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확장 2 :: 2008/02/20 00:00


마샬 맥루한
은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확장하는 도구나 기술을 미디어로 정의하고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이라고 규정했다. 즉, 책은 눈의 확장, 라디오는 귀의 확장, 옷은 피부의 확장, 자동차는 발의 확장, 인터넷은 중추신경의 확장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미디어를 통해 확장의 꿈을 실현시키고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인간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세상과 다른 인간을 만나기 전에 필연적으로 미디어와 먼저 만나야 한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면서..  인간과 세상 사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 미디어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미디어는 인간의 감각기관 확장을 도와주는데 그치지 않고 감각기관에 영향을 주게 된다. 즉, 미디어는 자신이 갖고 있는 특성을 인간에게 주입하게 되고 인간은 무의식 중에 미디어가 가진 특성을 인간 속에 체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모든 로마인들은 노예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노예와 노예들의 심리가 고대 이탈리아에 흘러 넘쳤고 로마인은 내면적으로 노예가 되어버렸다. 언제나 노예들의 분위기 속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무의식을 통해 노예의 심리에 젖어든 것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 에서 인용한 융의 분석 심리학 논고 중에서)



egoing님의
야동과 창의력 포스트를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샬 맥루한이 말한 '미디어는 인간 감각기관의 확장'을 의미한다는 관점에서 야동은 인간이 갖고 있는 원초적 본능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야동이라는 미디어가 발달하면 발달할 수록 감각기관은 계속 확장되겠지만 egoing님의 말씀처럼 감각기관의 상상력은 점점 둔화되어 가게 마련이다. 결국 마샬 맥루한이 40년 전에 쓴 책인 '미디어는 마사지다'가 오늘날 차근차근 현실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미디어가 인간의 몸과 마음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인간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변화시켜 나가는 모습..


인간의 확장 1 포스트에 아래 일화를 넣어 놓고 잠시 시름에 잠겼던 적이 있다.

자공이 한수 이북을 두루 여행하고 있을 때, 한 노인이 채소밭에서 일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노인은 물을 대기 위해 도랑을 팠다.  그러고는 우물 속에 내려가 물을 한 통 퍼서 도랑에 붓고 있었다.  그의 노고에 비해 성과는 보잘 것 없었다.

자공은 노인에게 "힘을 조금만 들이고도 하루에 백여 개의 도랑에 물을 대는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에 대해 듣고 싶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그 때 노인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를 물끄러미 쳐다 보다가 "그 방법이란게 뭐요?"라고 말했다.

자공은 "앞을 가볍게 하고 뒤를 무겁게 한 나무 지렛대를 사용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물을 빨리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두레 우물이라고 합니다." 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노인은 얼굴에 노기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나의 스승이 말씀하시기를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기계처럼 일을 하게 된다고 했소.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의 마음은 결국 기계처럼 됩니다. 그리고 가슴 속에 기계의 심장을 가진 사람은 순수성을 잃습니다.  순수성을 잃은 사람은 자신의 영혼이 하는 일들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합니다. 영혼이 하는 일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 감각도 정직하지 못하게 됩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알고 싶지 않아요. 나는 그런 것들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습니다."



[Web 2.0] 정보, 사람, 연결 포스트에 아래 동영상을 넣어 놓고 묘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Web 2.0 ... The Machine is Us/ing Us
의 통찰 충만한 문장을 패러디하면 아래와 같다. 재미있다. ^^


우리가 TV를 볼 때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 때마다
우리는 기계를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기계는 우리이고
우리가 채널을 돌릴 때마다 우리가 전화번호를 저장할 때마다
우리는 기계에 아이디어를 주입시키는 것입니다. 기계는 단순히
부여 받은 편리한 기능을 사람에게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을
기계에 맞추어 변화시킵니다. 기계는 우리입니다. 그리고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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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trix

    Tracked from ego + ing | 2009/01/05 16:32 | DEL

    영화 매트릭스가 그 전까지의 SF 선배들과 구별되는 것은, 이것이 소프트웨어와 정보에 대한 판타지라는 점이다. 이전까지 SF의 중심테마는 주로 기계문명의 힘과 그에 대한 불안이었다. 스타..

  • BlogIcon 그리스인마틴 | 2008/02/20 00: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뭔지 묘한 느낌이네요.
    특히 마지막 저 글은 ...
    약간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02/20 01:30 | PERMALINK | EDIT/DEL

      저도 쓰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약간 서늘해지기도 했구요. ^^

      그런데..
      전 그리스인마틴님의 글을 읽을 때 두려움을 자주 느낍니다. 그런 포스가 어디서 나오는건지 많이 궁금하기도 하구요..

