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er's Attention - 야근에서 주목으로 :: 2008/10/08 00:08


전 직장에서 '업무 몰입도 향상 켐페인'을 계획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야근이 직원의 자기계발,건강관리를 방해하고 창의력/역량 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에 근무시간 중 업무 몰입도 향상을 위한 켐페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위적인 켐페인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문제의식 자체엔 큰 공감을 표명하고 싶다.

살다 보면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직장생활에서 나타나는 대표적 주객전도 케이스 중 하나가 야근에 대한 암묵적 압박과 마지못한 수용이 아닐까 싶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무리 정교하게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기간별로 균등하게 배분한다고 해도 여러 가지 돌발적인 상황 등의 발생으로 초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날 해야 할 일을 모두 완수했는데도 부서장이 퇴근하지 않아서, 남들이 다 늦게까지 남아 있으니까, 일찍 퇴근하기 눈치 보여서 등의 이유로 야근을 한다면 그건 분명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퇴근시간과 암묵적인 퇴근시간 간의 gap이 존재할 경우, 초과근무로 인한 업무 퍼포먼스 제고보다는 초과근무에 기반한 느슨한 시간관리, 몰입도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야근 자체가 아니라 업무 몰입도라고 생각한다. 조직원의 업무 몰입을 위해서는 야근 압박보다는 조직의 비전에 근거한 명확한 업무목표 부여와 그에 기반한 시의적절한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업무에 몰입하다 보면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야근도 할 수 있고 전문성 제고를 위해 퇴근 후 자기계발을 할 수도 있고 취미생활을 통해 창의력을 증진시킬 수도 있다. 자율적인 개인 시간 컨트롤에 의해 체력관리, 가정관리도 할 수 있는 것이고.  

모든 산업이 지식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조직의 리더는 follower의 근무시간을 관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19세기 산업혁명 시절에나 통할 법한 테일러식 관리 마인드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는 건 분명 넌센스다. 리더는 follower의 주목(attention)을 조직의 방향성과 업무 목표와 정렬시키고 고무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원의 주목은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통제하기 가장 힘든 조직의 자산이다. 리더는 주목을 끌어내기 위한 맥락을 만들어 내고 자발적인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직장을 기계로, 직원을 생산의 수동적 단위로 규정하고 경영자를 기계 관리자로 바라보는 프레드릭 테일러식 마인드는 이제 극복되어야 한다.  그런 기계적인 경영 모델 속에서 창의적인 혁신이 창발하기 어렵다. 리더는 기계를 관리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고용하는 경영자여야 한다.

맹목적인 야근으로 소비되는 시간은 실험과 혁신을 위한 기회의 상실을 의미한다.  지속성 있는 object가 없는 social network service가 공허하듯이, 명확한 목표가 없는 초과 근무도 공허할 수 밖에 없다.  근무시간의 길고 짧음 보다는 follower's attention이 어디에 얼마만큼의 집중도로 향해지고 있는가에 더 주목하는 것이 타당하다.  바야흐로 주목 경제의 시대인 것이다. ^^



PS. 언젠가 아색기가에서 야근의 악순환에 대한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악순환 플로우차트는 아래와 같이 전개된다. 과장된 면이 있긴 하지만 나름 핵심을 찌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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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에 몇시간이나 일하세요?

    Tracked from With Man - 직관과 통찰 | 2008/10/08 07:03 | DEL

    한국 사람들의 근무 9~10시간 수준이란다. 법정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 주간 40시간으로 아는데 다들 어찌나 열심히 일하시는지 그 시간을 지키는 회사 찾기가 어렵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

  • 몰입 & 집중

    Tracked from For Soaring beechi | 2008/10/08 09:57 | DEL

    buckshot 님께서 내가 하고싶었던 말들을 잘 표현해 주셨다(사실 내 입장에서는 쓰기가 좀 껄끄러운 내용이기에..)『Follower's Attention - 야근에서 주목으로』 more.. 전 직장에서 '업무 몰입도 향상 ..

  • 근무시간과 집중력

    Tracked from 마루날의 雜學辭典|잡학사전 | 2008/10/08 10:34 | DEL

    사업팀 작년에 정성스럽게 준비했던 사업계획서가 회사에서 통과되어 새로운 팀을 만들고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사업을 맡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 투자차원..

