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의 미학 :: 2013/04/22 00:02

남을 생각하지 않고 혼자 만의 글을 쓸 때에는 문법이나 오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글을 막 적곤 한다. 그런데, 문법을 무시하고 오타가 나도 신경을 쓰지 않고 글을 마구 적다 보면 나름 그것 자체가 생각의 자유로운 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문법에 신경 쓰느라 글의 내용보다는 글의 형식을 더 챙기게 되고 오타를 신경 쓰다가 글의 의미에 집중하지 못하고 글의 규격에 주의력이 분산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고나 할까. 마구 글을 써나가는 것의 장점이 의외로 쏠쏠하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문법에 어긋나는 글을 적다 보면 글의 내용조차 자유로워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문법은 일종의 규칙이고 제약인데 문법이 규정하는 프레임 안에서 글을 적다 보면 생각마저 프레임 안에서 맴돌게 되는 문법적 교착 상태에 빠지기가 쉬운데 문법을 의식하지 않는 글을 적게 되면 생각 자체가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도를 갖게 되어 자유로운 환경이 생각을 자극하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생각이 환경을 더욱 유연하게 해주는 시너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혼자만의 글을 쓸 때에는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적게 되더라도 그냥 넘기자.  설사 오타를 적게 되더라도 오히려 그것을 즐기자.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적다가 불현듯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수 있는 것이고 오타를 양산하다 보면 오타에서 파생되는 의미의 변주곡이 나에게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영감을 뜬금없이 제공할 수 있다.

아니, 의도적으로 문법을 무시한 글을 써보자. 의도적으로 오타를 대량생산해보자. 그런 과정은 이미 생각의 자유도를 확보하고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선언이 되는 셈이고 그런 자유로운 플레이를 지속하다 보면 생각은 예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일 수도 있겠다.

페이스북이란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광장 속에 독방을 마련하고 난 후에 오타나 문법에 맞지 않는 글을 즐기는 버릇이 생겼다. 나 혼자 보려고 쓰는 글이라서 전혀 규칙에 맞게 쓸 필요가 없고 규칙에 맞지 않는 글을 나중에 읽어볼 때 그 글 자체가 갖고 있는 프레임적 한계나 그 글에 스며들어 있는 나의 선입견이 어느 정도 와해된 상태에 놓여져 있음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매우 크다.  말하자면, 정해진 홈을 통해서만 흘러가는 생각의 물줄기에 흥미로운 교란을 일으키는 놀이인데 새로운 생각의 홈을 파는 재미와 홈이 아닌 길을 흘러가는 짜릿함. 군독무의 진가라고나 할까.  아마 최근에 페이스북을 군독무 플랫폼으로 활용하면서 발생시킨 문법 타파, 오타 남발이 지금까지 내가 수십 년 간 생성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엄청난 양의 문법이 내 손끝에서 해체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오타가 타이핑되는 경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쓰는 글의 맛이 이런 것이구나!"

난 오타 공장의 공장장이다. 오타 공장을 운영하면서 오타의 의미를 배우고 오타에서 오타를 번식시키며 오타에서 파생되는 생각의 파격을 즐긴다. 누구나 오타를 대량생산할 권리가 있는 것이고 생성된 오타는 나의 생각 흐름의 강력한 윤활유로 작동하는 소중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



PS. 관련 포스트
언어 혁신
언어와 생각
언어의 이해
타인의 언어를 구사하기
담기와 담기기
생각의 파동, 언어의 파동
물리학은 바벨탑을 쌓고 있는가?
페이스북, 군독 플랫폼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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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y toms

    Tracked from buy toms | 2013/06/13 10:49 |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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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ms shoes

    Tracked from toms shoes | 2013/06/13 10:49 |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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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낙서 | 2016/12/01 02:4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글을 쓸때마다 심각한...오타를 양산하는 편이여서...오타를 적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검색하다가..이 블로그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ㅎㅎ 긍정적인 오타의 관점..좋네요 예전에 머리속을 유연하게 하려고 글을 쓸때가 생각나기도 하구요

    • BlogIcon buckshot | 2016/12/01 21:55 | PERMALINK | EDIT/DEL

      아.. 3년 전의 글을 다시 환기시켜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요즘 오타가 유독 많아졌는데도 그닥 신경이 쓰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3년 전에 제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 때문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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