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잠, 알고리즘 :: 2009/06/10 00:00

거잠(巨潛): 거대한 잠복


egoing님의 트위터에서 아래 문구를 인용해 본다.
시간의 물적 기반은 기억이다. 기억의 밀도가 낮아지면 시간의 밀도도 낮아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라진다. 비행기에서는 속도감을 느끼지 못한다.


맥락에 의해 경험이 쌓이고 왜곡되면서 기억이 형성된다. 기억은 과거 데이터의 단순 호출이 아니다. 현재/미래에 대한 믿음/예상을 반영한 과거의 재구성이다. 특정 과거시점을 어떤 시점, 어떤 맥락에서 회상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이 형성된다. 기억은 항상 시간과 함께 흘러가면서 맥락의 역동을 반영하면서 진동한다. 기억이 계속 인공적으로 재구성된다는 건 기억과 맞닿아 있는 시간도 인위적으로 재창조됨을 의미한다. 시간은 우주의 무한성을 불편해 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공물이다.  시간은 지각과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모든 외부 자극을 충만하게 느끼고 반응하면 시간은 천천히 가는 것이고, 외부 자극에 대한 무의식/기계적 반응 메커니즘이 일상화될 경우, 시간은 빠르게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의 속도는 뇌의 정보처리 메커니즘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가 유입되는 정보를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높을 수록 시간은 더디게 간다. 뇌가 정보를 의식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감정을 갖고 주의를(attention)을 기울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를 호기심으로 가득 채우고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공급해 줄 수 있다면 노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와 같은 느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호기심이 많으면 감정을 빈번하게 발생시킬 수 있고 감정은 주의를 낳고 주의는 묵직한 시간의 밀도와 기억을 형성하게 된다.



대흠님의 네버엔딩스토리에서 아래 문구를 인용해 본다.

요즘 '내조의 여왕'이란 드라마에서 윤상현이 이 노래를 말 그대로 부활(?)을 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 노래에 빠지고 있다. 좋은 노래다.


기억에서 잊혀졌던 과거 속의 노래가 어떤 계기를 맞아 새롭게 조명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거대한 노래 아카이브 속에서 잠을 쿨쿨 자던 노래가 마법과도 같은 주문에 의해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시간 속에 묻혀 지내고 있던 아카이브 속 정보들은 정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할 것이다.  음악, 책, 영화, 신문, 드라마, ....  흘러간 시간과 기억은 항상 주위를 맴돌고 표류하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복은 약한 연결을 의미한다. 컨텐츠 아카이브는 거대한 잠복 플랫폼이다. 단절되지 않고 흐릿하게나마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촉발작용에 의해 깨어날 수 있는 것이다.

호기심이 많으면 감정을 빈번하게 발생시킬 수 있고 감정은 주의를 낳고 주의는 기억/시간을 낳고 기억/시간은 거대한 잠재적 표류를 형성하게 된다. 컨텐츠 잠복 플랫폼에 호기심/감정/주의라는 촉매를 주입하면, 컨텐츠 아카이브 속에서 잠자고 있던 그 무엇은 새로운 의미를 띠고 다시 태어나게 된다.

개인 관점에서도 거대한 아카이브가 존재한다. 인간 자체가 거대한 아카이브이고, 인간이 생성해 내는 다양한 컨텐츠가 아카이브다.  내 개인적 관점에서도 잠복 플랫폼은 이미 존재한다.  Read & Lead 블로그는 2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600개를 상회하는 포스트가 쌓여 있다. 이걸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꺼내는가에 따라 다양한 의식화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buckshot ReadLead / buckshot

최근, 그 작업을 트위터로 살짝 해보고 있다.  2년 전 오늘의 포스트, 1년 전 오늘의 포스트, 6개월 전 오늘의 포스트, 1개월 전 오늘의 포스트를 트위터에 올린다. 과거 포스트를 올리면서 그 당시 생각을 회상하고 왜곡하고 재구성한다. 트위터를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나만의 유니크한 용법은 거대한 잠복을 깨우는 플랫폼으로써의 트위터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깨우는 것이다. 내 안에 잠복하고 있는 거대한 무엇인가를 깨우는 것이다.

나는 웹이다.  ^^




PS. 관련 포스트

기억, 알고리즘
검색, 알고리즘
리더십은 직원들 안에 잠자고 있는 거인을 깨우는 것이다.
나는 I Like Chopin을 좋아한다.
시간,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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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mooo | 2009/06/10 11: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도 저에게 화두를 던져주시는군요. :-)

    • BlogIcon buckshot | 2009/06/10 20:09 | PERMALINK | EDIT/DEL

      '거대한 잠복'이란 주제는 앞으로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

  • BlogIcon 엘민 | 2009/06/10 11: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예전에 기억은 사라지는게 아니라 묻혀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계기를 통해 그 기억이 살아나는 일은 누구나 경험합니다. 그런고로 뇌의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함으로써 그 가능성의 한계를 넓혀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이 들곤 하는데, 제겐 독서과 블로깅이 이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문득 드는 생각을 정리하여 웹상에 기록에 놓는 것도 또 다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되어, 생각을 올릴려고 노력하지만 처음 시작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벅샷님같이 내공이 느껴지는 포스팅을 참 좋아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10 20:15 | PERMALINK | EDIT/DEL

