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인플레이션 :: 2010/07/16 00:06

2008년 8월에 아래와 같이 한 줄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본 트윗이 있다. 바로 soo5306님의 트윗이다.



정말 그렇다. 화려한 서양 용어들을 가만 곱씹어 보면 이미 동양에선 보편적인 개념으로 존재했던 것들이다. '人間'이란 말 속에 이미 'social network'이란 개념이 들어 있지 않은가? 우린 이미 오래 전부터 'social network'란 개념을 일상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웹 2.0'이란 용어가 등장하기 전, 한국엔 이미 웹 2.0에 준하는 서비스들이 존재했었다.
해외에서 '웹 2.0'란 용어가 등장한 이후, 한국에선 이렇다 할 혁신 서비스가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가 이미 하고 있던 것에 남이 이름만 그럴싸하게 붙인 것 뿐인데.

우리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이미 하고 있던 것에 남이 이름을 붙여 버린 후, 우린 마치 갖고 있던 것을 빼앗기기라도 한 듯이 그럴싸한 이름이 붙여진 곳에 가서 거기에 뭐가 있을까 하고 기웃거리다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담론을 지배해 나가는 힘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웹 2.0과 함께 대거 등장한 화려한 용어빨의 범람에 너무 무기력하게 휩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용어가 등장할 때, 그걸 빨리 입수해서 그걸 읊어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용어는 항상 인플레이션의 경향이 있다. 기존에 있는 것을 진부화시켜야 하는 압박 때문에 새로움을 가장한 찬란한 거품이 항상 끼어 있기 마련이다. 그걸 냉정하게 거둬내고 그 안에 담긴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해외의 구라포스 강력한 작명가들이 쏟아내는 겉멋 가득한 용어 속에 도사린 거품과 궁색한 실체를 직시할 수 있다면 자신이 이미 해놓은 것을 망각하고 남이 갖다 붙인 껍데기스런 용어 자체에 집중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면, 그것을 일단 쎄게 의심부터 해도 크게 무방하다. 용어는 자신의 이기적 생존을 위해 화려한 버블로 빈약하기 그지없는 실체를 온통 뒤덮고 등장하기 마련이니. ^^



PS. 관련 포스트
개방, 알고리즘
웹혁,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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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ynamic | 2010/07/16 09: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공자의 인(仁) 또한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한 사상이죠. 현재의 사회시스템과 경제, 법체계가 모두 서양에서 온 시스템이여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만의 화합(동양적 가치)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듯 합니다.^^
    (동양적 용어는 항상 디플레이션 경향이 있죠.^^)

    • BlogIcon buckshot | 2010/07/17 10:11 | PERMALINK | EDIT/DEL

      동양적 용어의 디플레이션 경향.. 촌철살인이십니다. ^^

  • 맞습니다 | 2010/07/16 11: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인플레에 대해서, 생각없이 들여와서 쓰는 말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궁금했던게, 왜 "****, 알고리즘"이라고 하시는지요?

    알고리즘이라는 또 다른 인플레라고 혹시 생각해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

    • BlogIcon buckshot | 2010/07/17 10:12 | PERMALINK | EDIT/DEL

      기저에 존재하는 강력한 원리라는 의도로 '알고리즘'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것도 일종의 인플레이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BlogIcon 고구마 | 2010/07/16 13: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기존 개념의 진부화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본질의 변화보다는 말장난으로 사그라드는 일련의 현상들을 보면서 저도
    buckshot님과 같은 실망감 or 분노를 느끼곤 합니다.

    반면 서양인들이 용어를 만들고 이 용어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때때로 비즈니스 지형을 바꾸기 위한) 사회적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ps. 개인적으로 저도 제가 만든 용어들이 좀 저렇게 빛을 봤으면 하는 바램이... ㅋㅋㅋ

    최근에 CJ사보에 레이버테인먼트로 글하나 썼습니다.
    http://blog.naver.com/pupilpil/120111081366
    요즘 회자되는 개념을 좀더 넣어봤는데, 시간이 없어서 좀 경황없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 BlogIcon buckshot | 2010/07/17 10:16 | PERMALINK | EDIT/DEL

      와. 멋진 아티클이 탄생했네요. 고구마님의 용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주말이 될 것 같습니다. 생명력 강한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새로운 화두를 저에게 던져주게 될 것 같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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