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정의하다. :: 2013/07/15 00:05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늦잠형 인간이다. 그래서 새벽 시간대에 깨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몇 년에 한 번 정도, 아주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새벽 시간대에 마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새벽 시간대의 공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뭐랄까. 어떤 에너지 같은 것이 고요히 흐른다고나 할까.

새벽을 그닥 많이 경험하지 못해서 새벽에 대해 말한다는 게 오버일 수는 있으나, 짐작건대 하루 중에 가장 강력한 기가 흐르는 시간대는 아마 새벽일 것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기운이 흐르는 새벽 시간대를 자신을 위한 영역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새벽을 자신의 시공간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의 여부는 자기 계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나는 새벽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새벽 시간에 그저 잠을 자고 있을 뿐이다.
그럼 나는 중요한 시공간을 무심코 흘려 보내는 둔한 존재로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꼭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벽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나'라는 존재가 범용품이 아닌 존재의 이유를 발산하는 인간이 될 수 있는가를 좌우할 수 있으니 그 시간에 깨어 있어서 의식의 흐름을 전개하는 게 바람직한 건 맞다.
하지만 '새벽'은 꼭 물리적 시간대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나의 생각과 행동이, 나의 과거와 미래가 온전히 '나'라는 존재를 향해 모여드는 순간들이 흐름으로 생성되는 시공간을 나만의 방법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이 어느 시간대, 어느 공간대이든 상관은 없다고 본다.

모든 존재는 자신 만의 결을 갖고 있고, 자신 만의 결을 따라 흐른다. 나는 아침형 인간과 사뭇 먼 DNA를 지닌 채 태어났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는 게 매우 고통스럽다. 타고난 체질이 아침형이 아닌 사람은 새벽을 만날 기회를 절대 얻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만의 새벽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숙제를 부여받게 되었다고 보면 된다. 나만의 결을 따라 흐르는 시공간이 나에게 새벽과도 같은 공기와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그 시공간은 나에게 분명 새벽이라 일컬어져도 무방할 것이다.

나는 블로깅을 할 때 '새벽'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의 블로그와 나 사이엔 묘한 기운이 흐른다. 새벽을 자주 만나는 새벽인들이 접하게 되는 느낌과 내가 체험하고 있는 기운은 그닥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 추정해 본다. 블로깅을 하고 있는 나. 그런 내 주위를 따라 흐르는 공기, 그리고 그 공기와 함께 호흡하는 나. 주위에 형성되는 어떤 장. 그건 분명 '새벽'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는..
결국 모든 존재는 자신 만의 '새벽'을 갖고 있다. 다만 그것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 지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로 나뉠 뿐이다. 나는 블로깅을 통해 나만의 새벽을 생성하고 그것을 기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았다. 새벽이여, 그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기쁘다. ^^



PS. 관련 포스트
시간 속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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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아크몬드 | 2013/07/15 10: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크세븐 블로그 포스팅할 때는 매일같이 새벽을 맞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침엔 좀 늦게 일어나게 되지만, 고요하고 집중이 잘되는 새벽은 블로거에게 최적인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인터넷 속도도 좀 더 빠르구요 ^^)

    • BlogIcon buckshot | 2013/07/15 19:20 | PERMALINK | EDIT/DEL

      아.. 저도 물리적인 새벽 시간대를 향유하고 싶은데 체질이 말을 안 듣네요.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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