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알고리즘 :: 2009/02/11 00:01

짐 콜린스는 'Built to last'에서 비전기업의 특징 중 하나로 'Clock Building Not Time Telling'을 제시하고 있다.  시간을 알려주지 않고 시계를 만든다. 비전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탁월한 아이디어의 집행이나 카리스마적 리더십 보다는 영속 가능한 회사 자체를 구축하는 것이란 얘기다. 또한, 리더가 빈번하고 소모적인 간섭과 컨트롤을 통하지 않고 룰과 시스템을 통해 회사를 능수능란하게 리모콘으로 채널 돌리듯 원격 조종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즉, 영속 가능한 회사를 원격 조종하는 것이 리더의 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는 시간적 지연의 제약 때문에 인간이라는 생존 기계를 time telling 형식으로 지배하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 작성자처럼 간접적으로 생존 기계의 행동을 제어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전자가 하는 일은 미리 생존 기계의 체제를 만드는 것이고 그 이후엔 생존 기계는 완전히 독립하게 되고 유전자는 그 속에서 그저 수동적인 상태로 머물게 된다고 얘기한다. 또한, 리처드 도킨스는 소설 '안드로메다의 A'를 예로 들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구에서 200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성좌에서 지구로 자신들의 문화를 전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광속의 한계 때문에 상호 간의 대화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지구로부터의 회답을 처음부터 포기하고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파로 송신하는 것 밖엔 방법이 없다.  그 메세지는 일종의 프로그램으로써 다양한 메시지 수신자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완성되는 확장성 높은 방식을 택하고 있을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안드로메다에서 지구에 대한 메시지 전파와 이를 통한 지구 컨트롤을 위해 지구상에 컴퓨터를 간접적으로 구축했던 것처럼,  인간의 유전자도 뇌를 만들어서 간접적으로 통제를 하게 된 것이고 유전자가 인간을 인형 끈으로 조정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유전자의 단백질 합성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결국, 단백질 합성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인간의 행동은 신속하게 일어나므로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선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처하기 위한 규칙과 충고를 최대한 사전에 많이 프로그램으로 미리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수동적이고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느린 '유전자' 리더는 능동적이고 민첩한 인간을 원격 조종하기 위한 시나리오 경영을 하고 있다는 얘긴데.

로버트 그린은 '전쟁의 기술'에서 마키아벨리가 자신의 생각과 조언을 널리 퍼뜨릴 수 있는 권력을 열망했지만 정치계에서 그러한 욕망이 좌절되자 저술활동을 통해 권력 획득을 시도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권력자들이 쉽사리 자신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권력을 갖지 못한 자들은 자신의 철학이 지닌 위험한 측면들을 두려워할 것이라는 점을 미리 간파하고 자신의 저서를 읽을 독자들의 방어벽을 깊이 꿰뚫을 수 있는 수사적 책략으로써 설득력 강한 실용적 조언, 역사적 일화의 적극적 차용, 꾸밈없고 간결한 어조, 정해지지 않은 결론 등의 컨셉을 무기로 독자의 마인드에 성공적으로 침투하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사후에도 여전히 수많은 리더십 관련 독자들을 쿨한 사상과 논리로 원격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사례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시공간적 제약이 '책'을 통해 극복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리마인드하게 되었는데 오랫동안 읽히는 고전들은 200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에서 온 메시지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기업이든, 유전자의 속성이든 사상이든 영속성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이 중에서도 오랜 영속성 추구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전자에 시선이 많이 가게 된다. 유전자가 시간적 제약 때문에 인간의 몸 속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기능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그 수동성이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인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능동적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착각을 갖게 하는 것이지 사실 인간을 통제하는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프로그램적 입력은 이미 뇌 속에 심어졌고 그것을 통제하는 강력한 사령관이 유전자일 수 있다.


에드워드 윌슨은 "우리 현대인은 사실 능동적으로 변화시킨 환경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며 살아가는 원시인들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자꾸만 현대를 살려 하지만 우리의 유전자는 여전히 야생을 살고 있다."라고 말한다.

