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와 무질서 사이 :: 2008/11/05 00:05

피터 셍게가 쓴 제5경영의 The laws of the fifth discipline에 나오는 "현재의 문제들은 과거 해결책의 산물이다"란 말을 과장해서 그림으로 그려 보면 아래와 같다.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을 문제해결로 볼 수가 있겠고 그런 문제해결 과정이 무질서화를 야기케 하는 문제발생의 원인이 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아래와 같은 짜증나는 무한 순환 패턴이 반복되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시스템 사고라는 프레임을 통해 구조를 관통하는 입체적 시각을 갖고 깔끔한 문제 해결 방법을 추구한다면 위와 같은 악순환 패턴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왠지 질서와 무질서는 원래 하나였고 서로가 서로를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질서 안에 무질서가 있고 무질서 안에 질서가 숨어 있고 질서 안에 다시 무질서가 잠재하는 프랙탈 구조. 

국가,사회,조직과 같은 덩어리가 큰 계 뿐만 아니라 개인 관점에서도 질서와 무질서가 서로를 바라보고 지향하는 구조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대리석 안에 갇힌 인물을 해방시키는 것으로 정의한다. 엔서니 라빈스는 '성공'을 자신 안에 잠든 거인을 깨우는 것으로 정의한다. 글래디스 테일러 멕게리는 '의사'를 환자 내면에 있는 의사를 깨워서 스스로를 치유케하는 자로 정의한다.

조각, 변화, 치유는 일종의 문제 해결 행위이고 무질서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행위들은 사실상 행위의 대상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대상 안에 이미 질서와 무질서 간의 지향적 관계가 내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대리석 안엔 이미 멋진 조각상이 숨어 있는 것이고 사람 안엔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거인이 숨어 있는 것이고 환자 안엔 이미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의사가 숨어 있는 것이다. 무질서 자체에 질서가 숨어 있는 것이지 무질서의 외부로부터 혜성처럼 해결사가 등장해서 무질서를 질서스럽게 변화시키는 멋들어진 퍼포먼스를 집행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질서와 무질서 사이엔 어떤 고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고리를 발견할 수 있게 되면 무질서에서 질서를 창조할 수 있고 다시 그 질서가 갖고 있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질서를 파괴하고 무질서 상태로 진입하고 다시 그 무질서 안에 있는 질서의 잠재를 현실화시키는.. 일상적인 엔트로피 법칙에 의한 수동적인 평형상태로의 기계적 이동을 지양할 수 있을 것 같다.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 존재하는 고리는 존재감이 흐릿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친하게 지내지 않고 유대관계가 약한 지인과 같이...  사회학자 그라노베터는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사람이 직장을 구하거나 어떤 심각한 문제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할 때 도움 청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에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사회 네트워크의 최전방까지 손을 뻗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사람보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극적인 변화(질서)를 위한 조력을 얻어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약한 사회적 유대관계가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  요걸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질서와 무질서는 평상시에 서로 친하지 않은 관계이나 실상 이 둘 사이엔 아주 약한 유대관계가 존재하는 것이고 큰 변화는 이 둘 사이에 숨어 존재하는 관계와 패턴에 의해 촉발된다는 것..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엔트로피의 대세적 상승이란 법칙 속에서 무기력한 기계적 분자로 살아가기 보다는 엔트로피 자체를 인정하고 즐기며 살아갈 수 있으면 세상은 참 재미있는 삶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725
  • BlogIcon 구월산 | 2008/11/06 02: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재미있는 삶의 공간이 모든 것의 지향점이 됐으면 좋겠네요.
    요새 좀 재미가 없어서....

    • BlogIcon buckshot | 2008/11/06 08:59 | PERMALINK | EDIT/DEL

      적절하지 못한 비유가 얼마든지 될 수 있겠으나..
      재미감이 떨어지는 현상을 엔트로피가 올라가는 현상에 비추어 보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엔트로피가 올라가듯 재미감은 계속 떨어지려는 경향을 보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미없어지려는 경향 속에는 항상 재미가 탄생할 수 있는 단서가 숨어있는 것 같구요. 결국 재미없어지려는 흐름 속에서 재미를 탄생시킬 수 있는 예리함을 계속 지속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블로깅은 재미를 탄생시키는 작업과 참 맥이 많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블로깅을 통해 재미를 창출하는 방법을 좀 배우게 된 것 같아요. 블로깅을 하던, 다른 놀이 툴을 활용하던, 강력한 놀이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 BlogIcon 대흠 | 2008/11/22 12: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늘 토요일 회사 일하러 나왔다가 벅샷님 블로그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중입니다. ^^
    치열하게 참구해 본적은 없지만 '혼돈과 질서' 는 제 화두중 하나입니다.
    피터 셍게와 같은 서양의 과학자는 분석적으로 이 수수께끼를 풀었지만 우리가 오래 전부터 사용해오던 간단한 말이 있지요. '차면 기우나니' ^^
    좋은 주말 보내시길...

    • BlogIcon buckshot | 2008/11/22 12:35 | PERMALINK | EDIT/DEL

      대흠님의 귀한 주말 시간에 방해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저도 질서와 혼돈을 주 관심주제로 삼고 있는데, 대흠님도 그러시다니 너무 반갑구요.. 차면 기우나니.. 정말 그렇네요. 대흠님과 같이 이 주제에 대해 앞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으면 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

  • 일초 | 2016/09/12 14: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질서와 무질서는 노자의 도덕경을 이해하면 쉽게 알수 있다.
    비어있기때문에 쓰이면 쓴자리는 채움이 되고 채워있기 때문에 쓸모가 없어져서 다시 비우는 그 과정이 모든 사물에서 옛부터 지금까지 끈임없이 반복해왔다.

NAME PASSWORD HOME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