  • BlogIcon 쉐아르 | 2008/10/08 06: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야근을 위한 야근만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없을겁니다. 개인적으로 110%에서 120%를 가장 이상적인 수치로 생각합니다. 하루 근무시간 8시간, 주간 근무시간이 40시간으로 볼 때, 45~50시간 정도 일하는 것이지요. 리더로서 부하직원에게 업무도 그만큼 주어야할테구요. 40시간이라고 40시간만 하지 않는 것은 100%만 한다면 더이상 발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충분한 업무 집중도를 가정한 상태입니다.
    (<--- 그건 저처럼 업무시간에 블로그에 댓글 달고 있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ㅡ.ㅡ)

    • BlogIcon buckshot | 2008/10/08 09:48 | PERMALINK | EDIT/DEL

      예, 쉐아르님 말씀에 전반적으로 공감합니다. 올해 물리학 서적을 몇 권 읽으면서 시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아무래도 절대적인 물리량으로만 바라보기엔 신비로운 면이 참 많은 것 같고 개인의 몰입이란 변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쉐아르님의 의견처럼 10~20%정도의 time stretch를 부여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주어진 시간 내에서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의 철학과 스킬셋에 따라 다른 방법론이 가능하다고 보구요. 요즘 자꾸 드는 생각은 주어진 1시간이 개인의 열정,업무몰입도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인데.. 앞으로 좀더 이 주제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 보고 싶습니다. ^^

  • BlogIcon mepay | 2008/10/08 06: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업무의 주목과 집중력은 뮤지컬의 영화제작과도 비슷한면이 많습니다. 요즘엔 영화 제작자들이 뮤지컬 만들기를 꺼려하죠. 스토리 따라가다가 한가하게 노래나 들으며 늘어지는게 현대인의 집중을 흩트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대에서 하는 실제 뮤지컬에선 라이브 음악 자체가 엔터테인먼트라 괜찮지만. 그래서 캐츠나 오페라의 유령같은 건 영화로 보면 실망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들어 잘 만들었다는 뮤지컬 영화들에선 제작자들의 고심한 흔적들이 보인다.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노래를 넣을까' 하고 말이죠. 예를 들면 Everyone says I love you는 아예 뮤지컬이 환영받던 옛날 풍으로 만들어 버렸죠. 물랑 루즈는 노래를 스토리의 abstract 처럼 만들어 지루하지 않게 했구요.

    주어진 업무시간중 직원들의 주목을 높이기 위해선 뭐든...지루하지 않게 만드는것이 관건인것 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10/08 09:51 | PERMALINK | EDIT/DEL

      역시 mepay님.. ^^
      제 생각의 프레임을 넓혀 주시는 댓글.. 언제까지고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참 동감하고 싶은 포인트입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재미가 없는데 몰입이 될 리가 없겠죠.. 결국 리더는 호모 루덴스적인(놀이하는인간) 기질이 충만해야 하나 봅니다. 아.. 이거 정말 쉽지 않은 주제인데 정말 땡기는 주제입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

  • BlogIcon 토마토새댁 | 2008/10/08 23: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buckshot님^^
    오랜만이죵?
    저 안보고 싶으셨나요?
    잠시 아팠는데요, 오늘에서야 기운차리고 소풍다닙니다.
    에~~농사일이란 해뜨면 출근, 해지면 퇴근인ㄷ..
    뭐 제대로 된 퇴출근은 없답니다.
    자다 비오면 쫓아나가고,
    날이 급냉해져도 나가봐야하공...
    일다 못 마치면 새벽 2시고 3시고 쪽잠 자다 나가야하공..

    저도 출퇴근에 휴가 좀 있으면 좋겠어용. 흑흑흑...

    우리 님은 행복한 날만 보내세용~~~~

    • BlogIcon buckshot | 2008/10/09 08:53 | PERMALINK | EDIT/DEL

      토마토새댁님, 오랜만입니다. ^^
      기운차리셨다니 다행입니당~
      제 개인적으론 출퇴근이란 단어는 크게 의미가 없는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물리적인 개념보단 내 마음이 어딜 향하고 있는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당~

      출근을 했다 해도 마음이 다른데 가있으면 퇴근한거나 다름없고 퇴근을 했다 하더라도 마음이 업무를 향하고 있으면 출근상태나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출퇴근은 마음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당~

      휴가/휴식도 마찬가지인 것 같구용. 세상에서 젤 멋진 해외여행 코스보다 더 우아하고 짜릿한 여행을 방 한구석에서 마음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전 믿습니다.. ^^

    • BlogIcon 토마토새댁 | 2008/10/09 10:23 | PERMALINK | EDIT/DEL

      맞습니다 맞고요~~
      buckshot님 울 랑이랑 저 정말 딱 잊고 하루만 쉬었으면 좋겠다 합니다.
      더 바랄 것도 없이 딱 하루...
      아파 누워서도 머리 속은 하우스에서 씨름을 하니..
      아~~~~슬퍼라....흑흑

    • BlogIcon buckshot | 2008/10/09 19:17 | PERMALINK | EDIT/DEL

      아.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하실 것 같네여~ ^^

  • BlogIcon 쏠파 | 2008/10/09 21: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요즘 저도 근무시간에만 근무하려 노력해요. 3 년전에는 보이기 위한 야근이였다면 최근 2~1년은 정말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해야했죠. 그 중에 깨달은 바가 있다면 아무리 일이 많아도 하나를 먼저 끝내면 술술 풀린다는 것이죠. 오늘도 전 7시 안에 퇴근을 목표로 달리겠어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10/09 23:52 | PERMALINK | EDIT/DEL

      쏠파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하나를 먼저 끝내면 술술 풀린다는 거.. 저도 많이 경험했습니다. 스피드가 스피드를 낳고 마무리가 마무리를 낳는 것 같습니다. 귀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

  • BlogIcon 김치군 | 2008/10/12 11: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굉장히 찔리는(?) 플로우차트군요..

