고도화되는 것 같습니다.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멋진 페북 프로젝트를 하고 계시네요. 애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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