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알고리즘 :: 2009/12/25 00:05

디지털 네이티브
Grown Up Digital: How The Net Generation Is Chaning Your World
돈 탭스콧 저/이진원
‘위키노믹스’ ‘프로슈머’ ‘디지털 캐피털’ 등 다양한 개념을 지구촌에 널리 퍼뜨리며 디지털 구루로 인정받아온 돈 탭스콧이 성인이 된 넷세대에 관한 심층 연구보고서로 향후 50년을 지배할 강력하고 거부할 수 없는 새로운 세대의 실체를 파헤치는 책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발견했다.
넷 세대에게 인터넷은 냉장고와 같다. 그들은 냉장고의 사용법을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다. 냉장고는 그저 그들 생활의 일부에 불과하다. 넷 세대 아이들은 기술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기술에 자연스럽게 '동화'된 반면, 성인인 우리는 기술을 '수용'해야만 했다. 수용은 동화와 다르고 훨씬 더 복잡한 학습 과정의 일종이다. 아이들은 동화됨으로써 기술을 그들이 처한 환경의 일부로 간주했으며 다른 모든 것들과 같이 흡수했다. 많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다는 건 호흡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술에 동화된다는 것과 기술을 수용하는 것은 뇌의 작동 자체가 다른 것을 의미한다.  기술에 동화되면, 기술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그냥 공기를 호흡하듯 기술을 대하고 기술 속에서 기술을 기술이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기술을 수용한다는 것은 기술을 진지하게 의식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이질적인 뭔가로 규정하고 이물질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듯 단단히 긴장하고 기술을 습득함을 의미한다.


이 책은 원제가 Grown Up Digital인데 이를 디지털 네이티브로 정말 기가 막히게 의역을 했다. 제목만으로 어떤 책인지 대번에 알 수 있는 그런 네이밍이다. ^^

영어가 네이티브가 아닌 사람이 네이티브 스키커와 얼굴 마주 보고 영어를 구사하려고 하면 정말 뇌가 빠개지는 듯한 부하를 느끼게 마련이다.  잘 들리지도 않는 영어를 우리말로 간신히 해석하고 나서 거기에 대한 우리말 대응을 준비해서 그걸 영어로 번역(컨버팅)하는 작업의 지난함이란.. ^^

디지털 네이티브, 영어 네이티브, 기술 네이티브, 트렌드 네이티브, 디자인 네이티브, 교육 네이이티브..  디지털, 영어, 기술, 트렌드, 디자인, 교육.. 모두 네이티브가 네이티브 아닌 자들을 철저히 소외시키는 것들이다.


트렌드 소외, 기술 소외

트렌드/기술을 의식하고 따라가는 행위 자체가 트렌드/기술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징후이다. 트렌드/기술에 동화된 사람들은 그것을 공기와 같이 여긴다. 동화되지 못한 채 수용/추종을 위해 에너지를 지속 소비하는 것. 그게 소외의 본질이다.

애플 추종, 애플 증후군 (디자인 소외)
유니타스 브랜드 10호에서 기억나는 커멘트 하나가 있다. "디자인 경영특집을 준비하면서 첫번째 조건은 애플 말고 다른 것을 찾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디자인 경영 모델로 항상 거론된 브랜드가 애플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다운 증후군과 비슷한 브랜드 유전병이 애플 증후군이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애플의 디자인 스타일에 대해서 존경과 경의를 보내왔는데, 최근 상황은 오마주를 넘어선 것 같다."

경쟁의 주객전도에 의한 교육 소외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있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다분히 Commodity적인 경쟁 과열로 이어지는 모습은 좀 그렇다.  아이들에 대한 한글 교육, 영어 교육, 한자 교육, 악기 교육,...  내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뒤쳐지는지를 확연하게 알 수 있는 측정 용이한 분야들이다. 측정이 용이하고 자랑하기 쉬운 보편적인 Commodity적인 학습 영역 속으로 아이들을 밀어 넣고 과열 경쟁을 통해 앞서 나가는 자녀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  그건 아이들의 인생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엄마들만의 경쟁이 아닐지..


디지털을 공기와 같이 호흡하고 디지털을 의식하지 않는 디지털 네이티브는 디지털 비 네이티브를 소외시킨다.  디자인에 미치고 디자인을 호흡하며 살아가는 애플은 수많은 애플빠 기업들을 소외시킨다.  교육에 미치고 교육에 인생을 걸고 자식들을 소모적인 학습 경쟁에 밀어 넣는 학부모들은 교육 네이티브가 되어 자식들을 철저히 소외시킨다.

네이티브가 된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타고 나던가 미치던가 해야 하니 말이다. 재수 좋던가 미치광이가 되던가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소외의 트랙에 올라타야 하는 현실이 정말 밉당~ ^^



PS. 관련 포스트
경쟁, 알고리즘
기억,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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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데굴대굴 | 2009/12/25 17: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애플 추종, 애플 증후군을 넘기위해 아이폰을 탈옥했습.... ;;
    (확실히 기본 앱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없는 것을 뛰어넘는 소프트웨어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건 놀라움의 산물이죠)

    • BlogIcon buckshot | 2009/12/25 18:54 | PERMALINK | EDIT/DEL

      음,,, 저도 갑자기 탈옥이 땡기기 시작하네요.. 어쩌죠..

  • BlogIcon login | 2009/12/26 12: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소유하고자 할수록 소외되는거군요

    • BlogIcon buckshot | 2009/12/26 12:52 | PERMALINK | EDIT/DEL

      예, 뼈아픈 지적이십니다. 애시당초 소유란 개념은 허상에 불과한 것이고, 그것을 실재라 생각하고 계속 추구하고 그것에 집착하는 과정에서 소외가 발생하고 소외가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소유라는 환상을 추구하기 때문에 소외가 만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굴레라고 생각하구요.

  • BlogIcon 반재봉 | 2009/12/28 16: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네이티브가 되지 못한다면(혹은 되지 않겠다라면), 그에 편승할 줄 아는 법을 익히는 것도 좋은 대응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랄까, 발만 담근다는 느낌일까요... 벅샷님의 포스팅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_ _ )꾸벅

    • BlogIcon buckshot | 2009/12/29 08:41 | PERMALINK | EDIT/DEL

      예, 말씀하신 것처럼 네이티브와 소외 사이 어딘가에 멋지게 포지셔닝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거기서 창의와 혁신이 샘솟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드네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다는 것은 참 의미있는 스탠스라 생각합니다. 거리감의 조절능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applecat | 2009/12/29 09: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 진짜 기가막힌 제목이네요. 문득 저는 '디지털 네이티브'일까 고민하게끔 하네요 ㅡㅡ;

    • BlogIcon buckshot | 2009/12/29 09:22 | PERMALINK | EDIT/DEL

      applecat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위에서 반재봉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네이티브와 소외 사이를 넘나들면서 절묘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감각이 점점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듭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랄께요~ ^^

  • BlogIcon ZIRO | 2010/02/20 15: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책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란 단어를 보고 검색하여 이곳까지 들어왔습니다. 유익한 게시물들이 정말 많고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괜찮으시다면 이 post를 스크랩 해가도 되겠습니까? 여기는 댓글마저 영감을 주는참 괜찮은 블로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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