      저도 엘민님과 거의 똑같은 생각입니다. 독서와 블로깅을 통해 생각을 생성하고 웹에 기록하는 DB 구축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작업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취지에서 오늘 포스팅을 했습니다. 아직 내공은 많이 약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발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귀한 댓글 주시고 힘을 주시는 말씀을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

  • mari | 2009/06/10 13: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항상 교과서 처럼 벅샷님의 블로그에 들리면서 많이 많이 배웁니다. 오늘도 참 감동적인 포스트네요.. 컨텐츠를 많이 가진 회사의 기획자로서.. 컨텐츠 아카이브는 거대한 잠복 플랫폼이다.. 정말 멋집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6/10 20:16 | PERMALINK | EDIT/DEL

      거대한 잠복 플랫폼 속에서 생각하고 글을 적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또 생각하고.. 이런 순환고리를 그려가는 생활이 참 즐겁습니다. 많이 부족한데도 mari님께서 격려해 주시니 넘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

  • BlogIcon 맑은독백 | 2009/06/11 11: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기억과 시간의 밀도..
    거대한 잠복..

    나는 웹이다..
    아 오늘도 벅샷님 블로그에서
    기나긴 생각의 고리를 잡고 갑니다..
    저도 지난 아카이브를 어떻게 다시금 수면위로 올릴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11 19:55 | PERMALINK | EDIT/DEL

      맑은독백님과 전 아무래도 코드가 통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계속 잘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

  • BlogIcon 모노피스 | 2009/06/11 14: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말씀 잘 읽었습니다. 아카이브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섦이 눈에 콕 들어왔습니다. ㅎㅎ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공부를 하게 되네요...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11 19:56 | PERMALINK | EDIT/DEL

      아직 많이 모자란 저이지만 모노피스님께서 격려해 주셔서 힘이 납니다. 계속 공부하고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BlogIcon 김형규 | 2009/06/11 22: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지난 몇 년동안 최면에 대해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최면 상태에서, 사실은 고도의 몰입된 상태와 같은 상태에서 사람들은 정말 잊었던 기억들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런 것을 보면 뇌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정보들이 축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뇌 세포의 단위인 뉴런은 가소성을 이야기 합니다. 이 가소성은 말랑말랑한 고무 찰흙처럼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형이 가능해서 기억도 말씀처럼 변경의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주제의 글 흥미롭게 잘 읽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12 06:20 | PERMALINK | EDIT/DEL

      최면과 몰입. 앞으로 서로 연관시키면서 공부를 해나가고 싶네요. 김형규님께서 저에게 중요한 키워드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제게 가장 값진 선물은 키워드 선물입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

  • BlogIcon ego2sm | 2009/06/12 18: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나는 웹이다'란 마지막 문장이 왜 전 찡할까요...
    가끔 전 검색해서 제 블로그에 들어오게 되는데
    그 때마다 그냥 깜짝 깜짝 놀라며 '내가 나를 깨우는 구나' 싶기도하고...
    여러가지로 공감이 많이 가는 포스트네요^^

    • BlogIcon buckshot | 2009/06/12 23:10 | PERMALINK | EDIT/DEL

      아.. 짧지만 힘을 준 문장이었는데 에고이즘님께서 알아주시네요.. 넘 고마워요. ^^

      아~ 저도 검색을 통해 제 포스트에 들어가면서 제 스스로를 깨우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에요~

      에고이즘님 댓글은 항상 저에게 큰 격려가 되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여~ ^^



  • BlogIcon 고무풍선기린 | 2009/06/30 16: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한동안 릴레이 응답하느라 정신없었고, 근래는 일에 치여 살며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오늘에게 이 포스트를 읽었습니다.

    시간의 물적 기반은 기억이다. 기억의 밀도가 낮아지면 시간의 밀도도 낮아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라진다.
    시간은 객관적으로 흐르는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인식의 폭을 넓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I'm web.

    멋지십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6/30 23:06 | PERMALINK | EDIT/DEL

      "시간의 물적 기반은 기억이다. 기억의 밀도가 낮아지면 시간의 밀도도 낮아진다." egoing님의 명문입니다. 저는 그걸 인용했을 뿐이구요. ^^

      그냥 웹처럼 느끼고 웹처럼 살고 싶은 생각에 좀 무리한 표현을 했습니당~ 요번 릴레이에 고무풍선기린님 라인의 거대한 네트워킹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번 릴레이 흥행의 절반은 고무풍선기린님으로부터 비롯된 것 같습니다. ^^

  • BlogIcon 고무풍선기린 | 2009/07/01 00: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buckshot님의 하부 조직이므로
    무효... ^^;;

    • BlogIcon buckshot | 2009/07/01 08:17 | PERMALINK | EDIT/DEL

      상부보다 하부의 가치가 보석처럼 빛날 수 있다는데 피라미드 네트워크의 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찌질이 상부고 고무풍선기린님은 거대한 하부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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