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알고리즘 :: 2008/11/24 00:04
'논다'라는 말엔 왠지 부정적인 의미가 숨어 있는 느낌이다. 나 개인적으로도 '논다'라는 말을 들으면 무기력/무책임이란 이미지가 연상되곤 했다. '놀이'.. '논다'보단 조금 느낌이 덜하지만 역시 다소 꺼림칙한 느낌이 묻어나는 단어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놀이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놀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에 [생각의 탄생] 프로페셔널의 열정 > 생각의 기술 포스트를 적으면서 '놀이'란 단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화가 모리츠 에셔는 자신의 작업이 예술보다는 놀이에 가깝다고 말했고,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미생물을 갖고 놀면서 규칙을 깨뜨리는 재미에 산다고 얘기했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보다는 연구가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노동을 놀이처럼 할 때 예술가와 과학자들은 정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 같다. 예술과 과학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을 일상적인 노동의 반복 속에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차이에도 감동하고 또 다른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놀이의 개념으로 맞이할 때 결국 고수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올해 8월에 Attention의 탄생 - 知의 편집공학을 읽고 포스트를 적으면서, 사소한 차이에서 사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정보들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찾아내는 편집의 혁신과 즐거움이 놀이로써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결국, 놀이를 할 수 있으려면 작은 차이를 사소하지만 의미있는 기쁨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예민한 감수성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 감수성은 누구에게나 잠재하고 있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 무엇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거기서 단서를 찾아 그걸 발전시켜 나가면 놀이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준비되는 셈이다. 예를 들면, 난 개인적으로 꼬투리를 잡는 걸 좋아한다. 꼬투리의 가능성에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도 특정 문구에서 필을 강하게 받으면 그걸 다른 개념과 연결시키거나 더 큰 개념으로 확장시키는 걸 좋아한다. 그런 습관이 블로그라는 툴을 만나서 더욱 강화가 되는 것 같다. 블로깅의 소재도 상당 부분 꼬투리 잡기에서 얻게 된다. 꼬투리 잡기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꼬투리에서 큰 덩어리를 잡아낼 때 희열을 느낀다. 올해 8월에 Detail = Remix Wetail (디테일의 힘: 롱테일 to 트렌드) 포스트를 쓰면서 디테일이란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미세한 모멘텀이 커다란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고 그런 선순환은 디테일을 트렌드로 발전시키게 된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혁신은 분명 디테일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차이가 놀이로 발전하고 놀이는 깊이를 낳고 깊이는 창의력으로 발화된다. 결국 혁신을 탄생시키는 흐름은 디테일의 힘 그 자체인 것이다. 그리고..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란 책을 만나게 되고 결국 '놀이'에 관한 포스트를 쓰게 된다. 저자는 놀이를 삶을 재창조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노동의 연장선 상에 놓여 있는 자본 지배 하의 휴식은 놀이가 아니고 또 다른 노동의 암시일 뿐이라는 것이다. 자본의 그늘 하에 있는 놀이, 소비의 그늘 하에 있는 놀이.. 그게 놀이가 아니라면 무엇이 놀이일까?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면서 자신이 정의하는 놀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엔 멋진 놀이의 사례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난, 그것 말고 다른 사례를 들고 싶다. 바로 토마토새댁네 블로그다. ![]() 설명은 필요없다. 그냥 토마토새댁님 블로그에 가보면 된다. 놀이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 숨쉴 수 있는지를 잘 느낄 수 있다. 토마토새댁님의 포스트는 놀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활 자체가 놀이인 것이다. 고된 노동의 일과를 마치고 주말에 아무리 멋진 곳으로 놀러 간다 해도 밤이 되면 돌아와야 한다. 아무리 오랫동안 휴가를 내서 머나먼 로망의 땅으로 놀러 간다 해도 언젠간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토마토새댁님의 블로깅은 일상 자체에서 놀이를 추구하기 때문에 놀러 갔다 다시 돌아오는 쳇바퀴적인 허무감은 없다.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를 읽을 때마다 토마토새댁님 블로그가 자연스럽게 연상되곤 한다. 토마토새댁님 블로그엔 사소한 기쁨들이 참 많다. 큰 기쁨 뒤에 큰 허무함이 있다면 사소한 기쁨 뒤엔 또 다른 사소한 기쁨이 기다린다. 사소한 기쁨의 끝없는 이어짐.. 그게 놀이의 본질이다.. ^^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744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