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독, 알고리즘 :: 2009/04/29 00:09

맥독(脈讀) - 문맥을 읽을 수 있는 인간 능력


리들
앤드류 라제기 지음, 신정길.이선혜 옮김/명진출판사


리들에 아래와 같은 재미있는 문장이 나온다. 웬만한 단어의 글자 배열을 뒤죽박죽으로 해놓았다.  그래도 아래 문장을 그럭저럭 읽을 수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Aoccdrnig to a rscheearch at Cmabrigde Uinervtisy, it deosn't mttaer in waht oredr the ltteers in a wrod are, the olny iprmoetnt tihng is taht the frist and lsat ltteer be at the rghit pclae. The rset can be a toatl mses and you can sitll raed it wouthit porbelm. Tihs is bcuseae the huamn mnid deos not raed ervey lteter by istlef, but the wrod as a wlohe and the biran fguiers it out aynawy.


제대로 글자 배열을 하면 아래와 같다. 위와 같은 문장을 읽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지에 대한 설명이다.

According to research at Cambridge University, it doesn't matter in what order the letters in a word are. The only important thing is that the first and last letter are in the right place. The rest can be a total mess and you can still read it without a problem. This is because we do not read every letter by itself but the word as a whole and the brain figures it out anyway.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단어 속의 글자들은 어떤 식으로 배열되건 상관없다. 단지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만 제자리에 놓여 있으면 된다. 나머지 글자들이 아무렇게나 배열되어 있어도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는 사람이 모든 글자를 하나하나 읽는 것이 아니라 각 단어를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간 뇌는 유연하게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단어 속 글자 배열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에 뇌 속에 입력되어 있는 무수히 많은 단어 중에 적합한 단어를 순식간에 추출하고 비교해서 철자 교정을 하면서 문장을 읽어나간다는 얘긴데..  나름 대박 능력이다. ^^

텍스트를 읽을 때, 처음 접하는 글자/단어라면 글자/단어 자체에 집중하면서 읽겠지만, 반복적으로 접하는 글자와 단어의 경우, 글자와 글자 간의 관계, 단어와 단어 간의 관계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읽게 된다. 즉, 인간은 문맥을 읽는 맥독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man님의 하루에 책 30권을 읽는 방법 .. 포스트를 보고 '맥독'이란 개념을 떠올리게 되었다.  한 분야의 기본서 100권을 통달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고, 특정 분야에서 일정한 경지에 도달한 상태에서는 해당 분야의 어떤 책을 보아도 어지간한 내용은 이미 다 아는 상태에서 새로운 내용을 조금만 업데이트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는 위의 뒤죽박죽 문장을 읽는 방식과 맥이 닿는다. 이미 충분한 정보를 입력해 놓고 정보 간의 관계에 대해 맥을 짚을 줄 알면 추후에 입력되는 정보를 놀라운 속도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맥독의 묘미인 것이다.

인간 뇌에 이미 '맥독 알고리즘'이 입력되어 있으므로 이를 의식적으로 계발/강화시키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충분한 정보 입력과 정보 간의 네트워킹이 잘 접목될 수 있도록 앞으로 맥독을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유독과 함께 맥독을 애용하면 정보 처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


PS. 관련 포스트: 유독,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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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kei | 2009/04/29 03: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래전부터 유행했던 것이죠 ^^
    잘 보시면 단어가 맨 앞과 뒤의 철자는 거의 대부분이 원래 단어의 철자와 같습니다.
    중간 부분이 조금 틀려도 인간의 뇌는 자주 접한 것이라면 알아서 보정을 해주게 되어있는거죠
    학습한 경험을 바탕으로 말이죠~

    • BlogIcon buckshot | 2009/04/29 06:07 | PERMALINK | EDIT/DEL

      어제 드라마를 보는데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는다'라는 말이 나왔는데 전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콩으로 메주를..'이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팥이 아니고 콩이 맞다는 걸 알아챘다는.. 이게 바로 맥독 알고리즘이 아닌가 싶습니다. ^^

  • BlogIcon mindfree | 2009/04/29 10: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TV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걸 봤어요. 그냥 길거리 다니면서 영어권에서 온 외국인을 만나면 말씀하신 예제같은 문장을 읽어보라고 하는 거죠. 다들 일단 읽고 나서야 '이게 뭐냐'고 웃더군요. 이게 일종의 '정보 연결'인 셈인데요, 1, 3, 5, 8, 하는 식으로 띄엄 띄엄 정보가 들어오면 그 빈 부분을 전체 맥락을 판단해서 채우는 것.
    그런데, 이게 부작용도 있어요. '확증 편향' 같은 오류와 엮이게 되면 말이지요. 불충분한 정보를 전체 맥락에 의거해서 판단하는 능력, 이게 사람을 뛰어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인데, 이 덕에 앞서의 판단을 부정하는 정보가 뒤에 등장하더라도 그걸 전체 맥락을 변경해야 할 요소로 보지 않는 거죠. 혹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이걸 경계할 필요성도 있다고 봐요.

    • BlogIcon buckshot | 2009/04/29 20:43 | PERMALINK | EDIT/DEL

      정보연결과 확증편향..
      정확히 짚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정보연결 능력과 확증편향 경향을 유효적절하게 컨트롤하기 위한 훈련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정보를 물처럼 다뤄야 할 것 같아요. 연결에 의해 어떤 형체를 갖추었다고 해서 그 형체를 고체로 생각하지 않고 언제든 해체/재구성이 가능한 물처럼 정보를 여기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 BlogIcon mindfree | 2009/04/30 10:18 | PERMALINK | EDIT/DEL

      댓글알리미를 보고 다시 왔어요. '정보를 물처럼 다루고 싶다'는 말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멋진 표현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4/30 19:17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mindfree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

  • BlogIcon 네피 | 2009/04/29 15: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흥미롭군요! 정말로 영문을 읽는데 별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해석도 가능하니 말이죠. ㅋ 이런 단순한 것 말고 현상과 현상에의 맥독 능력이 뛰어났으면 좋겠네요. 그럼 실수하는 일이 훨씬 적어질 텐데 말이죠. ^^:;

    • BlogIcon buckshot | 2009/04/29 20:45 | PERMALINK | EDIT/DEL

      맥독의 지향점을 말씀해 주셨네요. 단순한 문장의 맥락이 아닌 현상과 현상 속의 맥을 짚어야 하는데.. 갈 길이 멀지만 네피님 댓글에 힘을 받아 함 도전해 보렵니다. ^^

  • BlogIcon 주성치 | 2009/04/30 01: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예전에 한글로 된 뒤죽박죽 문장이 생각나서 찾아봤습니다.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는가 하것는은 중하요지 않고. 첫째번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것는이 중하요다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창망의 순서로 되어 있지을라도 당신은 아무 문없제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나 하나 읽것는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 BlogIcon Donnie | 2009/04/30 20: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오오옷, 이거 재밋네요 하하.
    전에 비슷한 건 아니지만 비스므리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어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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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면 쓰고 삼키면 뱉는다.
    커피있으면 시간 한 잔 하시죠.
    치킨에 통닭 콜???
    벼는 숙일수록 고개를 익는다.
    치자피즈
    닮은살걀
    색스댄시
    문 들어온다 바람 닫아라.
    맥주에 치킨 한 잔 하자.
    구대매행

    • BlogIcon buckshot | 2009/04/30 21:33 | PERMALINK | EDIT/DEL

      허억, 전 아무런 저항(?^^) 없이 편안하게 Donnie님 댓글을 다 읽고 말았습니다... 제가 왜 이러죠? 저 문제 있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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