    그래도 일할때는 열심히 했던거 같은데...^^...

    • BlogIcon buckshot | 2008/10/12 15:05 | PERMALINK | EDIT/DEL

      솔직히 저도 차트 그리면서 맘 속으로 조금 찔렸습니다. 역시 인지상정인 것 같슴다~ ^^

  • mealux | 2008/11/08 02:3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습니다.예전에도 그러셨지만, 블로깅이 더 활발해지셨습니다.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포스팅을 보니 벅샷님의 독서량과 관심분야는 무척 방대합니다.몇가지에 집중되는 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에전에 워커홀릭(?)처럼 느껴지기도 한 벅샷님이셨는데 제 느낌은, 효율도 나는 워커홀릭이랄까...하지만,,,한국조직의 느낌이랄까....육체노동이 아닌 한,1시간 생각하고 good idea를 낸 사람이 10시간 생각해서 bad idea를 낸 사람보다 효율이 좋은 것이겠죠...하지만 최근 급 성공한 회사를 보면 인터넷 사업이라는 것이 노동집약적인 형태로 바뀌는 느낌도 듭니다....(아니 실제로 바꼈습니다.일부 職群에서는요..)불현듯, 量보단 質이라시던 분이 A사에 있을 때 한분 떠오르긴 하네요, 'insight와 perspective를 배양하라', 고 하시던,,글이 두서 없네요^^그럼, 건강하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8/11/08 23:04 | PERMALINK | EDIT/DEL

      viper님 오랜만입니다. ^^
      블로깅은 1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 3회 포스팅.. ^^

      노동집약적 기반에 의한 급성장..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어쩌면, 지식집약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는 착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겉만 지식집약이지 사실 산업혁명시대의 고루한 마인드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면 날카롭게 파고드는 노동집약적 도전에 응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용어만 멀찌감치 앞서나가는 현상이 지배적인데.. 이제 정보/지식사회에 걸맞는 경영,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귀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

  • BlogIcon coderiff | 2009/07/21 09: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매우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죠. 하다못해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에서도 강제 야근문화가 팽배하니 개선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mealux님 말씀처럼 저희 나라는 모든 산업을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불가능한 목표 던져주고 어차피 일정에 못맞추지만 최소한 노력했다는 소리를 듣기위해 어쩔 수 없이 야근하는 경우도 많이 봐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영진들이 아래 사람들을 단순히 회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부품으로만 생각하는 문화가 많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중요한 건 잦은 야근으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 비용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죠. 가장 안타까운건 그것으로 인해 깨지는 가정입니다. 아빠가 회사에서 돈만벌어주는게 다가 아니잖아요. 분명히 아빠의 공백은 가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돈벌이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 은석아빠 | 2011/05/21 11: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똑똑한 부하들 데리고 일하는 업종인데, 아무래도 지식노동자는 자율성이 주어질때 몰입도가 극대화 되는것 같습니다. 물론 스스로 동기부여 시킬수 있는 Smart한 부하라는 전제하에...
    야근은 결국 노동제공자와 노동이용자간의 신뢰성 결핍의 문제라 보여집니다. 노동이용자(상사)는 부하가 열심히 일하는지 측정할 수 있는(혹은 진짜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신뢰할 수 없으니) 최적의 방법이 없기때문에 그 사람의 투입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같이 몇번 일해서, 그 부하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신뢰가 생기고 나니, 그 부하의 정시퇴근은 별 걱정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 부하는 언제나 최선의 output을 가지고 오기 때문이지요...
    예전에 한겨레신문 이원재 기자님께서, 우리는 왜 야근을 하는가? 라는 글을 쓰셨는데 거기서 언급한 얘기가 바로 "정보비대칭"이 야근의 주범이라는 말이 상당히 공감갔습니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이용자(상사 or Client)가 불안해하기 때문에 로펌이나 회계법인, 컨설팅펌이 주구장창 야근하는 모습을 통해 고객사에 만족을 주고자 하기 때문이지요...

    참 좋은 글을 읽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1/05/21 12:24 | PERMALINK | EDIT/DEL

      어설픈 저의 포스트를 명쾌하게 마무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보비대칭과 신뢰'라는 중요한 화두를 선물해 주셔서 넘 감사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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