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의 내 Identity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2008/10/20 00:00


에피소드 1

집사람과 딸아이가 낮에 퀴즈게임을 했다고 한다. 딸아이가 동물에 대한 묘사를 하면 엄마가 그 동물이 무엇인지 맞추는 게임이었다. 사자, 코끼리, 뽀로로에 대한 설명을 딸아이가 멋들어지게 하고 엄마는 답을 다 맞추었다. 그리고 딸아이는 이런 문제를 냈다.

  • 딸: 얼굴에 모가 마니 나꾸요. 성은 최씨구요. 맨날 누워 있고 엄마 옆에서 방구를 뿡뿡 뀌어요.
  • 엄마: 아빠~
  • 딸: 와~ 맞았어요, 엄마 최고~

딸아이는 위 문제를 출제한 후에 기린, 강아지, 공룡을 묘사하면서 흥겨운 퀴즈 게임을 계속한다..  뭐야.. 난 딸아이 마음 속에서 동물들과 같은 클래스로 분류되고 있단 말인가?  하긴.. 딸아이가 묘사한 나의 행위는 동물들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진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ㅠ.ㅠ



에피소드 2

집사람이 딸아이에게 신체의 여러가지 차이를 다룬 '우리는 서로 달라요'란 책을 읽어주면서 이렇게 설명을 한다.  

  • 엄마: 딸아, 피부색이 하얀 사람은 백인이고 누르스름한 사람은 황인이고 까만 사람은 흑인이란다.
  • 딸: 엄마, 그럼 엄마는 황인이에요?
  • 엄마: 응, 맞아. 엄마는 황인이야. 지원이도 황인이고.
  • 딸: (거의 노타임으로) 그럼 아빠는 흑인이겠네요?
  • 엄마: ....
  • 엄마: 그래, 아빠 흑인 맞단다. ^^


얼굴색 까맣다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빠를 흑인으로 규정하는 딸아이..  그런 딸아이에게 나는 누구인가?  나의 아이덴티티(자아)가 흔들리고 있는건가?




에피소드 3

집사람한테 목이 말라 마실 것 좀 달라고 하니 냉장고에서 요구르트를 꺼내서 건네준다. 마시려고 하는데 유효기간을 보니 1개월이 지난 상태다.

  • buckshot: 여보, 1개월이 지난 요구르트를 어떻게 먹으란 말이야?
  • 집사람: 그럼 그걸 딸아이 보고 먹으란 말이야?
  • buckshot: ...


뭐야, 딸아이 건강은 중요하고 내 건강은 건강도 아니란 건가?  나는 기계인가?




집에서의 나의 아이덴티티, 나의 자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누워 있는 흑인 뿡뿡이 기계 정도가 아닐까 싶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업그레이드를 위한 패밀리 마케팅 켐페인을 펼쳐야 할 시기가 온 것이 아닐지..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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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mepay | 2008/10/20 02: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딸아이가 아빠를 생물학적 진실로 접근하는듯 하군요..ㅋㅋㅋㅋ

    • BlogIcon buckshot | 2008/10/20 06:30 | PERMALINK | EDIT/DEL

      아, mepay님의 바로 그 포스트가 결국 제 얘기였다니.. 헉... ^^

  • BlogIcon egoing | 2008/10/20 10: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따님이 아주 귀엽내요. 어머니가 미인이신 듯 ㅋㅋ
    그나 저나 따님의 추상화 능력이 대단하내요.

    • BlogIcon buckshot | 2008/10/20 12:43 | PERMALINK | EDIT/DEL

      예, 넘 귀여워서 맨날 뽀뽀세례를 퍼붓고 있습니다. 가벼운 코믹 포스트에서 '추상화'란 키워드를 추출해 주시는 센스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당~ ^^

  • BlogIcon 태현 | 2008/10/20 10: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왠지모를 고충(?)이 느껴집니다. orz
    앞으로 유통기한 지난 건 몰래 버려주는 센스를. =)

    • BlogIcon buckshot | 2008/10/20 12:44 | PERMALINK | EDIT/DEL

      유통기한을 극복하기 위해 저의 장은 점점 강철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

  • BlogIcon 햅메이커 | 2008/10/20 12: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거... 웃어도 되는거죠? ㅋㅋㅋㅋ
    맛나는 저녁드세요..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8/10/20 13:09 | PERMALINK | EDIT/DEL

      햅메이커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웃으시라고 올린 포스트임다~ ^^

  • BlogIcon 꿈트리 | 2008/10/20 13: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잼있는 포스트 잘 보고 갑니다. 따님 때문에 행복하시겠어요 .^^

    • BlogIcon buckshot | 2008/10/20 13:10 | PERMALINK | EDIT/DEL

      꿈트리님, 댓글 감사합니다. 딸아이 재롱에 주말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겠네염~ ^^

  • BlogIcon 재밍 | 2008/10/20 21: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웅 너무 재밌어요~~~
    인간미도 넘치시는 벅샷님 ㅎㅎ
    단란한 가정이 참 보기 좋으세요~~ ^^
    따님이 귀엽고 장난스러운게 참 예쁘네요!!!
    눈에 넣어도 안아프실듯~

    • BlogIcon buckshot | 2008/10/20 23:40 | PERMALINK | EDIT/DEL

      재밍님, 예쁘게 봐주셔서 정말 고맙슴돠~ 히히히~ ^^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픕니다. 지금 제 옆에서 자기 예쁘다고 쓰는거냐고 막 폴짝폴짝 뛰네여. ^^

  • BlogIcon 격물치지 | 2008/10/20 23: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포도를 열심히 먹는 해동공자,
    격물치지: 안수현! 너는 포도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해동공자: 음.... 포도
    격물치지: 컥

    제 현실입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8/10/20 23:41 | PERMALINK | EDIT/DEL

      헉.. 저도 그런 유사한 선택을 너무도 많이 당했습니다. 요즘 딸아이가 즐겨 쓰는 표현.. 난 아빨 11등 사랑해요...