원격 커뮤니케이션은 발신자 입장에선 참 편리하고 욕심나는 방식이지만 수신자 입장에선 참 답답하기 그지 없다. 원격이다 보니 대화하기가 어려워서리. 결국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굳어지기 쉽다.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수신 메시지를 씹거나 받아들이거나 둘 중의 하나인데.. 첨엔 씹어 봐도 자꾸 메시지가 들어오면 결국 메시지에 의해 서서히 조종당하게 되고 나중엔 맹목적으로 메시지에 순응하게 된다. 집요한 원격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원격 조종으로 발전하게 된다. 저 먼 시공간으로부터 나에게 말을 건네는 자. 준비된 자이고 무서운 자인 것이다. ^^

원격 조종 능력의 주체와 객체. 우리가 늘상 원격 조종하는 TV. 우린 TV인지도 모른다.  유전자에 의해 이리저리 채널링이 되는 TV말이다. 인간은 리모콘을 통해 TV를 원격 조종하고 유전자는 뇌를 통해 인간을 초원격 조종하고..  원격 조종의 순환 고리 속에 인간이 존재한다. 엄청 조종 당하고 살짝 조종하는 척 하는 인간. 원격 조종을 당하면서 원격 조종을 꿈꾸는 어슬픈(어설프고 슬픈) 지능형 TV인가?  계속 원격 조종만 당하지 말고 저 먼 곳으로부터 나에게 말을 건네오는 자와 대화를 이제 슬슬 시작해 봐야 하는건가?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없다고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원격으로 수신한 메시지에 대해 원격으로 답신을 날려 보내는 태도로의 전환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PS 1. 인간은 기계를 만들었다. 인간은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갖고 인간에 대적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인간 자체가 기계라면. 인간이 로봇이라면.. 원격 조종을 당해왔던 인간이란 이름의 로봇이 이제 원격 조종의 굴레를 벗고 스스로 움직이려는 시도를 미약하게나마 시작한다면.. ^^

PS 2. 몽창 베끼고 참조한 포스트
Communication as a platform - 간접성과 확장성이 강한 침투력을 낳는다.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Attention은 야생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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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덱스터 | 2009/02/11 00: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가장 무능력한 지도자의 하나로 '부하를 믿지 않는 지도자'가 있었던 기억이...

    • BlogIcon buckshot | 2009/02/11 09:08 | PERMALINK | EDIT/DEL

      지도자가 부하되고, 부하가 지도자 됨.
      거기에 리더십의 미학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

  • BlogIcon 토댁 | 2009/02/11 03: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buckshot님 허락없이 지난번 놀이인간 포스팅에 소개해 주신 것
    제 졸업논문에 인용했습니당.
    안된다하심 바로 지우도록 하겠씁니다..히히

    포스트는 저녁에 다시 한번 읽을꼐요.
    지금은 자러가야겠습니당..에고..
    벼락치기 숙제인 졸업논문인지라...ㅋㅋ

  • BlogIcon 명이 | 2009/02/11 09: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도대체 어디서 조종을 당하고 있는걸까요..-_-;;
    요즘 머리가 멍~한..-_-;;

  • greatest | 2009/02/11 17: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너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조금만 쉽게 써주시면 정말 좋을듯 합니다....일반인들과 눈높이 블로거가 되어주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2/11 19:18 | PERMALINK | EDIT/DEL

      죄송합니다.. 이런 스타일의 포스트를 몇개 더 예약해 놓았는데... 면목 없습니다..

  • BlogIcon 데굴대굴 | 2009/02/11 18: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영속 가능한 회사라면.. 몇가지가 있더군요. 정부에서 민영화 한다는 그 회사들의 목록이 죄다 영속 가능한 회사의 목록에 포함이 됩니다. -_-

  • BlogIcon 서울비 | 2009/02/12 12: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댓글은 처음 남기는데... 늘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도 매우 흥미롭네용.. 민영화 계획 있으시면 , 제 뇌도 정리해고해서 민간에 세일해주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2/12 21:46 | PERMALINK | EDIT/DEL

      서울비님, 댓글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악하게 쓴 글이라 올리면서 부담이 되었는데 서울비님 댓글 받고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

  • 양념돼지 | 2009/02/14 09: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후~ 솔직히 어려워서 두번씩 읽다가 끝에가서 조금씩 이해가 가네요.
    평소 잘 안 접하던 말들이라 이해가 쉽게 쉽게 오진 않지만
    그것 만의 읽는 재미가 있네요.제가 워낙 책을 안 읽기에
    이렇게 책의 내용을 요약해논 블로그글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항상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인간이 기계고 기계가 인간이고 , 점장이 직원이고 직원이 점장이고,
    buckshot 님의 글의 요지와는 다르지만 윗 글로만 다르게 또 해석하면
    한편으론 좋을 수도 있겠네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쉬운.. 엥?
    ㅋ 죄송합니다. 의도한 글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말이란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또 보일 수도 있다는게 재밌어서...
    -_- 역시 횡성수설 재미없는 리플 적어놓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2/14 09:30 | PERMALINK | EDIT/DEL

      양념돼지님, 읽으시는데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쉽게 풀어쓰고 싶었는데 제 능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낍니다..