  • BlogIcon egoing | 2008/02/20 11: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이제 야동 안봐요.
    다시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푸하
    좋은 글 잘봤습니다.
    그런데 제 블로그가 점점 성인물로 크롤러 사이에서는 알려지기 시작하는 것 같내요.
    압도적인 리퍼러가 그렇게 말하고 있내요. 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8/02/20 13:15 | PERMALINK | EDIT/DEL

      ^^ egoing님 블로그로 들어오는 검색어를 태그 클라우드로 그리면 정말 볼만할 것 같습니당~

  • BlogIcon el. | 2008/02/20 11: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마지막 문구는 정말 다시 생각을 해보게 하는군요.
    링크해주신 egoing님의 "야동과 창의력" 역시 짧지만 무척 강렬한 느낌이네요 ;;

    • BlogIcon buckshot | 2008/02/20 13:18 | PERMALINK | EDIT/DEL

      el.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egoing님의 야동과 창의력.. 정말 멋진 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글들은 더 멋져요~

  • BlogIcon 지동아빠 | 2008/02/20 11: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말 오래전에 읽었던 명저를 여기서 다시 보게되는군요.
    RSS 리더에 맛사지라고 떠서, 무슨 영문인가 어리둥절했는데....

    예전에 나온 번역서에 메세지라고 했던 걸로 기억되네요.

    여튼,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8/02/20 13:20 | PERMALINK | EDIT/DEL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에는 미디어는 메세지다란 말이 나오고 '미디어는 마사지다'란 책을 별도로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미디어는 마사지다에서도 미디어는 메세지다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구요.. ^^

      항상 격려해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힘이 절로 솟네요~ ^^

  • BlogIcon 쉐아르 | 2008/02/21 00: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오랜 시간을 같이 함으로 서로 닮아가지요. 그것처럼 기계와 사람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계를 사용하다 불편한 것이 있으면 개선을 하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사람이 바뀌고. 기계에 종속되는 것에 저도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왜 기계를 사용하는가를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02/21 01:23 | PERMALINK | EDIT/DEL

      왜 기계를 사용하는가를 잊지 않는다... 정답을 말씀해 주신 느낌입니다. 쉐아르님께 오늘도 한 수 배우는 buckshot.. 아직 갈 길이 멉니다. ^^

  • BlogIcon 격물치지 | 2008/02/21 13: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기술과 인간, 기계와 인간이 만나는 곳에 우리의 미래가 있겠지요 ^^ 어떻게든 그 미래에 기여하실 것 같습니다. Buckshot님은...

    • BlogIcon buckshot | 2008/02/21 20:16 | PERMALINK | EDIT/DEL

      아이구.... 전 그냥 포스트만 쓰렵니다. 업무가 바빠서 기여할 시간이 없어요... ^^ 격물치지님께서 댓글 주실 때마다 buckshot은 에너지가 100% 충전되는 느낌입니다~

  • BlogIcon 오대리 | 2008/03/12 15: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벅샷님 거의 눈팅만 즐기다가... 책에 관한 작은 이벤트를 진행중인지라... 트랙백을 살짝 걸어두겠습니다. 적절치 않다 생각되시면 말씀주시는대로 바로 철수하겠습니다. 기왕이면 와주셔서 참여까지는 안되더라도 격려나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 BlogIcon egoing | 2009/01/05 16: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왠지 buckshot님과 이야기 하고 싶은 주제라서 트랙백 걸어봅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1/05 19:45 | PERMALINK | EDIT/DEL

      찬.찬.히. 읽어 보고 나중에 댓글 드리겠습니다.
      귀한 포스트 트랙백 걸어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주제입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1/06 00:31 | PERMALINK | EDIT/DEL

      egoing님, 귀한 글 흥미롭게 잘 보았습니다.

      자아..
      실체의 존재 여부가 불투명한 개념인 자아는 인간 뇌의 쾌락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존재해야만 하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아가 중심에 존재하는 오프라인 세계.. 어쩌면 그런 오프라인 세계에 대한 인지 자체가 뇌를 위한 가상 시공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체 불투명한 자아.
      자아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오프라인 세계.
      뇌는 자아 느낌을 강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환상을 창조하고, 그 환상 속에서 발전한 기계 문명은 온라인이란 시공간을 만들어내고..

      뇌를 위한 가상세계(오프라인)가 또 한 번의 가상세계(온라인)를 만들어낼 때 그 위력은 증폭되는 것 같습니다. 뇌는 계속 자가증식을 반복하면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스미스 요원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짧고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을 여기까지만 적어 놓고,
      다음에 다시 한 번 생각을 복제/증식/증폭시켜볼 생각입니다.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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