      음.. 어느덧 딸보드 차트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까지 당하고 있습니당.. ^^ ㅠㅠ

  • BlogIcon 하민빠 | 2008/10/20 23: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가 추측해 보건데 "누워 있는 흑인 뿡뿡이 미끄럼틀"이 아닐런지....예전에 놀이기구였다는 포스팅이 기억나네요. ^^

    • BlogIcon buckshot | 2008/10/20 23:42 | PERMALINK | EDIT/DEL

      요즘 다리로 미끄럼틀 넘 많이 해주다가 무릎 관절이 다 나간 상태라서 미끄럼틀 놀이기군 잠시 휴장 중이고 팔뚝으로 철봉 놀이 시켜주고 있습니당~ ^^

  • BlogIcon 토마토새댁 | 2008/10/21 12: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ㅋㅋ
    그럼 님은 누워 있는 뿡뿡이 철봉 되시겠슴다..
    님의 일면이
    늘 맘 단디 묵고 포스팅 읽던 저에게
    박장대서의 기쁨을 주셨슴당..
    감솨해용..ㅎㅎ

    오늘도 따님과 행복한 하루 되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8/10/21 19:09 | PERMALINK | EDIT/DEL

      뿡뿡이 철봉.. 동그라미가 많이 들어가서 정감 가고 좋은 것 같습니다. 방구 뿡뿡 뿡어대는 뿡뿡이 철봉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당~ ^^

  • BlogIcon 대흠 | 2008/10/23 09: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너그러운 가장의 모습이군요. ^^
    아이덴티티도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여러가지 아닐까...
    가족에 대해서는 끝없는 연민이 가장의 아이덴티티가 되야겠죠.

    • BlogIcon buckshot | 2008/10/23 09:53 | PERMALINK | EDIT/DEL

      가족에 대한 끝없는 연민... 정말 가슴에 와닿는 말씀이십니다...

  • BlogIcon 달팽가족 | 2008/10/26 20:3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이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당황하기도 하고 약이 오르기도 하는데,
    악의가 있는 게 아니니 어쩌겠습니다.
    마케팅 안하셔도 시간이 약이랍니다.
    아이가 철이 들어감에 따라 아빠도 자기와 같은 사람이고 좋은 면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될겁니다. ^-^

    어릴때는 황당한 비교나 설정으로 엉뚱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도 웃고 넘어가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 부모와 타인의 부모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시작하면
    때로는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정확한 제 모습을 끄집어 내서 놀라기도 한답니다.

    그래도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결국 주위사람들과 부모에게 사랑을 되돌려 준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8/10/26 22:47 | PERMALINK | EDIT/DEL

      달팽가족님께서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를 사랑으로 계속 대하면 결국 시간이 약이 되어 정확하고 훈훈한 아이덴티티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귀중한 댓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데굴대굴 | 2008/10/29 21: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맛난 것으로 설득을 하면 동물의 범위에서 벗어나실 수 있지 않을까요??

    • BlogIcon buckshot | 2008/10/29 23:22 | PERMALINK | EDIT/DEL

      아... 제가 사줘도 엄마가 사준 것으로 인지합니다. 정말 미쳐버리겠어요.. 동물이 사준 건 사준 것도 아닌가요.....

  • BlogIcon milluz | 2009/03/05 17: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죠? 저도 5살박이 딸아이가 있어서 잘 압니다.
    오빠와는 8살 차이가 나서, 그 아양과 애교가 하늘을 찌릅니다.ㅎ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3/05 20:08 | PERMALINK | EDIT/DEL

      애교에 녹아버리는 저의 모습이 바로 행복인 것 같습니다. ^^

  • BlogIcon 레인보우필 | 2009/03/12 01: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ㅋㅋㅋ 울딸냄이 말을 시작하기 전에
    남편에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하라고
    이 블로그를 보여줘야겠어요.
    안그럼 우리집에도 "누워있는 흑인 뿡뿡이 기계"
    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진 사람이 발현할지도~ ㅋㅋㅋ

    따님이 정말 귀엽네요^^

    • BlogIcon buckshot | 2009/03/12 09:20 | PERMALINK | EDIT/DEL

      어제 블로그 왼쪽 상단 이미지를 방귀맨으로 바꾸었는데 적시에 댓글을 주셨네요. ^^

      자식이 말을 하기 전에 멋진 아이덴티티를 심어 주었어야 했는데.. 전 이미 늦었습니당. 레인보우필님은 아직 시간이 충분하셔서 좋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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