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알고리즘 :: 2009/07/03 00:03

mooo님께서 나의 사진론이란 주제로 릴레이 포스팅을 시작하셨다.

릴레이 규칙입니다.

1. 사진이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글을 적으시고
thruBlog에 여러분의 글을 트랙백해주세요.
5. 이 릴레이는 7월 6일까지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릴레이는 moo님 → mahabanya님 → 모노피스님 → 벼리지기님 → snowooball님 → 초서님 → 고무풍선기린님을 거쳐 나에게 전달되었다


난 사진을 잘 모른다. 사진을 거의 안 찍는다. 어쩌다 찍으면 집사람한테 엄청 면박을 먹는다. 그걸 사진이라고 찍냐고.  칭찬을 해줘도 할까 말까 한데 캐비난을 하니 동기부여가 하나도 안 된다. 그래서 사진 안 찍는다. ^^

그래도 고무풍선기린님께서 부탁하셨으니 릴레이에 참여해야 한다.  억지로라도 논리를 만들어야겠다~

아래는
누워 있는 아빠 2: 인간 놀이기구로 진화하다. 에 넣었던 사진이다.  작년 6월에 서울숲 놀러 갔다 찍은 사진이다. 이렇게 사진 찍어 놓으면 그 사진은 디지털 아카이브에 잠복상태로 저장이 되었다가 어떤 계기를 맞아 잠복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 깨어남은 그 당시 맥락을 복사하듯 그대로 떠올리는 직독직해형 재현의 모습을 띨 수도 있고 현재 시점에서 그 당시를 새롭게 재현하는 왜곡/변조형 재현의 모습을 띨 수도 있다. 지금 아래 사진을 보니 그 당시 상황이 여러 가지 의미로 중첩되면서 나에게 새롭게 다가옴을 느낀다. 가족과 간만에 하는 외출, 딸아이의 행복한 웃음, 집사람의 흐뭇한 미소, 그닥 바쁘지도 않은데도 열나 바빴던 작년보다도 외출이 줄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느끼는 자괴감.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그 여유를 되찾아 보고 싶은 욕구의 발현... 하나의 스냅샷 안에 담겨져 있는 다차원적 함의. 사진은 그런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잠, 알고리즘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기억에서 잊혀졌던 과거 속의 노래가 어떤 계기를 맞아 새롭게 조명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거대한 노래 아카이브 속에서 잠을 쿨쿨 자던 노래가 마법과도 같은 주문에 의해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시간 속에 묻혀 지내고 있던 아카이브 속 정보들은 정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할 것이다. 음악, 책, 영화, 신문, 드라마,.. 흘러간 시간과 기억은 항상 주위를 맴돌고 표류하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복은 약한 연결을 의미한다. 컨텐츠 아카이브는 거대한 잠복 플랫폼이다. 단절되지 않고 흐릿하게나마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촉발작용에 의해 깨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개인 관점에서도 거대한 아카이브가 존재한다. 인간 자체가 거대한 아카이브이고, 인간이 생성해 내는 다양한 컨텐츠가 아카이브다.  내 개인적 관점에서도 잠복 플랫폼은 이미 존재한다.  Read & Lead 블로그는 2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600개를 상회하는 포스트가 쌓여 있다. 이걸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꺼내는가에 따라 다양한 의식화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사진은 나에게 있어 '거잠'이다.    (거잠(巨潛): 거대한 잠복)



이 바통은
mepay님과 토댁님께 보내드리고 싶다.  항상 멋진 사진을 포스트에 올려 주시는 두 분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  ^^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868
  • [릴레이] 나의 사진론

    Tracked from 고무풍선기린의 Contraposto | 2009/07/03 06:21 | DEL

    릴레이 규칙입니다. 1. 사진이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글을 적으시고 ..

  • [릴레이] 나의 사진론

    Tracked from 맑은독백 | 2009/07/03 10:15 | DEL

    지난 몇 일간 독서에 대한 릴레이가 한창이었습니다. 그 릴레이를 통해서 많은 분들을 뵈었고, 많은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기존에도 많은 릴레이들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관심가지는 것에 ..

  • 릴레이. 사진이란......

