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알고리즘 :: 2010/02/24 00:04

아래는 2년 전에 유니타스 브랜드에 대해 적었던 포스트이다.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2007년 겨울 어느날, 서점에서
유니타스 브랜드를 처음 보고 깜놀하던 그 순간을. 

그 때 들었던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 소중한 브랜드 마케팅 매거북(매거진+잡지)이 제발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도
유니타스 브랜드는 당당히 존재하고 있다.
존재만으로도 흐뭇한 완소 브랜드 마케팅 전문지.

유니타스 브랜드는 내게 그런 존재다. ^^




Unitas BRAND를 보면서 10년 전 Sub의 환생을 느낀다.  2008/05/30

39세인 요즘엔 음악을 거의 듣지 못하지만 소시 적만 해도 난 정말 음악을 광적으로 듣곤 했다. 특히 20대 시절에는 정말 음악에 몰입을 한다 싶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음악 청취에 할애했었다. 가요, Pop, J-Pop, R&B, Hip-hop, Jazz, Rock, 클래식, 퓨전,,,  정말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을 섭렵했었다.  26세였던 1995년에 이미 CD 보유량이 1,500장을 훌쩍 뛰어 넘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점차적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자연스럽게 식어만 갔다. 

그런데.. 식어가던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을 다시 활활 불태우게 할 그것이 탄생하고 만다. 

1998년 1월.
음악 전문지 Sub가 창간되었다.

Sub는 여타 음악잡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색깔 있는 아티스트의 음악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나갔다. 그리고 매월 정기부록으로 Sampler CD를 제공했는데 여기에 실린 인디밴드들의 음악은 정말 인기리에 소비되던 대중적인 음악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Sub 창간호에 실린 주옥 같은 아티클 중에서 '테크노 97-98'을 잊을 수가 없다. buckshot은 그걸 읽고 바로 테크노의 세계로 무섭게 빠져들게 된다.  Roni Size, DJ Shadow, Fatboy Slim, Keoki, Photek, Aphex Twin.. 모두 서브 창간호를 통해 접하게 된 테크노 뮤지션이며 buckshot의 음악 청취 중흥기를 이끈 포스 넘치는 아티스트들이다.  한마디로 음악에 관한 한 Sub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Sub에 실린 기사 하나가 바로 CD 구매로 이어지는 힘.. Sub는 내게 그런 음악 전문지였다.

서브의 아티클들은 하나하나가 정말 매력적, 아니 마력적이었다. 지적인 음악 평론의 정수를 서브는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서브를 통해 음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내공 넘치는 뮤지션들의 컨셉과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Sub를 통해 난 음악을 듣고 읽는 법을 새로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무겁고 진지했던 탓일까.. 스스로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서브는 점점 지쳐만 갔다.  결국 서기 2000년을 맞이 하면서 서브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서브를 더 이상 접하지 못하게 되면서 buckshot의 음악에 대한 애정도 점점 식어서 오늘에 이르게 된다. 요즘 buckshot이 음악에 투자하는 시간은 일반인의 평균치에도 크게 못 미칠 것이다.  이게 다 Sub 때문이다... ㅠ.ㅠ


Sub가 창간되었던 1998년 1월.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2007년 11월..

마케팅 전문지 Unitas BRAND가 창간되었다. buckshot은 그 잡지를 보는 순간 운명적으로 Sub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Unitas BRAND는 Sub와 너무 닮아 있었다.  5월에 발간된 Vol 4.의 Editor's Letter를 읽어 보았다. 아마 10년 전에 Sub의 편집자도 분명 아래와 똑같은 고민을 했으리라...

유니타스 브랜드 특집 편집위원들이 두 파로 나뉘어졌다. 한쪽은 유니타스 브랜드의 내용을 기존 방향과 수준 대로 유지하자는 보수우파고, 다른 한쪽은 전문적인 내용을 줄이고 더 대중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급진좌파다. 보수우파는 최대 3년 그리고 최소 1년은 현재의 컨셉을 강화해야만 전문지의 색깔을 분명히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에 급진좌파는 시장조사와 주변 독자들의 반응을 보여주면서 기존의 데이터에서 약 70%는 더욱 쉬운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략....    고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를 할 때 항상 나오는 소비자 불만은 높은 가격이다. 그런데 가격을 내리면 과연 소비자들은 그 상품을 살까? 전문지가 쉬워지면 과연 전문지가 될까? 브랜드의 이야기를 쉽게 쓰는 방법은 단 한가지 방법 외에는 없다. 논리와 전략으로 꾸민 이야기는 피하고 실제적인 현장의 이야기를 쓰면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계속 노력할 것이고, 소비자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금의 톤을 유지하며 Vol 4.를 출간했다.


유니타스 브랜드는 분명 전문적이고 자신만의 매력적인 색깔을 갖고 있다. Sub가 음악 전문지를 표방하면서 음악의 범주를 넘어서는 포스를 뿜어냈듯이 유니타스 브랜드도 마케팅 전문지를 표방하면서 마케팅의 범주를 넘어서는 강력한 포스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 가득한 시각이 유니타스 브랜드에 있다.  단행본과 잡지의 중간 위치에 포지셔닝하면서 마케팅, 브랜드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펼쳐 놓는 유니타스 브랜드를 보면서 강렬하고 통쾌한 자극을 받게 된다.  참고로 유니타스 브랜드의 편집장 권민님은 내가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은 마케팅 소설 '마음 사냥꾼'의 저자이기도 하다. 


유니타스 브랜드 Vol.4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제발 Sub처럼 단명하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계속 유지하면 장수해 주었으면..   모르긴 몰라도 이미 유니타스 브랜드의 매니아들이 많이 탄생했으리라 생각이 된다.  정기 간행물을 기다리는 설레임을 느끼는 건 Sub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유니타스 브랜드는 매력적이다. 솔직히 내용은 많이 무거운 편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그 색깔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이 시대의 마케터들에게 정기적인 설레임을 제공할 의무와 자격이 유니타스 브랜드에겐 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설레임을 위해 10년을 기다리긴 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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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트렘 | 2010/02/24 03: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경영학을 배우는 학생이지만..이제야 'Unitas BRAND'을 알았고(..ㅠㅠ)
    이번 포스팅으로 buckshot님의 몰입을 엿봤습니다ㅎㅎ

    젊은 시절부터 뭔가에 느낌이 오면 거의 끝을 보시는 듯한 열정과 몰입..이 있으셨군요^^;
    음악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블로그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방면에 대해 남기신 흔적들..
    항상 배우고 갑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0/02/24 09:30 | PERMALINK | EDIT/DEL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넘 쑥스럽습니다. 그저 일반적인 수준의 취미활동에 불과할 뿐입니다. 가트렘님 댓글로 시작하는 오늘 아침이 참 평화롭고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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