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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 대화 :: 2016/04/29 00:09

카페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들리지 않는 대화 속에서 읽혀지는 뭔가가 있다.

대화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사람 간 대화의 모습만이 유일한 단서가 될 뿐
나머지는 모두 내가 채워야 하는 여백 많은 캔버스인 것이다.

모든 정황이 포착될 수 있다면 그걸 묘사하면 된다.
묘사의 깊이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제한된 상황만이 나에게 재료로 주어진다면
나는 밑바닥부터 플롯을 짜야 하고 캐릭터를 내 의도대로 정의해야 하는 소설가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는
그 어떤 대화도 소설의 한 장면이 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결정적인 scene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긴장감을 견지한 채,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를 관찰한다.

명품을 자꾸 쳐다봐야 명품에 대한 감각과 취향이 생성되듯이
대화를 자꾸 쳐다보면 대화에 대한 감각과 취향이 만들어진다.

대화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대화를 보면 대화가 읽혀진다.
들렸다면 읽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묘사를 위한 정보만 많아졌을 듯.

하지만 대화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감각기관이 본격 작동하게 된다.
대화를 그저 보게 되는 것이고, 보다 보면 대화를 읽게 될 수 밖에 없다.

대화를 읽는다는 건
대화를 작성하는 것이다.
읽기와 쓰기는 표면적으로만 다르게 보일 뿐
본질적으로 유사한 결을 띠고 있는 행위다.

대화를 읽는다.
대화가 더욱 들리지 않는다.
그 속에서 시각과 독각은 더욱 첨예해진다.
캐릭터는 스스로 살아움직이는, 대화를 둘러 싼 공기가 자연스럽게 플롯이 되는..

대화가 들리지 않을 때
나의 소박한 창작은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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