    Tracked from 토마토새댁네 | 2009/07/05 23:02 | DEL

    요즘 토댁은 시간의 조율에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해가길어진만큼 활동시간이 많아지고 더욱 힘든 육체적 몸짓으로 하루를 채 마감하지 못하고 내일이 다가옵니다. 하야 글도 뜸!, 재미있..

  • BlogIcon 쉐아르 | 2009/07/03 01: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ㅎㅎ buckshot님도 참여하셨군요. 저도 어제 올렸습니다. 저는 자발적 참여입니다. 저희 부부는 요즘 나이가 들었는지 가끔 몇년전의 사진을 꺼내 봅니다. 아이들 어렸을 때 사진이지요. 그럴 때면 buckshot님 이야기하신대로 한참 전의 기억이 쿨쿨 잠에서 깨어납니다. 글 잘 봤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7/03 06:40 | PERMALINK | EDIT/DEL

      사실 쉐아르님께 바통을 넘긴다는 예약 포스팅을 올렸다가 쉐아르님 포스트를 보고 급히 수정했다는.. ^^

      저도 나이가 마흔이 되다 보니 이제 슬슬 딸내미 사진에 눈길이 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 BlogIcon 고무풍선기린 | 2009/07/03 06: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수면 위에 들어나는 빙하의 크기는 얼마되지 않지만
    수면 밑에서 잠복 되어 있는 거대한 규모의 빙하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거대한 아카이브로 이야기를 풀어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7/03 06:42 | PERMALINK | EDIT/DEL

      고무풍선기린님 덕분에 급취약 분야인 사진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되어 참 좋습니다. 모르는 분야, 약한 분야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경험은 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고무풍선기린님 바통을 계기로 앞으로 이런 유형의 시도를 좀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통 넘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맑은독백 | 2009/07/03 10: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벅샷님도 참가하셨네요..
    요근래 릴레이가 풍성한 것 같습니다.

    거잠이란 단어 곱씹고 갑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7/03 19:53 | PERMALINK | EDIT/DEL

      맑은독백님의 사진 고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포스트를 인상깊게 잘 보았습니다. 새로운 가르침을 얻은 느낌입니다. ^^

  • BlogIcon mooo | 2009/07/03 11:0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좋은 아빠십니다!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만큼 아이에게 큰 선물은 없는 것 같아요. :-)
    사진이라 것도, 기억이라는 것도, 글이라는 것도, 어떤 관점에서 들쳐보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는 말씀이 상당히 와닿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7/03 19:53 | PERMALINK | EDIT/DEL

      요새 거의 놀아주지 못해서 아빠의 위상에 위기감이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1년 전 사진을 보면서 많이 분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 BlogIcon 지구벌레 | 2009/07/03 22: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애기 무게가 좀 나갈거 같은데...ㅎㅎ...
    거잠...
    일단 거대해야 한다는...

    • BlogIcon buckshot | 2009/07/04 10:18 | PERMALINK | EDIT/DEL

      1년이 지난 요즘도 딸내미는 제 배 위에서 콩콩 뜁니다. 장파열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토댁 | 2009/07/05 23: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벅샷님 죄송해요.
    너무 늦게 했죠?..^^;;
    제가 확인도 늦게 했는디 포스팅도 이제사 했답니다.

    그리고 오늘 포스팅은 쫌 허술합니다. 죄송;;;
    거의 졸면서 작성한 것이라.....

    • BlogIcon buckshot | 2009/07/06 19:12 | PERMALINK | EDIT/DEL

      릴레이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귀한 포스트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

  • BlogIcon 이채 | 2009/07/07 11: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캐비난이라니..ㅋㅋ 아이가 웃는 모습이 정말 100%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네요. 덩달아 미소짓게 되는 사진이에요.ㅎㅎ 형수님이 찍으신 건가요? 형수님은 사진 잘 찍으시는 게 틀림없으니 그런 비난하셔도 될 거 같다고 왠지 납득하고 말았다는^^

    • BlogIcon buckshot | 2009/07/07 21:15 | PERMALINK | EDIT/DEL

      예, 집사람이 찍은 겁니다. ^^ 집사람이 잘 찍긴 하지만 절 너무 비웃어요.. ^^

NAME PASSWORD HOME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