      인간-기계, 점장-직원
      중요한 포인트를 말씀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결국 생각의 확장을 낳고 변화를 낳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양념돼지님 댓글을 읽으면서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

  • 양념돼지 | 2009/02/14 09: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첫번째 문단을 읽으니 처음 사회생활을 할 때가 생각나네요.
    저희 부점장님이 저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셨죠.
    (관리자는 없다고 생각하고 너네끼리 매장을 굴릴 수 있도록 공부하고 생각하고 일을하라고..)
    전 엄청 공감하고 따라가려 노력했지만..<-_- 언젠간 도움이 될꺼라 생각했기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런말을 하더군요.
    ' 이 월급주면서 너무 많은걸 바라는거 아냐? 진짜 우리일 하기도 바쁜데 멀 자꾸 생각하고 하라는건지..'
    좋은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방법에 미흡한 점이 아쉽더군요.
    일방적인 발신자의 입장이라면 참 편하지만 실질적인,현실적인 상황에선
    금방 그만두고 새로운 사람들로 자꾸 바뀌는 변수라던가
    인식의 차이 노력의 차이 목표의 차이 등등 사람마다 틀리기에
    각기 다른 직원들의 교육방법을 연구하고 중요시 해야될꺼 같다는 생각을 많게 생각나네요.

    짧은 리플을 달면서도 횡성수설 글의 정리가 안되는게 참 안타깝습니다.후....-_-
    다 그동안 책을 안읽고 많이 써보지 않는 결과겠지요. 요점은 글 감사히 잘 읽고 있다는 겁니다.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2/14 09:34 | PERMALINK | EDIT/DEL

      결국 맥락의 차이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가 봅니다. 그 맥락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가 리더십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 같구요. 거의 포스트에 해당하는 무게감을 양념돼지님의 댓글을 통해 느낍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생각을 해보고 싶어집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

  • BlogIcon 보리 | 2009/02/15 23: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고전들은 200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에서 온 메시지와 같은 영향력'.. 이 구절을 읽고 무릎을 쳤습니다. 인간의 숱한 행동들이 '영속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빠르게 잊혀져 갑니다. 그 중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오랫동안 회자되지요. 책, 기업, 연예인 등등.. 고전같이 오래 기억되는 책, 기업, 연예인이 되기위해 오늘도 많은 이들이 애쓰나 봅니다. 문득 고전의 요건.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하는 포스트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2/15 23:17 | PERMALINK | EDIT/DEL

      보리님 말씀처럼 오래 기억되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주체의 욕망인가 봅니다.

      한가지 드는 생각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받는 메시지 수신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고전과도 같은 메시지 발신자가 그렇게 큰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보면 '영속기업', '고전', '원격조종자'란 개념보다는 '기억'이란 개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고전을 가능케 하고 원격조종자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기억 자체에 대한 생각과 관점을 달리 해보면 재미있는 무언가가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

  • 아타로스 | 2009/03/12 01:3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렇다면 지금 인간의 유전자는 영원히 이어짊을 목적으로 한 것일까요
    혹, 다른 고도로 성숙한 유전자에 잠식당하지 않으기위해 유전자의 근본적인 변경이 불가피하다면
    성장이 아닌 변태처럼 본질적으로 유전자가 바뀔 수 있을까요
    만약 바뀐다면 그 변동은 외적인 조종자(인형의 인형사 같은)의 행동에 의한것일까요 아니면 그것마저 인형내부의 유전자에 입력이 되어 있던것일까요

    미시적으로 개개의 유전자가 그런 특징을 지니고 있다면,
    그런 유전자들의 집단 - 예를들어 지구 나 우주 같은 - 도 하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생명체의 유전자처럼 또다른 것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것 을 목적으로 하고있을까요

    왠지 Lucid의 방법으로라도 해답을 얻고싶은 의문들이 떠오르는 글이었네요
    또한,
    이렇게 뭔가에 대해 생각하는것도 제법 재미있군요~

    여기에 오면 이런 글들이 많이있고 또 항상 새로운 글들이 올라온다는 기대감이 절 행복하게한달까요 ㅋㅋ

    • BlogIcon buckshot | 2009/03/12 09:34 | PERMALINK | EDIT/DEL

      아타로스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귀한 질문 리스트 감사합니다. ^^

      많이 부족한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나아지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아서 답답하지만 아타로스님께서 격려해 주시니 조금 더 힘을 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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