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알고리즘 :: 2008/12/12 00:02

전쟁의 기술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 외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Carl von Clausewitz는 전쟁을 '나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행위다."라고 규정했다. 전쟁의 목적은 적에게 나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고 전쟁의 수단은 물리적 폭력이고 전쟁의 목표는 적이 저항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란 얘긴데..   여기서 적은 누굴 가리키는 말일까..

로버트 그린의 전쟁의 기술을 읽으면서, 손무의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적'의 개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었다.  전쟁은 결국 적을 대상으로 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협하는 적의 존재가 전쟁의 탄생을 가능케 하고 전쟁의 탄생은 적의 창조에 의해 가능해 진다.  적은 결국 신뢰 붕괴에 의해 창조된다. 나와 누군가 사이에 신뢰가 무너지고 무너진 신뢰가 서로의 안위에 대한 압박/위협으로 이어질 때 적대관계가 형성되고 그런 적대관계를 강력하게 자극하는 계기가 촉발되면 전쟁이 터지게 된다.

로버트 그린과 전쟁의 기술에 대해선 아래와 같이 여러 차례에 걸쳐 글을 올린 바 있다.
전쟁의 기술에 나오는 33가지 전쟁 전략 중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주제는 아래와 같다.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라: 동지와 적 (Declare war on your enemies: The polarity strategy)"

아군과 적군을 명확히 구분하고 적군을 컨트롤하고 제압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것.. 전쟁의 시작은 적군을 정의하는 것이다. 명확하게 정의하면 할 수록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즘 드는 생각은..
전쟁은 생명의 위협이 난무하는 전장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적은 표면적으로 나에게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타인이 아니라 내면 속에서 나에 대한 컨트롤을 방해하고 나의 성장과 변화를 억제하는 그 무엇인 것 같다.

설득을 '나와 설득대상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전쟁을 '나와 적군이 신뢰붕괴 상태에서 소모적 전투관계를 지속하지 않고 보다 생산적인 관계를 가져갈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자신 속에서 벌어져야 하는 전쟁의 모습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아래 그림은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Brain View)'에 나오는 Limbic Map이다. 한 사람의 머리 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뇌 속에서 벌어지는 전쟁.. 칼 폰 클라우제비츠, 손자, 로버트 그린이 정리한 전쟁 알고리즘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고 치밀한 파워 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느낌이다. 뇌는 최고의 배틀필드이다. 드라마틱한 전쟁사를 공부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지금 내 머리 속에서 펼쳐지는 우주적 전쟁을 느끼고 판단하는 것보다 더 짜릿한 경험은 없을지도 모른다.

뇌에 대한 공부.. 비즈니스/마케팅 분야에서 많은 것을 실험하고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이 전개될 것이다. 소비자들도 공부해야 한다. 위의 그림처럼 소비자의 뇌 속에서 비즈니스 전쟁, 마케팅 전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때 멍하니 있다간 질질 끌려가기 십상이다. 뇌 속의 전쟁을 멋지게 수행하기 위해선 개인 차원의 뇌 공부가 필요하다. 그건 단지 심하게 마케팅 당하지 않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나'라는 복잡계가 처한 현실을 얼마나 명쾌하게 직시하고 나의 성장과 변화를 얼마나 지혜롭게 이끌어 갈 수 있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비즈니스가 성장을 위해 뇌를 공부할 때, 개인도 성장을 위해 뇌를 공부해야 한다. 전쟁 알고리즘을 숙지한 기업과 소비자가 뇌 전선에서
전략적으로 조우할 때 박진감 넘치는 전쟁이 전개될 거라 믿는다. ^^

전쟁 알고리즘..
적을 얼마나 멋지게 정의할 수 있는가에 의해 알고리즘 퍼포먼스가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탁월하게 정의한 적이 흐릿하고 어설프게 정의된 애매한 아군보다 훨씬 더 쿨하고 나에게 도움된다. ^^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배진아 옮김, 이인식 감수/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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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Tracked from Inuit Blogged | 2009/01/27 23:16 | DEL

    다짜고짜 질문부터 들어갑니다. 첫째, 대형 마트의 출입문은 왜 오른쪽에 있을까요? 둘째, 지름신의 정체는 과학적으로 어떻게 규정할까요? 셋째, 위의 두 질문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Hans-Ge..

  • BlogIcon 정지웅 | 2008/12/14 16:1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두권의 책이 벅샷님의 사고 속에서 융합되는 멋진 글이군요. '나' 자신을 하나의 복잡계로 규정하시는 개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12/14 17:40 | PERMALINK | EDIT/DEL

      어설픈 조합을 좋게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나 자신을 선형적인 단순계가 아닌 비선형적 복잡계로 규정하는 것이 자기계발 측면에서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 BlogIcon 토댁 | 2008/12/14 19: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 머리 속 다이어그램 들은 어느 부분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까요?
    한참 들여다 보게 합니다.

    토댁이 이제 배추랑 다 놀았어요^^
    이제 또 뭐하고 놀까용? 히히
    연말이라 바쁘시죠?
    건강 생각하셔서 조금만 신나게 지내세요~~
    아무래도 연말에 일도 많고 좋은 자리도 많으실 것 같아 주문량을 좀 늘였습니당, ㅋㅋㅌ

    • BlogIcon buckshot | 2008/12/14 19:44 | PERMALINK | EDIT/DEL

      아무래도 연말연시를 맞게 되니, 올해 돌아보기와 내년 계획하기 놀이가 좋을 듯 싶습니다~ ^^

      토댁님,
      제가 내일 포스트에서 바톤 하나 넘기려고 합니다.
      바톤 받아 주세여~ ^^

  • BlogIcon inuit | 2009/01/27 23: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재미난 글 잘 봤습니다. Brain view 리뷰를 트랙백 했습니다. ^^
    그런데 벅샷님.. 저 limbic map을 직접 그리신건가요?

    • BlogIcon buckshot | 2009/01/27 23:54 | PERMALINK | EDIT/DEL

      예, 직접 그렸습니다. 도표 2-5, 2-6, 2-7을 합한 그림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직접 그렸습니다.. ^^

      도표 2-5. 향락주의-금욕주의의 긴장 관계
      도표 2-6. 혁명-유지/보존의 긴장 관계
      도표 2-7. 이기주의-이타주의의 긴장 관계

      PS. 트랙백을 걸고 싶은데 제 블로그의 기능 이상으로 트랙백이 걸리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엔 이미지 첨부도 안되네요.. 다른 블로그에 이미지 첨부했다 그대로 카피 떠서 옮겨오는 노가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ㅠ.ㅠ ^^

  • 칼 슈미트 | 2009/11/09 23: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쟁과 평화를 화두로 삼는 국제정치학의 철학적 토대에 많은 영향을 미친 학자입니다. '적'을 규정지음이 바로 정치라고 말한 학자죠.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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